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칼럼[임성은의 정책과 혁신] 〈21〉R&D 예산 갈림길, 다시 살릴 것인가 다시 실수할 것인가.jpg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前 서울기술연구원장


연구개발(R&D) 예산의 복원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그러나 '묻지 마 복원'은 무차별 삭감만큼이나 위험하다. 인공지능(AI) 육성을 위해 100조원 규모의 모태펀드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이 정책화 되고 있는 것은 분명히 긍정적이다. 민간기업 출신 장관과 수석비서관이 공무원 조직문화를 이해하고, 설득하거나 장악해서 개선할 수 있을지는 향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한 번에 다 할 수 없다는 논리로 흐지부지될 수도 있다. 정확한 처방을 위해 문제점 진단부터 다시 해보자.


첫째, 예산 삭감이 일방적으로 결정되었다는 점이다. 대통령실의 요청을 받은 '기획예산처'가 예산금액을 일방적으로 정한 뒤 각 부처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 협의나 조율 과정은 생략되었으며, 이는 정부 부처의 ''으로 불리는 기획예산처가 평소에 해오던 방식보다 더 전광석화처럼 이루어졌다. 이는 대통령과 정부 부처간 상명하복의 일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다만, 모든 정책이 이렇게 결정되는 것은 아니며, 부처의 실책이나 명분부족 등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이런 방식이 적용된다. 삭감이 일방적이었던 만큼 복원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둘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련 부처가 예산을 획일적으로 삭감했다는 점이다. R&D 예산에는 장기·단기 과제, 기초·응용 연구, 초기·마무리 단계 등 다양한 유형이 혼재해 있다. 성과가 탁월한 과제도 있지만, 성과가 미진하거나 구조적 문제를 가진 과제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동일한 비율로 삭감한 것은 명백한 오류다. 그리고 획일적인 복원은 더욱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셋째, 삭감 과정에서 제도적 조정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과정을 걸러낼 역할을 해야 할 부처, 기획재정부, 대통령실 등 어디에서도 실질적인 조정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 정치적 판단이나 시간 제약이 있었을 수는 있으나, 대세에 편승해 일이 과속으로 진행됐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는 '형식만 있는 평가' '머리에만 있는 차등 원칙' 등 공공행정의 전형적인 문제를 다시 드러낸다. 예산이 과도하게 삭감된 연구자나 기관이 이의를 제기할 경우, 담당자가 이를 논리적으로 방어하는 것을 꺼리거나 부담스러워하는 현실도 일조한다.


넷째, 모태펀드나 컨소시엄 방식에서 나타나는 정치·경제적 로비스트 구조다. 실제로 연구는 하지 않으면서 과제 선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종의 '영업대행사'들이 존재한다. 과제 규모가 크다 보니, 연구자 입장에서는 일부 금액을 상납(?)하더라도 선정되는 것이 중요해 필요악으로 인식되곤 한다. 문제는 여기에 자금이 필요한 집권 여당 주변 인사들이 얽히면서 구조가 더욱 혼탁해진다는 점이다. 앞으로 큰 예산 편성이 예고된 만큼, 이미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러한 패턴이 개선되지 않으면, 향후 증액된 R&D 예산 역시 동일한 문제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급하게 삭감한 예산을 급하게 되살리는 데 따르는 가장 큰 위험은 시행착오의 반복이다. 예산을 삭감할 때는 거센 원성이 쏟아지지만, 복원한다고 고마움을 표하는 이는 드물다. 그 결과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현장에서는 불신과 원망 속에서 예산이 집행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이제는 '누가 잘못했느냐'를 따지는 것을 넘어서,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정밀하게 설명하고 새로운 시스템으로 접근할 시점이다. 세상에 불가능한 일은 없다. 하고 싶은가? 덜 하고 싶은가? 그리고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 세 가지가 남은 과제일 뿐이다.


<원문출처>

전자신문 https://www.etnews.com/20250723000059

List of Articles
Lis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헥토그룹, 차세대 AI 전문가 키운다…‘AI 내재화 박차’ file

헥토 채용 연계형 AI 경진대회 ‘HAI(하이)! 헥토 AI 챌린지(Hecto AI Challenge)’ 헥토그룹이 주최한 차세대 AI 인재 육성을 위한 헥토 채용 연계형 AI 경진대회 ‘HAI(하이)! 헥토 AI 챌린지(Hecto AI Challenge)...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칼럼:[임성은의 정책과 혁신] 〈21〉R&D 예산 갈림길, 다시 살릴 것인가 다시 실수할 것인가 file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前 서울기술연구원장 연구개발(R&D) 예산의 복원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그러나 '묻지 마 복원'은 무차별 삭감만큼이나 위험하다. 인공지능(AI) 육성을 위해 100조원 규모의 모태펀드를 조성...

서경대학교 문화예술센터 바삭바삭랩 ‘2025년 제3회 크래커(CRECA: CREative+Culture+Arts) 신규 강사교육/보수교육’ 실시 file

7월 5일(토) 서경대학교 유담관 aec space서 서경대학교 문화예술센터(센터장 최은정) 바삭바삭랩에서는 7월 5일(토) 서경대학교 유담관 aec space에서 ‘2025년 제3회 크래커(CRECA: CREative+Culture+Arts) 신규 강사교육/보수...

서경대학교, ‘2025 서울시 뷰티 비즈니스 아카데미’ AI 트렌드부터 실전 취업 역량 강화까지, 뷰티산업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다채로운 상반기 특강 운영 하반기 교육생 7월 28일까지 모집중

△ ‘2025 서울시 뷰티 비즈니스 아카데미’ 하반기 교육생 모집 포스터 ’2025 서울시 뷰티 비즈니스 아카데미’는 뷰티 산업 종사자 및 예비 창업자, 취업 준비생들을 위한 실무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서울시가 주관하...

[르포] ‘K-모델, CEO 서윤우’…‘꿈을 요리하다” file

서경대 모델과 학생, 연 매출 4억 '산쪼메' 사장의 이중생활 두 개의 꿈을 향해 달리는 20대 청년 서윤우의 ‘산쪼메’ 이야기 모델 오디션과 라멘집 사장 사이, 워크홀릭 CEO의 도전기  ▲ 서울패션위크 2025FW (모델 ...

2025 교양 교과목 아이디어 공모전 성황리에 개최. 스포츠앤테크놀로지학과 23학번 오연우 학우 ‘대상’수상···‘대상’ 수상자 오연우 학우인터뷰 file

서경대학교 인성교양대학(학장 정수정 교수)은 지난 5월 19일부터 6월 8일까지 21일간, 학부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2025학년도 교양 교과목 아이디어 공모제’를 개최했다. 이번 공모전은 학생들이 자신의 관심사와 사회적 수요를...

애드프리즘-서경대, 샘플 기반 창작 생태계 확장 맞손 file

실습교육·공동연구·인턴채용·홍보협력 추진 예정  멜로망스 정동환 교수(왼쪽)와 ADD PRISM 박홍주 대표(오른쪽)가 협약 체결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프렐루드스튜디오의 음악 샘플 플랫폼 ADD PRISM(애드프리즘)은 서경대...

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 칼럼: 문민 국방장관 후보 지명에 거는 기대와 우려 file

채성준 서경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국방부 청렴국방위원  채성준 서경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국방부 청렴국방위원  민군 관계는 군부 엘리트와 민간 엘리트 간의 정치 관계뿐만이 아니라 경제·사회·문화·심리·과학기술·환경문제...

서경대학교, 성북구청·길음1동주민자치회와 함께 ‘1주민자치회 1학교’ 민·관·학 협약 체결 file

학생 주도 의제 ‘환경을 잇다’ 주민총회 발표 및 투표, 2026년 실행 예정 서경대학교는 7월 3일(목) 오후 4시 성북구 길음동 소재 꿈빛극장에서 열린 길음1동 주민총회 현장에서 성북구청, 길음1동주민자치회와 함께 ‘1주...

[청년발언대] ESG 기준이 바꾸는 물류 생태계…"협력의 기준이 달라졌다" file

▲ 청년서포터즈 8기 이송원 [서경대학교 물류시스템공학과 4학년] 물류산업 전반에 'ESG' 바람이 거세다. 과거에는 빠르고 정확한 운송이 물류의 핵심 가치였다면, 이제는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전반에 걸쳐 책...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