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산임에도 불구하고, 내 자산임을 잘 인지하지도, 그래서 잘 관리하지도 못하는 자산이 있다. 바로 퇴직연금이다. 주인 못 찾은 퇴직연금이 무려 1,106억 원이나 된다. 도대체 미 청구 퇴직연금 적립금이 이렇게 많은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퇴직연금 가입 사실도, 퇴직 후 연금수령 방법도 모르는 등 퇴직연금이 ‘내 자산’이란 인식 자체가 없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퇴직연금, 노후소득을 위한 보장수단
퇴직연금은 기업과 개인이 함께 관여하는 사적연금이자 기존 퇴직금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연금이다. 즉, 중간정산을 막아 퇴직금이 실질적인 노후소득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한 연금이며, 가급적 일시금이 아닌 연금 수급이 유리하도록 설계된 연금, 연금 기금을 사외 금융기관에 적립하게 함으로써 근로자 수급권을 보장하는 데 역점을 둔 연금이다.
또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중추적인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가입자교육’을 법으로 명문화 해 놓은 연금이기도 하다. 이렇게 중요한 책무를 지니고 있는 퇴직연금은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 문제로 기금 고갈, 이에 따른 재정 부담 문제를 안고 있는 공적연금의 약한 고리를 채워 줄 가교적 연금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여전히 낮은 연금 이해력
그러나 안타깝게도 퇴직연금에 대한 가입자의 인지도는 상당히 낮다. 가입 당시, 그리고 매년 법정의무교육이 제공됨에도 불구하고, 연금제도에 대한 이해도도, 연금 운영¹에 대한 역량도 낮은 수준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퇴직연금과 함께 또 다른 사적연금인 개인연금에 대한 개인의 인지 정도도 높다고 보기 어렵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투자와 연금 13호 - 2030세대 개인연금 긴급처방」에 따르면 개인연금을 가입하지 않은 2030 직장인의 미 가입 이유 1위가 ‘상품 종류 및 혜택을 잘 몰라서’라고 한다. 가입자 또한 개인연금의 노후소득보장 기능에 대한 이해보다 단순히 세제혜택을 위한 금융상품 정도로 인지하고 있다.
국민연금에 치우친 노후생활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는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공·사적연금 중 공적연금 의존도가 사적연금에 비해 높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3 KB골든라이프보고서」에서도 노후생활비 조달 수단으로 가장 많이 꼽은 방법이 ‘국민연금(86.8%)’이었다.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은 소득재분배 기능으로 인해 ▲상대적 저소득자의 수익비가 높다는 점 ▲물가상승률 반영으로 연금의 실질가치를 보장해 준다는 점 ▲장수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도록 종신지급이 보장된다는 점 등으로 인해 보편적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최적의 연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역삼각형 인구 구조의 딜레마로 연금체계의 개편이 시급하고, 열악한 고용환경으로 인한 연금 사각지대²문제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한 연금임에도 분명하다.
고령화시대 노후대비, 사적연금 활용법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사적연금의 역할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규모의 성장 측면에서 퇴직연금의 약진은 그나마 다행스럽지만, 연금에 대한 가입자 이해 부족, 연금 운용역량 부족 등 개인 역량 부분에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너무나 많다. 든든한 노후를 위한 사적연금의 역할을 키우기 위해 당장 개인이 실천해 볼 만한 3가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퇴직연금 관심 가지고 운용하기
퇴직연금도 내 소중한 자산임을 인지하고, 관리역량을 발휘하자. 이를 위해 나의 퇴직연금 유형부터 파악하자. 만약 자기책임원칙이 부여된 DC형 가입자라면 현재 어느 금융기관에, 얼마의 적립금이,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살펴본다. 이후 준비기간(은퇴까지 남은 기간), 위험수용성향 등을 고려하여 자산배분부터 한다. 아직 준비기간이 많이 남아 있는 20대, 30대, 40대 가입자라면 위험자산 비중을 늘려도 좋다. 시장 변동성으로 인한 위험을 ‘시간’이 헤징(위험분산)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산배분 후 각 자산 군에 맞는 금융상품을 배치하자. 시장 지수에 투자하는 ETF나 인덱스펀드가 퇴직연금 운용에는 적합하다. 중장기 투자에 특정 종목이나 섹터가 아닌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② 퇴직연금 가입자 교육 놓치지 않기
퇴직연금 가입자교육을 꼼꼼히 챙기자. 앞서 언급했지만, 퇴직연금 가입자교육은 법정 의무교육이다. 현 가입자교육은 사용자(기업) 위탁에 의해 퇴직연금 사업자(금융기관)가 운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사용자는 가입자교육에 따른 별다른 비용부담을 지지 않고 사업자에게 위탁하고 있어, 사업자에 의한 가입자교육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대면교육이 아닌 서면이나 이메일로 이루어지는 가입자교육에 교육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잠자는 퇴직연금 1,106억 원도 형식적 가입자교육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가입자교육은 정책적으로 손 볼 곳이 참 많다.
하지만 가입자교육 개선을 기다리기 전에, 현 상황에서라도 가입자 스스로 적극적 활용을 고민하면 좋겠다. 서면이든, 이메일이든 매년 받게 되는 가입자교육 내용을 잘 숙지하자. 만약 실질적인 연금 운용과 기타 제도적인 부분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면 사업자인 금융기관에 적극적으로 문의하면 좋겠다. 내 노력으로 만든 내 자산처럼 퇴직연금도 내 자산이라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운용하고 싶어지지 않을까?
③ 연금계좌 적극 활용하기
든든한 노후소득보장을 위해 ‘연금계좌’에 관심을 가지자. 연금계좌란 퇴직연금의 IRP와 개인연금의 연금저축을 합해서 칭하는 말이다. 연금계좌의 가장 큰 특징은 세제혜택이 부여된 연금이란 점이다. 세제혜택은 공적연금 축소로 인한 사적연금 확대방안의 일환으로 제공되는 혜택이다. 이 혜택은 연금 재원을 만들어가는 기간에도, 만들어진 재원을 바탕으로 연금을 인출하는 기간에도 주어진다.
먼저 연금 재원을 만들어가는 기간 동안의 대표적인 혜택은 연 900만원(연금계좌를 모두 활용한다면 연금저축 600만원, IRP 300만원 납입) 납입 시 세액공제율 13.2%(총급여 5,500만원 이하자인 경우 16.5%)를 적용하여 공제해준다는 점이다. 더불어 연금 재원에 대한 수익률 제고를 위해 현재 과세(15.4%)하지 않고, 세금을 이연해주는 ‘과세이연’이란 혜택도 있다. 만들어진 재원을 바탕으로 연금을 인출하는 기간에도 이연한 세율 15.4%가 아닌 저율과세(5.5%~3.3%)가 적용된다.
세제혜택이 적지 않으니 연금계좌를 단순히 세제혜택 받기 위한 금융상품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는 분명히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연금상품이다.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 단순히 납입하는 데에만 만족할 것이 아니라, 납입한 자금을 연금으로 잘 사용할 수 있게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연금계좌의 관리방법은 앞서 언급한 DC형 퇴직연금 관리방법과 동일하다. 준비기간, 위험수용성향을 고려하여 자산배분부터 하고, 그 이후 자산군 별 비중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수립해서 운용하면 된다. 적극적 운용으로 연금계좌의 재원이 넉넉해지면 이는 노후 활동기(활동적 노후생활이 가능한 기간) 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 혹은 공적연금 수령시기까지의 소득공백기 자금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든든한 노후를 위해 기억해야 할 3가지
나의 소중한 자산이라 여기고, 적극적으로 잘 관리한 사적연금은 분명 나의 든든한 노후소득 재원이 되어줄 수 있다. 앞서 제안한 3가지, ▲퇴직연금에 관심가지고 관리 역량 발휘하기 ▲퇴직연금 가입자교육 꼼꼼히 챙기기 ▲연금계좌 적극 활용하기를 꼭 실천해 편안한 노후를 모두 꿈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
<원문출처>
FP JOURNAL
https://www.fpkorea.com/2014/kfpa_2015/sub/sub.asp?page=1&p_bm_key=312&p_bd_key=18892&bm_key=&bd_key=&p_section_v=&is_sch=&p_is_open=&kWt=&ykey=&k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