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능력 부족한 유학생들, 대학 강의 못 따라가
무분별한 유학생 유치로 국내 대학생 불만 늘어
대학 "어학당·비학위과정 학생까지 관리 어려워"
"정부, 건전한 시장으로 유도…대학체질 개선 도와야"
전문가들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재정난 타개를 위한 방안으로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필요하지만 무분별하게 유학생들을 데려올 경우 국내 대학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어 의사소통이 어려운 학생들이 학위과정 수업에 그대로 들어올 경우 국내 학생들 전공 수업마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많은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이 언어능력 부족으로 수업에 따라오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오영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로부터 ‘외국인 유학생 현황’을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17년 기준 전체 외국인 유학생 12만여 명 중 7만여 명이 학위를 받기 위해 유학을 온 학생이다. 이 중 3분의 2가량인 4만3702명은 학부생이고, 3분의 1인 2만4009명은 석·박사 과정 중인 대학원생이다.
일상생활에서 전화나 부탁 등을 할 수 있는 수준인 한국어능력시험(TOPIK) 2급이면 대학·대학원 모두 입학할 수 있지만 TOPIK 4급 이상이 돼야 졸업이 가능하다. TOPIK 4급은 일반적인 업무가 가능하고 알기 쉬운 내용의 뉴스·기사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학위과정 유학생 중 TOPIK 4급 이상을 받은 학생이 한 명도 없는 대학은 전국 217개 대학 중 43곳(19.8%), 대학원은 전국 659개 대학원 중 285곳(43.2%)이나 된다.
대학들이 기초적인 한국어 능력조차 갖추지 못한 학생들까지 마구잡이로 유치해 ‘학위 장사’를 벌이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구자억 한중교육교류협회장(서경대 교수)은 “학생 모집이 어렵고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대학이 외국인 유학생으로 돌파구를 찾는 상황”이라며 “TOPIK 4급이면 석·박사과정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 유학생 중 일부는 중국에 있는 일반대학 입학이 어려운 수준의 학생”이라며 “언어도 안 되고 수업도 따라가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덧붙였다.
이순철 부산외대 교수는 “과거에는 대학마다 전공 특성에 맞춰서 외국인 유학생을 뽑았다면 이제는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이면 다 받으려 하는 경향이 심해졌다”며 “지방대를 중심으로 경쟁이 심화하면서 유학생과 대학을 연결해주는 에이전트 역시 난립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무분별한 외국인 유치 경쟁이 대학 교육의 질을 하락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분별하게 유학생을 뽑으면 수업의 질 역시 나빠질 수 있다”며 “실제 학위를 목적으로 들어온 우수한 학생이 국내 대학의 전공 수업 수준이나 영어 수업 수준을 보고 실망해 다른 나라로 가는 경우도 있었다”며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에서 외국인 유학생 진입 장벽을 높이기보다는 이들이 한국땅에서 학업을 유지하고 졸업 후 취업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주민지원센터 관계자는 “유학생 관리를 대학이나 어학당에 맡길 것이 아니라 당국이 직접 나서야 한다”며 “당국이 지자체나 기업들과 손을 잡고 유학생들에 대한 일자리를 주선해주는 등 유학생들이 불법체류자로 전락하지 않도록 예방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나서서 대학의 체질 개선을 도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구 회장은 "교육부가 나서서 모든 대학이 천편일률적으로 유학생을 유치하는 정책이 아닌 실질적으로 대학마다 특성을 살린 모델 만들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그 뒤에 유학생 유치를 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지금처럼 모든 대학이 한정된 수의 외국인 유학생을 경쟁하듯 유치할 경우 대학에도, 외국인 유학생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원문출처>
이데일리
http://www.edaily.co.kr/news/news_detail.asp?newsId=01239846619274192&mediaCodeNo=257&OutLnkCh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