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반성택 서경대 교수.png
반성택 서경대 철학과 교수

국회 청문회 때마다 답답하다. 부동산 투기, 위장 전입 등의 7대 결격 사유 정도는 쉽게 넘어서는 모범시민이 후보자 자리에 없어서가 아니다. 후보자들도 지금보다 부조리했던 지난 시절을 살아오며 그 자리에 섰기에 그 시절에서 연유하는 흠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청문회는 후보자가 모범시민인지를 가리려 하기에 답답하다.
 
그러한 후보자는 아주 드물 것이다. 그 자리에 가기까지 어지러운 세태와 타협도 했을 것이다. 지난 시절 군대 징집이 깨끗하게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는 거의 없다. 심지어 국가가 강제징집을 자행하며 불법을 저지르기도 했다. 위장 전입도 과거에는 사문화된 법이었다. 오히려 동양인인 우리에게 '맹모삼천지교'는 자식 교육을 위해서는 무리수도 감수할 수 있다는 가르침으로 들린다. 그리고 일정 규모 이상의 현금거래를 규제하지도 못하고, 또한 국민총생산 대비 너무 높은 비중의 지하경제를 방관하는 이 사회가 세금 탈루를 기준으로 검증하고자 할 때, 이 사회는 고액 현금거래 및 지하경제 담론이라도 펼쳐야 척박한 환경에서 성장한 엘리트들을 키우는 길일 것이다. 나아가 아파트로 한밑천 잡지 못한 이들이 루저로 간주되는 현실은 여전한데, 청문회는 부동산 매매의 결함을 들춰본다. 온갖 편법이 난무하는데도 말이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다는 말이 폐부를 찌르는데 청문회는 깨끗한 집주인을 찾는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 맞는 말씀이다. 아마 서양식 버전은 '너 자신을 알라'일 것이다. 신탁에서 가져와 소크라테스가 했다는 이 말은 책에 적힌 말이 아니다. 그 말은 고대 아테네가 지중해 패권을 둘러싸고 스파르타와 벌인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막바지에서 소크라테스가 젊은이들과의 대화에서 한 말이다.

전쟁 이전부터 아테네는 민주주의로 진화하고 있었다. 기원전 600년경 솔론이 변방의 농민들에게 아테네 중앙에서 열리는 민회 참석의 대가로 일당을 지급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이는 매표라고 비판되곤 하지만, 달리 보면 빈곤층의 정치 참여를 독려한 것이다. 이어 클레이스테네스가 도편추방제 도입과 선거구 개편을 이루면서 민주주의는 본궤도에 오른다. 시민 각자가 국외로 추방할 인물을 도자기 조각에 새기고 이를 집계하여 추방하면서 아테네는 시민사회로 나아갔다. 또한 부유층, 빈곤층, 중산층 마을 각각을 묶어 하나의 선거구, 즉 데모스를 구성하면서 사회 통합을 이루어 갔다. 

이 데모스에 민주주의라는 어원이 유래한다. 민주주의는 선거구의 힘에 기반한다. 그리고 기원전 462년 페리클레스 시기에 아테네 민주주의는 정점에 도달한다. 귀족만이 아니라 평민도 입후보할 수 있으며, 귀족 재판관이 아니라 시민 500명 배심원이 판결을 내린다는 개혁에 아테네는 도달한다. 아테네는 민주화 역사의 정점에서 스파르타와 전쟁에 돌입한다. 전쟁에서 아테네는 수세에 몰리고 기원전 404년 항복한다. 위기의 아테네 민회는 과거 귀족들의 통치를 승인한다. 411년과 404년 각각 몇달 동안에 그들은 수백명의 시민을 살해한다. 마침내 귀족파와 민주파의 내전이 발발하고 아테네 시민들이 승리한다.

아테네는 엄중한 역사를 지나고 있었다. 민주화의 정점에서 패전, 살상, 내전이 이어지는 시기에 소크라테스는 발언한다. 너 자신을 알라. 이 말 앞에 자유로운 인간은 없을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흠결이 있다. 하지만 조국 아테네가 처한 당시의 곤경을 돌파하고자 나선 이들은 소크라테스를 신비한 신을 섬기며 젊은이들을 현혹한다는 죄로 기소한다. 그는 사형에 처해진다. 이후 몇십년 뒤 아테네는 마케도니아 왕국에 망하고 소크라테스는 드디어 인류의 긴 역사에서 성인의 반열에 오른다.  

오늘날까지 그는 너 자신을 알라는 말로 흠결있고 부족한 우리들을 몰아세운다. 그리고 청문회도 흠결없는 인간인지의 여부를 판별하려 애쓴다. 너 자신을 알라는 명제는 우리 모두를 절대적 기준에 세운다. 무결점이라는 기준에서 우리를 평가한다. 반면에 저 말을 거부한 아테네 시민들은 상대적 우월성을 보고자 한다. 당시의 기록을 보면 아테네인들은 절대적으로 정의로운 개인의 실존을 믿지 않았다고 한다. 모두가 절대적 기준에서는 결함이 있지만 그 가운데 보다 나은 후보자를 찾는 방향으로 청문회가 진화하는 것을 보고 싶다. 정의롭지 않았던 이전의 세태를 정책으로 바꾸고자 하는, 그 세태에서 성장한 고위 공직자의 등장을 청문회가 모범시민을 기준으로 가로막는 장면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원문출처> 
List of Articles
Lis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요절한 남편 평생 사랑, 이중섭의 아내[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file 홍보실 2022-10-07 71038

‘서경대학교 디자인학부 시각정보디자인전공 제29회 졸업작품전시회’ 성황리에 개최 file

11월 1일(수)부터 5일(일)까지 닷새간 대학로 서경대 공연예술센터 skon gallery서 서경대학교 디자인학부(학부장 김지인 교수) 시각정보디자인전공 제29회 졸업작품전시회가 11월 1일(수)부터 5일(일)까지 닷새간 매일 오전 10시부터...

'청춘의 열기' 구미를 달구다…제5회 청춘대학가요제 성료 file

12개 팀 참가…서경대 '홀리베어' 창작곡 '어른 애' 대상 경북 메시지 담은 특별상은 대구가톨릭대 '코발트블루’ 10일 오후 경북 구미시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2023 청춘대학가요제' 본선에 출전한 참가자들이 수상을 마...

[서경패션콜①] 포튼가먼트, 낭만 가득 비스포크로 관객매료 file

포튼가먼트는 지난 11월 5일, 광명 테이크호텔 아이벡스홀에서 열린 아시아모델페스티벌 오픈컬렉션의 축하무대로 열린 서경대학교 스콘패션쇼 별경에서 2024 F/W 컬렉션을 선보였다. 포튼가먼트는 이번 컬렉션에서 ‘시간을 초...

[청년발언대] 여전한 유기동물 수…동물등록제가 답이 될까 file

지난 2014년부터 시행된 동물등록제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한 해 10만 마리 내외의 동물이 유기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2022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연간 유기동물 발생 수는 총 11만3천400마리에 ...

외국인 비율 내년 5% 돌파…'다인종·다문화 국가' 준비됐나? file

이주민 남녀 8명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 장세정 논설위원 장·단기 체류 외국인이 지난 9월 말 251만4000명으로 전체 인구(5137만 명)의 4.89%를 차지했다. 내년에 ‘다인종·다문화 국가’ 기준 5% 돌파가 예상된다. 극심...

‘서경대학교 디자인학부 생활문화디자인전공 제29회 졸업작품전시회’ 성황리에 개최 file

10월 25일(수)부터 10월 29일(일)까지 5일간, 대학로 서경대 공연예술센터서 서경대학교 디자인학부(학부장 김지인 교수) 생활문화디자인 전공의 제29회 졸업작품전시회가 10월 25일(수)부터 29일(일)까지 5일간 매일 오전 10시부터...

2023 서경대학교 동문과 함께하는 진로취업박람회 <JOB FIESTA> 개최 안내 file

□ 공지사항 링크 https://www.skuniv.ac.kr/index.php?mid=notice&document_srl=238436

[서경대 MFS] "분할과 분산" 투자는 뻔한 게 답입니다 [MZ+] file

더스쿠프 대학생 기사취조단 서경대 '금융투자연구회'의 MZ세대 실제 투자 보고서 건전한 투자 위한 지침서 '멘토' 서기수의 投資一針 투자자에겐 혹독한 시절이 왔다. 대내외적 악재에 주식시장은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원·...

[서경대 MFS] MZ의 MZ를 위한 MZ에 의한 '나만의 투자일지’ file

더스쿠프 대학생 기사취조단 서경대 '금융투자연구회'의 MZ세대 실제 투자 보고서 건전한 투자 위한 지침서 MZ세대 투자전략 괜찮을까 서기수 서경대 교수(가운데)와 금융투자연구회 학생들. # 20대 청년층이 빚에 허덕이고 ...

서경대학교 뷰티테라피&메이크업학과, KT&G 상상유니브 지원 퍼퓸디자인 프로젝트 ‘2nd 스코블레(skobblé) perfume & cosmetics 전시회’ 성료 file

10월 30일(월)부터 11월 3일(금)까지 5일간, 서경대 5층 뷰티아트센터서···센츠바이스코블레(scents by skobblé) 퍼퓸, 디퓨저, 룸&패브릭미스트 시제품 12종 출시, 전시기간 2차 완판 수익금 전액 학과발전기금으로 기부, 세번째...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