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학생 여러분
우선 이번 학사제도 개편(안)과 관련하여 학생 여러분들과 충분한 사전 협의를 거치지 못하고 촉박하게 알려드리게 되어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하여 학교를 대신하여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0.6명대까지 떨어진 낮은 출산율과 학령인구의 감소로 현재 대학 정원이 고3 수험생보다 약 11만 명 더 많은 상태입니다. 따라서 어느 곳에선가는 정원 미달, 폐과, 폐교의 아픔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16년째 이어진 등록금 동결로 대학들은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습니다. 그동안 물가는 매해 올라 학교 운영 경비는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COVID19 이후 전기, 수도, 가스 요금 등이 급격하게 인상되어 어려움은 더욱 커졌습니다. 지방대학 및 학생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교들과 달리 우리 학교는 그동안 대학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아 연간 40~50억 정도의 재정지원금을 받아 재정 부족분을 만회하여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재정지원금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환경 개선을 위한 실험·실습실 및 기자재 확충, ID LAB 등 교육 편의시설 조성과 재학생들의 마음건강과 취창업지원, 여러 학과에 맞는 전공 강화 프로그램을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재정적 부담 완화를 통해 학교의 예산을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요청해 온 노후 시설에 대한 보수 및 개선 공사(북악관·청운관 화장실 개선, 청운관 식당 유치, 북악관·청운관 편의점 유치, 기숙사 추가 공사)에 집중적으로 투입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학사제도 개편은 무전공과 자율전공 확대를 통해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을 강화하라는 교육부 방침에 따라 마련된 것입니다. 이는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모든 대학에 적용됩니다. 교육부에서는 전공의 벽을 넘는 융합교육, 교육체제 개편, 학사구조 유연화 등을 강조하는 ‘대학 교육 혁신’을 요구하고 있으며, 대학 평가와 연계하여 무전공 및 자율전공 구성과 규모를 평가의 중요한 기준으로 제시하여 대학 재정지원액을 결정하겠다고 합니다.
따라서 우리 학교에서는 이 정책을 수용하고 교육부가 제시하고 있는 정량 지표뿐만 아니라 적극성·도전성 등의 평가도 충족시키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재원을 확보하고 지속해서 학습환경 및 복지시설 개선에 투입할 예정입니다.
학칙 개정안을 통해 제시된 내용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고, 촉박한 일정으로 인해 소통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주어진 짧은 시간 내에 우리 학교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안을 모색하느라 불가피한 상황이었음을 말씀드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과정에서 상심하고 많은 걱정을 하셨을 학생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특히 학칙 개정안에 언급된 ‘단과대학을 폐지하고 통합한다’, ‘학과를 폐과한다’는 내용에 많이 당황하셨을 것입니다. 여기서 ‘폐과’는 교육부에 제출할 학칙 개정안을 위한 행정 용어로써 2025학년도 이후 입학하는 신입생들이 대상이며 2024학번까지 재학생은 전혀 해당이 없는 내용입니다. 재학생의 소속 학과는 졸업 시까지 유지되며, 학위도 현재 소속 학과의 학위명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또한 기존 학과는 통폐합되어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신설 학부 내에 ‘전공’의 형태로 계속 유지됩니다. 또한 재학생이 희망하는 경우 신설 학부로 전과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신설 학부 편입 대상 학과 학생들의 학습권에 대한 걱정이 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존 재학생들의 학습권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신설 학부 내에 전공이 계속 유지되므로 현재의 교수진과 커리큘럼 또한 유지됩니다. 만약 전공 교수의 정년 퇴임 등으로 불가피한 커리큘럼 변경 시에는 대체 수강할 수 있는 과목이 마련될 것입니다. 또한 기존 재학생이 신설 학부에 개설되는 융합 과목을 수강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습니다.
인문사회계열과 이공계열 학과가 한 학부에 편입된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실 겁니다. 이는 융합 학문을 강조하는 교육부 방침과 모든 분야에서 빠르게 융복합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대 산업 사회를 반영한 것입니다. 또한 각 학부에 IT 역량이 필수적이므로 전자컴퓨터공학과 소프트웨어 전공을 나누어 배치하였습니다. 25학번부터의 신입생은 학부 내 편입된 여러 전공 중 단일 전공만을 이수해도 되고 둘 이상의 전공을 이수해도 됩니다.
왜 교육부의 가산점 가이드라인 25%를 맞추지 않고 더 초과해서 추진하는지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각 학과 정원을 일률적으로 조정하는 안, 특정 몇몇 학과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안, 점진적으로 비율을 늘리는 안 등 많은 사례를 검토하였습니다. 그 결과 현재 제시한 안이 큰 변화가 따르더라도 교육부 지침과 우리 학교 현실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을 때 최선의 안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제도의 부족한 부분은 학생들과 긴밀하게 협의하여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습니다.
스콘칼리지, 스마트시티앤리버빌리티학부, 글로벌비즈니스앤테크놀로지학부 등 단과대학 및 학부 명칭에 대한 거부감을 이해합니다. 학생 여러분들의 의견을 수용하여 보다 나은 명칭으로 수정하겠습니다. 여러 좋은 의견을 제시해 주십시오.
무전공·자율전공 제도를 먼저 시행한 대학 사례를 보면 다양한 전공을 경험하고 자신에게 맞는 전공을 선택하는 것에 대한 만족도가 높으며, 각 전공 담당 교수들은 우수한 학생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하여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되며 이를 통해 수업 품질이 향상되고 있습니다.
향후 신입생 입결 하락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수험생의 65%가 무전공 선발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무전공 선택의 폭이 큰 대학의 경쟁력이 더 향상될 것입니다. 앞으로 입시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각 학부에서 배울 수 있는 전공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여 입결 향상을 위해 철저히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외에도 여러 궁금증과 의견이 있으실 겁니다. 학교는 학생 여러분과 계속 대화할 것입니다. 지난 1월 8일 중앙운영위원회와 간담회를 통해 학교가 무전공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음을 밝혔고, 4월 8일 검토된 개편안을 설명하였습니다. 4월 11일 전학대회에 참석하여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으며, 4월 12일 여러 차례 총학생회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다만 12일에 총학생회에서 제시한 안은 교육부 지침과 맞지 않아 수용이 어렵다는 의견을 밝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4월 15일(월) 총학생회장단과 총장님의 간담회를 예정하고 있으며, 4월 16일(화)에는 학생처장과 인문사회과학대학, 이공대학 소속 학과장, 단대학생회장, 학과학생회장과의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학생 여러분들의 절박한 심정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학교와 우선 대화에 임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번 학사제도 개편이 진행되지 못하면 재정지원이 대폭 축소될 수 있고, 우리 학교의 재정 상황이 악화될 것입니다. 이로 인한 피해는 신입생뿐만 아니라 현재 재학 중인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변화하지 못하면 도태되고, 도태되면 소멸됩니다.
서경대학교는 수많은 도전과 변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변화의 순간마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학교와 학생, 교수, 직원이 하나 되어 이를 극복해 왔습니다.
우리는 지금 다시 한번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학교를 믿고 모두의 힘을 모아 다시 한번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학생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