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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은의 정책과 혁신] 〈15〉세종시로 갔지만, 지방은 살아나지 않았다.jpg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前 서울기술연구원장

국회 이전과 대통령 집무실의 세종 설치. 선거때마다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공약이다. 빌 공자(空) 공약이라 하기도 어렵다. 이미 상당부분의 정부 부처가 세종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세종시 건설과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 균형 발전을 실현하겠다는 대형 국책 프로젝트였다. 2002년 대선에서 제안된 이 정책은 20년이 지난 지금, 과연 얼마나 성과를 거뒀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청사는 지었지만 목표달성은 없었다. 혁신도시와 공공기관 청사가 생겼고, 지방세 수입이 조금 늘어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지역이 자생력을 갖추고, 인재가 정착하며, 수도권 집중이 완화되고 지방이 살아나는 본래 목표에는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 그 기간동안 지방의 명문 고교, 대학은 부산대, 전남대와 같은 거점 국립대학마저도 입시 정책 변화와 함께 오히려 내려앉았다. 공공기관 이전이 지역 인재를 키우고 정착시키겠다는 당초 취지를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다.

가장 큰 실패 원인은 '균형'이라는 이름 아래의 무책임한 분산이었다. 전국 시도에 공공기관을 '엔분의 일(1/N)'로 나눠 배치하면서, 지역과 관련성도 없이 오고가는 불편만 더 해졌다. 결과는 뻔하다. 출장 횟수는 세종시 공무원만 연간 30만회, 출장비도 300억원에 달한다. 기관은 갔지만 사람은 남았고, 집은 옮겼지만 삶은 옮기지 못했다. 주 4박하는 기숙사같은 아파트에 주말 부부만 양산됐다. 이주한 직원도 친구나 동문, 지인들을 만나기 위해, 결혼 축하나 조문을 위해 KTX, SRT를 이용하는 수요만 늘었다.

필자는 이 프로젝트가 출범하던 당시 국회 건설교통위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때 이미 예견했다. 사실상 노무현 전 대통령이 건설 귀족들에게 '사기당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혁신도시가 먼저 필요하다'는 핑계로 시간을 끌고, 건설 경기 부양이라는 숨은 의도만 앞세운 결과였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결정은 '분산 배치'다. 직장이 다른 맞벌이 부부가 서로 다른 지역으로 흩어지면 어느 쪽으로 이사가야 하는가? 아이를 돌봐주는 부모 친척이 서울에 산다면? 자녀가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다면? 서울을 떠날 수 없는 수많은 가족들의 고민이 있었다. 결국 수도권을 떠나지 못했다.

이미 늦은 이야기지만, 세종과 대전권에 공공기관까지 모두 모았다면 어떠했을까? 기존 대전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고, 무엇보다 중고등학교 때문에 대전에 터를 잡는 일은 줄었을 것이다. 학생이 많으니 사교육 학원이나 상권이 형성되는 집적의 이익도 더 나아져 지금처럼 1/4씩 비어있지 않을 것이다. 공공기관 맞벌이 부부가 어디로 갈지, 민간기업이 여러 기관과 일을 하면서 출장의 애로도 없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서울 수도권 집중을 해결하려면 이에 필적하는 환경 조성이 기본 조건인데, 이를 외면하여 생긴 문제만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초 안대로 오송에 청사를 지었다면 고속철도 환승에 따른 불편이라도 해소되었을 것이다.

이제 다시 그 시절이 왔다. “서울에 남은 정부부처, 국회, 대통령 집무실까지 완전 이전하겠다.” 여야의 입장이 공통적이어서 시일은 걸리더라도 실현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진짜 중요한 건 그 말의 완성이다. 수도권에 남아있는 공공기관도 세종시로 집중하는 방안도 검토할 때이다. 또다시 일부만 남기고, 정치 논리로 당리당략에 따라 정책을 흔든다면, 지난 20년은 물거품이 된다.

이제는 물어야 할 때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 도시를 만들었는가?” “이대로 20년을 또 반복할 것인가?”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前 서울기술연구원장

<원문출처>
전자신문 https://www.etnews.com/2025043000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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