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식 한자어는 중국 것과 차이가 있다. 우리 말로는 반사경(反射鏡)이지만 중국에서는 반광경(反光鏡)이라 한다. 우린 보청기(補聽器)인데 중국은 조청기(助聽器)라고 부른다. 우린 응급실(應急室), 중국은 급진실(急珍室)이다.
같은 단어를 놓고 다른 의미로 해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표적 사례가 소요(騷擾)다. 우리에게 소요는 심각하다. ‘소요사태가 발생했다’면 치안이 엄중하게 위협받는 상황으로 받아들인다.
중국의 소요는 강도가 낮다. ‘소동을 일으킨다’는 의미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말썽을 피우다’ ‘귀찮게 하다’ ‘남을 못살게 군다’ 정도의 뜻이다. 성희롱을 성소요(性騷擾), 문자나 e메일 스토킹을 신소요(信騷擾), 전화 스토킹은 전화소요(電話騷擾)라고 쓰는 식이다.
소요와 비슷하지만 다른 의미를 지닌 단어가 시위(示威)다. 시위에 관한 한·중 간 의미 차이는 없다. 시위는 항의 혹은 요구를 드러내기 위해 역량과 의지를 드러내는 집단행동이다.
시위의 어원은 의외로 멀다. 기원전 400년께 편찬된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의 ‘문공7년(文公七年)’편에 “모반했음에도 징치(懲治)하지 않는다면 어찌 위엄을 보일 수 있겠는가(叛而不討 何以示威)”라는 구절이 보인다.
근대에 들어와서는 투쟁, 파업 같은 단어와 함께 쓰였다. 근대 중국의 언론인 쩌우타오펀(鄒韜憤)은 저서 『경력(經歷)』에서 “그는 학생들을 이끌고 교장을 몰아냈다. 그리곤 곧바로 휴업 시위에 돌입했다(罷課示威)”고 썼다.
중국인들은 시위를 4가지로 구분한다. 첫째는 여우싱(游行)이다. 군중들이 한 지점에서 다른 지역으로 걸어가는 행위다. 둘째는 지훼이(集會)다. 대중이 한자리에 모여 연설을 듣는 일이다.
셋째는 주차(糾察)다. 군중이 한 지역 안에서 빙빙 돌며 벌이는 시위다. 마지막은 징쭤(靜坐)다. 시위자들이 한 지역에 몰려 앉아 요구 조건이 관철될 때까지 묵언 시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어느 것이 가장 효과적일까? 시대와 사안에 따라 다를 것이다. 분명한 건, 목소리가 크다고 반향까지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소리가 크면 잘 들리는 대신, 반발도 클 수 있다.
진세근 서경대 겸임교수 겸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사무총장
<원문출처>
중앙선데이 https://mnews.joins.com/article/234787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