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택 서경대 철학과 교수
반성택 서경대 철학과 교수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여전하다. 장관의 뚝심도 대단하다. 조국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여러 사회적 이슈를 제기하며 유명인물로 등장하였다. 그는 SNS 등을 통하여 발언에 나섰고, 그의 발언이 뉴스로 확산되는 현상으로 이어지기도 하였다. 이는 지식인 사회 참여의 전형적 사례에 해당한다. 많은 경우 지식인의 사회 참여는 자신이 속한 직능집단의 이익에 기여하는데 멈추기 일쑤인데, 그의 사회 참여는 법학교수의 연구 영역인 검찰개혁을 다루면서 촛불혁명의 국면에서 시민들에게까지 연결되어 있다. 말하자면 그는 사르트르가 말하는 '앙가주망' 유형의 지식인인 셈이다.
그가 이제 대통령 참모를 거쳐 장관 청문회에 이르자 검찰이 나선다. 장관도 대단하지만 검찰 또한 대단하다. 지난 몇 주간 뉴스에서 접한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시도한 '검사와의 대화'에서 보여준 그 분위기 그대로다. 거칠 것이 없다. 최근 며칠 사이 그 전직 대통령의 절친인 현직 대통령이 문제를 몇 차례 지적하고, 나아가 검찰개혁을 위한 조속한 방안 마련을 '지시'하자 그들은 지시라는 말에 불편해 하면서 잠시 멈칫 하는 정도로 반응하는 것이 현재 국면에 대한 솔직한 관전평이다.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촉발제였던 서초동으로의 장거리 소환조사에 배석했던 변호사이자 친구는 지금은 대통령이 되어 '검사와의 대화' 시즌 2를 인내하며 발언하고 있다.
지난 몇 주간 스마트폰으로 보던 뉴스들을 이처럼 복기하면 답답한 마음이 든다. 그래도 확실한 것은 이 사태는 장관 개인의 결단 정도로 봉합될 수 있는 단계를 이미 지났다는 것이다. 최근 열렸던 북미 실무회담 등의 이슈도 이러한 국면을 근본적으로 전환하지는 못할 것이란 생각이다. 내년 4월의 총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즉 촛불이 대통령과 지방권력을 접수한데 이어서 촛불 직전의 선거로 형성된 국회 권력까지 장악하는지의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사회적 담론은 이어질 것 같다.
그래도 이 답답한 일들이 진행되어 오면서 우리 사회의 오랜 숙제가 여럿 부각되어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음이 사회적으로 각인된 점은 성과라면 성과다. 검찰개혁에서 교육개혁, 대학입시 문제 등이 그에 해당한다. 이 모두가 시급한 문제이지만 한반도 평화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던 지난 몇 년간 이는 우선순위에서 밀려왔다. 이제 이 문제들은 법무부 장관 관련해 사회적 논란으로 전면에 등장해 있다. 그런데 이렇게 여러가지로 달리 지적되는 문제들은 하나의 요인을 공유하고 있다.
그것은 명문대, 핵심적으로는 서울대 법대라는 존재에 있다. 서울 법대 입학생들은 학력고사나 수능을 최고 성적으로 통과하였다. 우리나라의 교육이 '우리'라는 울타리도 무의미하게 할만큼 살벌한 경쟁, 그것도 이번 사태에서 드러나듯 부모의 재력, 직업관계, 정보망 등을 온통 활용하여 전개되는 약육강식의 현장으로 전락한 데서 나오는 그 개혁의 목소리는 그 정점에 서울 법대나 의대를 놓고 나온다.
장관 후보자도, 검찰총장도, 그리고 청문회 위원 몇몇도 그 곳 출신이다. 그 단과대학에는 매년 150명 내외가 입학하고 절반 정도가 고시에 합격하여 법조인이 된다. 현행 대입제도의 최대 수혜자인 이들은 이제 또 한번의 필기시험에 통과하여 대한민국이 공인하는 시험 달인에 등극하는 셈이다.
고교 1등, 서울 법대 입학, 사법고시 패스라는 이들의 노력과 성적표는 지지자 숫자를 세는 민주주의를 질적으로 밀어낼 정도이다. 엘리트가 사회를 이끌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싹튼다. 검사들 몇몇은 자리에서 물러날 때 우아한 한시를 곧잘 인용하여 의사표시를 하곤 한다.
서울 법대의 입학 커트라인은 지난 수십년간 가장 높았다. 지난 70년대 중반까지의 몇몇 명문고 출신이 퇴장하는 현재, 그들은 최상의 교육 카르텔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고교 평준화는 명문고 카르텔을 붕괴시켜 왔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이며 거의 끝나가고 있다. 마지막 고교 입시세대인 70년대 중반 학번이 은퇴 중이다. 이제 그 공백을 평준화된 고교의 1등, 서울 법대, 사법고시 패스 세력이 대체하고 있다. 바로 여기에서 교육개혁과 검찰개혁은 심층적인 요소를 공유하는 것이다. 교육개혁이 중장기적으로는 검찰 등의 엘리트 직종에 대한 심층적·구조적 개혁에 해당하는 셈이다.
<원문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