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를 보면 “부인 바치고 군사까지 잃었네(賠了夫人又折兵)”란 비아냥이 나온다. 무슨 말일까? 내용은 이렇다.
형주(荊州)를 빌려 간 유비(劉備)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돌려줄 생각을 안 한다. 속이 타들어 간 오(吳)나라 대도독(大都督·총사령관) 주유(周瑜)는 꾀를 낸다. 상처(喪妻)한 유비에게 국왕 손권(孫權)의 누이를 시집보낸다는 명목으로 유비를 오나라로 꾀어 들여 인질로 잡고, 유비의 목숨과 형주를 맞바꾼다는 계획이다. 손권도 이를 허락한다.
제안을 받고 망설이는 유비에게 제갈량(諸葛亮)은 수락을 권한다. 그리곤 경호실장 격인 조자룡(趙子龍)에게 위급할 때마다 열어보라며 서찰 세 장을 건넨다. ▶오나라 입국 직후 대규모 예물을 구입해 국혼(國婚)을 소문내고, 이 소식이 손권 모친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하며(그 덕분에 거짓 혼사는 진짜 혼사가 되고 만다) ▶있지도 않은 조조(曹操)의 침공 사실을 알려 주색(酒色)에 빠진 유비를 정신 차리게 하고(이로 인해 주색을 무기로 유비를 붙잡아 두려는 주유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다) ▶오나라 군사에게 둘러싸인 위기 상황에서 손권 누이의 위세를 동원하는 등의 묘책이 모두 서찰에서 나왔다. 주유가 유비를 끝까지 뒤쫓았으나 길목을 지킨 관우(關羽)에게 대패한다. 서찰에는 없었던, 제갈량의 마지막 안배다. 배를 타고 울분에 차 돌아가는 주유의 귀에 유비 군사들의 노랫소리가 꽂힌다. “주유의 묘책으로 천하가 안정됐도다, 부인을 바치고 병력까지 잃은 덕에!” 주유는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하며 갑판 위로 쓰러진다.
이처럼 남을 해치려다 자신을 망친 고사(故事)는 중국이든 우리든 어디서나 풍성하다. 이를 ‘해인해기(害人害己)’라고 한다. 人은 남을 지칭하고, 己는 자기 자신을 말한다. 남을 해치려는 자는 결국 자기 자신을 해치게 된다는 말이다. ‘돌멩이 들어 제 발등 찍기(搬起石頭砸自己的脚)’도 같은 의미다.
아베(安培) 총리의 보복 근거는 음침하고 비논리적이다. 처음엔 강제징용 판결을 명분으로 내걸었고 곧이어 “북한에 대한 제재를 지키지 못했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캐치올 규제가 미흡하다”로 말을 바꾸었다. 어떻게든 흠집을 내겠다는 심보다. 아베에게 ‘害人害己’ 네 글자와 관련 성어 모두를 선사하고 싶다.
진세근 서경대 겸임교수·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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