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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준 서경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1991년 소비에트 연방 체제 붕괴로 40여 년간의 냉전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탈냉전 시대가 도래하였다. 이후 미국이 유일 초강대국으로 떠올라 국제사회에서 많은 부분을 주도하게 되면서 '미국 일극 체제'가 형성되는 듯했다. 그러나 동시에 새로운 지역 강국들이 부상하면서 점차 다극화된 세계로 변모하였다.


이처럼 다극화된 질서 역시 계속되지 못했다. 바로 중국의 부상과 세계 패권 도전으로 신냉전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2017년 국가안보전략'에서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였다. 이러한 기조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유지되었으며, 미국 최우선주의(MAGA)를 내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더 강해지고 있다.


한편, 정치 이념적 측면에서도 또 다른 대립 구도가 나타나고 있다. 바로 민주와 권위주의 세력의 대결이다. 민주 세력의 원칙은 규칙 기반 질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와 인권 등 기본 가치를 견지하는 것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서방세계'로 지칭되는 세력이다.


이에 반해 권위주의 세력은 일부의 집단이 독재적인 힘을 가지고 의회나 구성원, 국민을 무시하고 지배권을 행사한다. 오늘날 중국과 러시아, 이란, 북한 등과 같은 국가가 대표적이다. 이들 권위주의 세력 간에 동맹 내지는 상호 협력 관계가 형성되면서, 서방 대() 반서방의 세계 질서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국제 관계 속에서도 세계 많은 나라는 미국과 중국 사이를 절묘하게 오가며, 그 나름대로 국익만을 극대화한다는 실용적 노선을 추구해 왔다. 여기서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갈등이 첨예화되면서 양자택일을 강요받고 있으며, 이런 식의 압박은 앞으로 더욱 강해질 것이다. 미국 쪽으로 쏠리면 중국이 때리고, 중국의 요구에 따르면 미국과의 관계가 틀어지는 제로섬 게임이 전개되고 있다.


이런 냉혹한 국제 질서 속에서 이재명 정부가 '실용 외교'를 기치로 내걸었다. 사실 이 기조는 20여 년 전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균형자론'과 맞닿아 있다. 이는 중간자로서의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를 오가며 중견 국가의 위상에 맞는 적극적 역할을 발휘해 국제 외교를 주도한다는 무모한 논리였다.


결과적으로 현시점에서 이를 되짚어 보면, 세계사적 흐름과 국제 정세의 향방을 전혀 잘못 짚은 외교 노선이었다. 지금 세계는 대한민국 같은 중요한 국가가 미·중 사이에서 '펜스에 앉아(on the fence)' 애매하게 양다리를 걸치는 중립 외교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가치 외교와 실용 외교 공히 국익을 추구한다. 가치 없는 실용은 방향의 실종이며, 실용 없는 가치도 공허하다. 둘은 배타적이 아니고, 가치는 실용을 추구하는 상위의 개념이자 변치 않는 국가 전략의 기본 틀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가치 외교가 한중 관계를 악화시켰기에 실용 외교를 하려 한다는 건, '비 맞은 탓을 기상청에 돌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욱 중요한 건 미국 최우선주의로 단단히 무장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는 문재인 정부에서 회자하던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安美經中·안미경중)' 이라는 식의 접근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우리 편 편향'을 지니고 있다. 이는 정글의 법칙 속에 힘의 질서가 우선인 국제사회에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지나치게 실용만 좇다간 자칫 '꿩도 잃고 매도 잃는' 우를 범할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원문출처>

매일신문 https://www.imaeil.com/page/view/2025071414201916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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