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성준 서경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국방부 청렴국방위원
채성준 서경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국방부 청렴국방위원
민군 관계는 군부 엘리트와 민간 엘리트 간의 정치 관계뿐만이 아니라 경제·사회·문화·심리·과학기술·환경문제 등과 군사의 복합적 관계로서, 군사와 관련된 일체의 사회와의 관계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는 민과 군의 이분법적 관계가 아니라 상호이해와 상호보완적인 역할로 국가 발전과 국가안전보장에 기여하는 형태를 말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민군 관계의 핵심은 바로 “지키는 자를 누가 지킬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미국 정치학자인 새뮤얼 P. 헌팅턴은 명저 「군인과 국가: 민군 관계의 이론과 정치」에서 ‘문민통제’라는 개념을 제시하면서, 이를 주관적 문민통제와 객관적 문민통제로 구분하고 있다.
주관적 문민통제는 민간 권력의 극대화와 군부 권력의 최소화를 통해 통제를 이룬다는 것으로, 간단히 말해 군대를 민간화하는 것이다. 여기서 상정하는 군인은 근대 이후 출현한 ‘시민군’ 같은 형태다. 말하자면 주관적 문민통제는 전문 직업 장교단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객관적 문민통제는 전문 직업 장교단이 이끄는 군대를 전제로, 군 직업주의를 극대화해 정치적 중립 집단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이는 국가적·사회적 컨센서스를 반영하는 것으로서 정치적 중립과 동시에 국가안보의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켜야 한다.
현대의 군 장교들은 전문 직업 집단에 속한 ‘전문 직업인’이다. 장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전문성을 무분별하게 남용하면 사회의 근간이 파괴될 수 있다. 모든 전문 직업은 어느 정도까지 ‘국가의 규제’를 받지만, 군사 분야는 ‘국가가 독점’하는 까닭이다.
우리 국군은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미군정 시절 국방경비대를 모체로 창설되었다. 당시 군부는 미군으로부터 선진문물을 받아들이고 미국 유학을 경험하는 등 가장 고도로 조직화하고 전문화된 집단이었다. 이어 5·16 군사정변을 계기로 군 실권자들이 권력 핵심부에 대거 진출하는 등 군 우위의 민군 관계가 성립하였다.
1993년 대선에서 ‘군정 종식’을 내세워 당선된 김영삼 대통령이 ‘문민정부’를 기치로 군내 사조직인 ‘하나회’를 청산하였다. 동시에 1979년 12·12 사태 이후 등장한 신군부 출신의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하는 등 정치적 결단을 단행함으로써 비로소 문민통제의 기틀이 확립되었다.
미국은 직업군인의 경우 현역에서 물러난 지 7년이 지나야 국방장관에 임용될 수 있게 법제화하였다. 우리나라도 헌법 87조에 “군인은 현역을 면한 후가 아니면 국무위원으로 임명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는 장관이 군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통제할 수 있게 한 최소한의 장치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국방장관은 주로 예비역 장성이 맡았다. 1963년 제3공화국 이후부터는 민간 출신 장관이 나오지 않았다. 전역한 지 1년 내외이거나 현역 장성에서 바로 임명되기도 해 실질적인 문민통제의 전통이 확립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새 정부 국방장관으로 순수 민간 출신의 안규백 의원이 지명되어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군의 정치적 중립과 문민통제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운 데 따른 조치다. 민군 관계가 재정립되고 명실상부한 군 문민통제가 이뤄지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안 후보자는 20대 국회 국방위원장을 비롯해 의정활동의 대부분을 국방위에서 활동해 군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제약 또한 없지 않다. 국방장관은 군 인사·행정권뿐 아니라 작전 지휘권도 갖고 있다. 부대를 직접 지휘·통솔한 경험이 없는 안 후보자로선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그동안 군 출신이 국방장관을 맡은 건 우리 안보 상황과 무관치 않다. 지금 국군은 핵으로 무장한 북한군 110만 명과 대치하고 있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북 도발도 끊임없다. 군 지휘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국방장관 후보 지명에 우려가 교차하는 이유다.
이를 불식하려면 문민 국방장관의 긍정적 요소를 최대한 활용하고 불안 요인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안 후보자가 우리 군을 막강한 전문 집단으로 탈바꿈시켜 군의 문민통제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게 되기를 바란다.
<원문출처>
경상매일신문 https://www.ksmnews.co.kr/news/view.php?idx=549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