채성준 서경대학교 군사학과장, 안보전략연구소장
↑↑ 채성준 서경대학교 군사학과장, 안보전략연구소장
최근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으로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전 세계가 또 다른 전쟁 발발을 우려하고 있다. 카슈미르는 핵무기를 가진 양국이 영토와 종교 문제 등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역일 뿐만 아니라 미·중 신냉전이 벌어지는 새로운 전선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도와 파키스탄 양국은 연일 소규모 교전을 지속하는 가운데 파키스탄 국방부 장관은 인도의 군사적 침공이 임박했다며 전쟁 발발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비극인 2차대전이 끝나고 국제연합(UN)이 창립되면서 세계에 평화가 올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미·소 간 이념 대립에 따른 냉전이 시작되었다. 냉전 당시 6·25와 베트남 전쟁과 같은 국지적인 충돌은 있었으나 주축 국가인 미·소간 직접 충돌한 사례는 없다. 1980년대 중반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면서 냉전체제가 종언을 고하고 국제질서가 다극화되었다. 하지만 2014년경부터 미국보다 몸집이 커진 중국의 부상과 함께 이른바 신냉전이 도래하였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대립 관계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냉전체제의 산물인 민족 분단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북한과 군사적 대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 와중에 동북아에서는 신냉전의 일환으로 한·미·일 대(對) 북·중·러 간 대립 구도가 형성되면서 이중 부담을 안게 되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및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이어 인도·파키스탄 간에도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한다면 우리가 과연 북한을 이기고 자유민주 체제를 지켜낼 수 있을지 냉정하게 따져보고자 한다.
격년마다 발행되는 국방백서를 보면 북한군 병력이 128만 명으로 우리 군(軍) 50만 명과 비교할 때 2.5배나 된다. 남북한의 재래식 무기 역시 전차(2,200/4,300), 다련장/방사포(310/5,500), 전투함정(90/420), 잠수함정(10/70), 전투임무기(410/810) 등에서 북한이 수치상 압도적 우위다. 물론 우리의 경제력이 북한에 비해 60배 이상 차이가 나고, 세계 상위 10위권에 드는 기술력까지 고려할 때 질적인 면에서 앞서 있다는 덴 이의가 없다.
군사력 평가기관인 글로벌파이어파워(GFP)가 공개한 ‘2025 군사력 지수’에 따르면 한국이 5위이고 북한은 34위이기도 하다.
다만 이 GFP 지수에는 병력 규모, 군사 장비, 재정 안정성, 지리적 위치, 가용 자원 등이 포함되는 반면에 핵무기나 사이버전 능력 같은 비대칭 전력은 빠져 있다. 따라서 종합적 관점에서 군사력을 측정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을진 몰라도 전시 군사력을 객관적으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 실제로 GFP는 한국의 군사력 평가에서 “북한에 비해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의 군사적 지원에 힘을 얻고 있다”는 주석을 달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군사전문가들 간에는 북한의 핵·미사일과 생화학무기 등까지 포함할 경우, 전시 군사력이 우리나라와 주한미군의 전력을 합친 거와 대등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가장 중요한 건 핵 확장 억제력이지만 정찰 자산도 필수적이다. 폐쇄성이 강한 북한 특성상 대북 정보 수집은 극히 제한적이다. 우리도 레이더·위성·정찰무기체계를 동원한 감시 역량 증진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하지만 주한미군 지원 없이는 한계가 있다. 북한이 핵을 빌미로 미국과 직접 거래(코리아패싱)를 통해 실질적 핵보유국임을 인정받고 주한미군 철수를 관철하려는 건 이 때문이다.
우리 국민은 북한을 너무 우습게 아는 경향이 있다. 일종의 확증편향이다. 일부 방송이나 유튜브에선 탈북민들을 앞세워 북한군은 국군의 상대가 안 될 것이라거나 김정은 정권이 곧 망할 것처럼 희망고문을 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녹하지 않다. 북한은 스파르타보다 더한 병영국가이고 여러 체제 모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부 통제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게다가 핵이라는 안전장치에다 러시아라는 뒷배까지 생겼다. 우리로선 무엇보다 한미동맹을 토대로 굳건한 안보태세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원문출처>
경상매일신문 https://www.ksmnews.co.kr/news/view.php?idx=538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