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동아일보.jpg  


이즈미 지하루 교수_동아일보.jpg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 서경대 국제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새로운 해가 시작됐다. 올해는 기해년(己亥年)으로 십이지의 마지막 동물인 돼지의 해다. 돼지저금통, 돼지꿈, 꽃돼지, 복돼지…. 한국에서 돼지는 ‘다산으로 재산을 불러 모으는 복의 상징’이라고 하여 좋은 이미지다. 하지만 일본에선 비만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도 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여자아이에게 ‘꽃돼지’라고 부르는 남자아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혹시 실례가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니 ‘돼지’는 아니지만, ‘꽃돼지’는 복스럽고 귀여운 표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일본에서 ‘폿차리게이(ぽっちゃり系·귀엽게 통통한 계열의 사람)’와 같은 뜻의 ‘고부타짱(こぶたちゃん·새끼돼지)’ 느낌인 것 같은데, 한국에서는 이보다 더 애정을 담은 긍정적인 이미지로 느껴진다.  

이후 지금까지 한국에 살면서 자기 자식이나 애인을 부를 때 ‘돼지’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모습을 자주 만나곤 한다. 이것들은 살짝 해학적으로 애정을 강조하는 한국다운 표현으로 흥미롭게 느껴진다. 

한국의 ‘돼지 문화’를 자세히 알고 싶어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행복한 돼지 특별전’을 다녀왔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매년 새해와 설 전후에 걸쳐 그해 십이지에 해당하는 동물의 특별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돼지 특별전시도 아담하지만 한국의 돼지 문화를 알 수 있어 재미있다. 

이 전시는 오랫동안 사람 곁에서 함께 살아왔던 돼지의 상징성과 지금도 사람들 곁에 공존하는 돼지를 보여준다. ‘해신 비갈라대장’, ‘(저팔계) 잡상’, ‘십이지번(돼지)’ 등을 비롯해 ‘돼지 저금통’까지 70여 점의 유물과 사진, 동영상이 전시됐다. 제주의 ‘똥돼지’를 소개하는 부스에는 돼지우리와 화장실을 만들어 놓았다. 이곳에서 체험을 하며 사진도 찍을 수 있어 방문한 관람객이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는데, 특히 어린이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는 곳이었다. 

일본에서 십이지의 막내는 ‘돼지’가 아니라 ‘멧돼지’다. 멧돼지는 ‘저돌맹진(猪突猛進·목표를 향해서 곧바로 매진하는)’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일본에서는 새해에 현관이나 거실 장식장에 그해 십이지 인형을 놓아둔다. 지나간 인형도 버리지 않고 보관하다가 해당하는 해가 되면 다시 꺼내 장식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하고 풍성한 모습에 화려해 보이기도 한다. 12년 전, 36년 전, 48년 전, 60년 전의 인형을 보며 그때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고 얘기꽃을 피운다. 유치원을 마치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해, 고등학교에 합격하던 해, 대학을 마치고 직장을 다니다 집에 왔던 어느 해 등 가족이 한자리에서 추억을 얘기하는 즐거운 시간을 안겨준다. 나와 남편이 한국의 가족들에게도 이 십이지 인형을 선물하면 무척 좋아하고, 다른 장식장 안에 놓인 지난해의 인형들을 보며 얘길 나누곤 한다. 

일본에는 고양이가 십이지에 들어가지 못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신이 십이지를 결정하는 날을 알릴 때 낮잠을 자던 고양이는 이날을 알지 못했다. 나중에 쥐에게 물었더니 쥐는 거짓말로 다음 날을 알려줬다. 그래서 십이지를 결정하던 날에 가지 못했던 고양이는 아직까지도 쥐와 사이가 나쁘다고 한다.

이렇듯 십이지는 한자 문화권을 중심으로 상당히 많은 나라에 채택되어 있으며, 나라마다 조금씩 동물들이 다르다. 일본처럼 돼지가 아니라 멧돼지인 나라는 러시아, 몽골, 불가리아, 인도 등이다. 놀라운 것은 고양이 띠도 있다는 것이다. 태국, 티베트, 베트남에서는 토끼 대신 고양이가 들어간다. 또한 몽골에서는 호랑이 대신 고양이가 들어간다고 한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나나 우리 고양이에게는 적잖이 부러운 일이다.

외에도 아라비아에서는 ‘용’ 대신 ‘악어’, 인도에서는 ‘닭’ 대신 인도 신화에 등장하는 신조(神鳥) ‘가루다’가 들어간다. 결국 십이지는 나라마다 친근감 있는 동물로 되어 있는 것이다. 여러 나라의 조금씩 다른 십이지 차이처럼 세상 사람들이 다 똑같지는 않아도 이상하다 생각하지 말고 서로를 이해하며 너그러이 바라봐 주면 어떨까.

올해를 황금돼지의 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한국의 풍요로운 돼지의 이미지와 일본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멧돼지처럼 모두가 풍성한 복을 누리고 소원 성취하는 빛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 서경대 국제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원문 출처>
동아일보  http://news.donga.com/3/all/20190101/93508836/1
List of Articles
Lis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요절한 남편 평생 사랑, 이중섭의 아내[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file 홍보실 2022-10-07 42087

박성진 서경대 실용무용전공 교수: [신간] 서양 스트리트 댄스의 역사 file

최근 엠넷에서 방영 중인 ‘스트릿 우먼 파이터2’의 열기가 뜨겁다. 많은 사람들이 스트리트 댄스에 열광하고 있는 지금, 스트리트 댄스계의 권위자인 박성진 교수가 ‘서양 스트리트 댄스의 역사’를 펴냈다. 파핑 팀 ‘위...

서기수 서경대 금융정보학과 교수 칼럼: [서기수 교수의 성공투자 법칙⑧] 고물가 고금리의 새로운 패러다임 file

수십 년간 우리는 ‘저금리’, ‘저성장’, ‘저물가’의 시대에 살아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시대를 살아가게 될 것이다. 기존의 우리가 알고 있었던 그리고 배웠던 경제교과서의 내용이 ...

서기수 서경대 금융정보학과 교수 칼럼: [서기수 교수의 성공투자 법칙⑦] 기준금리와 경제영향 file

경제에 대해 알아보는데 주로 기준금리에 대한 내용이 많은 이유는 2022년 이후에도 ‘금리’를 빼놓고는 경제와 투자 얘기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경제는 ‘금리’로 시작해서 ‘금리’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

[월간중앙] 호기심 인터뷰 | ‘120다산콜센터’, ‘장기전세주택’ 만든 임성은 서울기술연구원장 file

“철근 빠진 ‘순살 아파트’ 감리만 제대로 해도 근절” “일본처럼 실정법에 공무원 직무와 책임 명기하면 부실시공 막을 수 있어” “우리 헌법 선진적… 개헌하지 않고도 시대 과제 얼마든지 해소 가능” 임성은 서울기...

서경대학교 공연예술학부 모델연기전공, 정기공연 연극 ‘배신’ 성황리에 개최 file

9월 6일(수)부터 9일(토)까지 나흘간 교내 북악관 8층 ‘스튜디오 810’서, 연출 맡은 공연예술학부 최지원 학우 인터뷰 서경대학교 공연예술학부 모델연기전공(주임교수 강신) 학우들의 정기공연 연극 ‘배신’이 9월 6일(수)부터 ...

서경대학교 공연예술학부 연기전공, 연극 ‘흥해도 청춘 망해도 청춘’ 성황리에 개최 file

9월 9일(토)부터 16일(토)까지 일주일간 대학로 서경대 공연예술센터 SKON 2관서 서경대학교 공연예술학부(학부장 강신 교수) 연기전공(주임교수 김용준) 학생들이 지난 9월 9일(토)부터 16일(토)까지 일주일간 대학로 서경대 공연예술...

2023 서경대학교 청야체전 개막제, ‘청야풍월(淸夜風月)’ 주제로 성황리에 열려 file

9월 18일(월) 총학생회 주최로 스콘 스퀘어 등지서, 각종 이벤트, 동아리, 소모임, 학부 공연 등 이어져   2023 서경대학교 청야체전 개막제가 ‘청야풍월(淸夜風月)’이라는 주제로 9월 18일(월) 교내 스콘 스퀘어 등지에서...

이석형 교수 “KRAUV 주도 ‘대기업-투자자-정부’ 생태계 충분 가능” file

서경대학교 융합대학장, ‘무인이동체 에코시스템과 오픈 이노베이션’ 제안 이석형 서경대학교 융합대학장. “대기업이 아닌 조합이 주도하는 무인이동체 생태계 모델을 만들어보자.” 이석형 서경대학교 융합대학장이 20일 열...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문화 공간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DMZ[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file

‘임진강 맑은 물은 흘러 흘러내리고/물(뭇)새들 자유로이 넘나들며 날건만/내 고향 남쪽 땅 가고파도 못 가니/임진강 흐름아 원한 싣고 흐르느냐’(노래 ‘임진강’의 일부) 곤돌라를 타고 임진강을 건넜다. 이즈미 지하루 ...

서경대 2023년 2학기 비교과 프로그램 어떤 게 있나? file

서경대학교는 매 학기마다 취창업지원센터, 진로심리상담센터, 인성교육센터, 교수학습지원센터 등 각 센터별로 다양한 비교과 프로그램을 개설, 운영하고 있다. 비교과 프로그램이란 학점을 이수하기 위한 교양 및 전공 교육과정 외...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