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前 서울기술연구원장
대선이 한창인데 '3권 분립'이 쟁점이다. 그동안 대선에서 보기드문 현상이다. 입법, 행정, 사법--이 세 가지 권력을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나누는 체계를 '삼권분립'이라고 한다. 민주화 이후 삼권분립은 당연하게 여겨졌지만, 최근 사법부 독립이 중요해지면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원래 이 세 권력은 하나였으며, 그 대표적인 형태가 바로 '왕정'이다. 즉, 왕은 법을 만들고 집행하며, 재판까지 수행했다.
왕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장기 집권과 세습이었다.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됨으로써 견제가 어려워지고, 절대 권력에서 비롯된 비리나 권력 남용의 문제가 발생했다. 오늘날에도 유사한 구조를 가진 조직이 있는데, 바로 일부 종교 기관이다. 종교 권력은 실질적으로 외부의 견제도, 내부의 견제기구까지도 종교지도자가 직접 관장한다. 물론 과거에 비해 제도적, 형식적으로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종교 지도자 한 사람이 입법, 행정, 사법적 권한을 모두 쥐고 있는 경우가 많다.
국가 권력은 종교와의 분리 이후 민주화를 거쳐 3권을 철저히 나누었지만,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나 여당이 이 세 권력을 모두 장악하는 것이 가능할까? 최근에는 그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것은 새롭지 않다. 하지만 핵심 상임위원장을 장악하고, 각 상임위에서도 과반을 점한 사례는 드물다. 과거에도 다수당이 일부 안건을 과반으로 통과시키거나 이른바 '날치기'를 한 적은 있었지만, 여야 합의 없이 다수결로 의안을 반복적으로 처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권력 집중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방법 중 하나는 총리 제도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을 4년 중임제로 개헌할 경우, 오히려 대통령의 권한이 8년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총리가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려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총리는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지명해서는 안 되며, 둘째, 면직 또한 대통령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현재 총리가 '1인 천하, 만인 지상'이라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실권이 약한 이유는 대통령이 총리를 일방적으로 지명하고 해임할 수 있는 구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미국처럼 대통령과 부통령이 함께 선거에 출마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러한 제도가 없다. 대신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총리 후보를 미리 공개하고,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국민에게 명확히 약속함으로써 '러닝메이트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다. 그것도 어렵다면, 국회가 총리 후보를 선출하거나 추천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도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그것은 대통령이 지명한 인물에 대한 단순한 찬반 절차에 불과하다. 총리로 누구를 임명할지를 실질적으로 정할 수 있는 권한이 국회에 주어질 때, 비로소 권력의 균형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다른 정당의 대선 후보까지 총리직을 제안하는 이야기가 나왔다가 사라지며,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정략적 의도의 거짓 약속이라면 곤란하겠지만, 분명한 목적을 가진 제안이라면 환영할 만 하다. TV토론이나 언론사 인터뷰에서 이러한 주제를 질문하고, 후보가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변하는 과정이 있다면 더 현실화 될 수 있다. 권한을 가진 사람은 쉽게 권한을 내려놓지 않는다. 따라서 분권을 약속하는 사람은,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먼저 제시해야 약속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前 서울기술연구원장
<원문출처>
전자신문 https://www.etnews.com/20250528000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