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기준 세계에서 5번째로 많은 스타트업을 창업(2197개)한 나라. 세계 4위 인구 대국이면서, 2020년 세계은행(WC) 기준 구매력지수에서 경제 규모 세계 7위인 나라, 바로 인도네시아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5~2020년) 인도네시아의 디지털 분야 경제성장률은 41%로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높다. 미국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T) 미디어 매체인 시비인사이트(CB Insights)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인도네시아의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의 수가 7개로 아세안 국가 중 가장 많다. 벤처기업 대상 기술 투자 기업인 센토 벤처캐피털(Cento VC)의 2020년 보고서를 보면 인도네시아는 동남아 스타트업 투자 자본의 74%를 차지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시 남부의 도심 전경
청년층, IT산업 성장 발판
인도네시아는 1만700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국가다. 2020년 12월 기준 총인구가 2억7350만명으로 인터넷 사용인구 2억명 중에서 절반 이상이 30대 이하인 젊은 나라다. 인터넷 보급 확대와 인구구조, 2016년 첫 디지털혁명 영향으로 핀테크뿐 아니라 이커머스 산업이 크게 발전할 수 있었다. 두 산업을 중심으로 2021년 IT산업은 전년 대비 40% 이상 성장했다. 시장규모로는 1470억달러인데 2024년에는 3200억달러 규모로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남아시아에서 디지털 경제의 규모가 가장 크고, 성장 속도도 가장 빠르다.
특히 핀테크 산업은 30대 이하 젊은층의 적극적인 사용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온라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상품 및 서비스를 사고파는 이커머스 산업도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인터넷 서비스공급자협회(APJII)의 2020년 조사에 따르면 약 2500만명의 인터넷 사용자들이 신규 유입됐다. 세계 인구 4위의 큰 내수시장과 인터넷을 이용하는 30대 이하 젊은층의 유입은 스타트업 성장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인도네시아는 네트워크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2017년 8월부터 전역에 초고속 통신망을 설치하는 ‘팔라파 링(Palapa Ring)’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는 인터넷 인구 확산의 원동력이 됐고, 모바일 결제와 SNS를 활용한 이커머스 산업이 성장하는 기반이 됐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소비 연령층이 확대되면서 이커머스 산업은 또 한 번 성장의 동력을 얻었다.
인도네시아의 여러 스타트업 인큐베이트와 액셀러레이터가 스타트업 육성과 투자에 적극 나서면서 도움을 줬다. 인도네시아 통신정보기술부는 2016년 창업기업 활성화를 위해 ‘국가적 부흥운동’이라는 뜻을 담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Gerakan Nasional 1000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디지털 분야에서 창업기업 성장을 돕기 위해 규제를 해제하고 인프라를 지원하는 정부 역할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1개 데카콘, 6개 유니콘 보유
인도네시아에는 기업가치 100억달러(약 12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을 뜻하는 데카콘 1개 기업(J&T Express)과 6개 유니콘(Akulaku·Xendit·Ajaib·Kopi Kenangan·Traveloka·OVO)이 있다.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의 선택을 받은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루모(Lummo)’도 있다. 루모는 2019년 중소기업을 위한 회계 장부 앱인 ‘부쿠카스(BukuKas)’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2020년 작은 가게나 소규모 사업자들이 자체적으로 쉽게 온라인 스토어를 개설할 수 있게 도와주는 ‘토코(Tokko)’와 합쳐 재탄생한 스타트업이다.
시비인사이트의 유니콘 기업 명단에 올라 있는 전 세계 1000여개 기업 중 데카콘 타이틀을 얻은 건 J&T 익스프레스(J&T Express) 등 52개에 불과하다. 데카콘과 유니콘의 등장은 인도네시아가 디지털 창업 부분에서 신기원을 이룩하는 기반이 됐다. 스타트업에서 성장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고젝(Gojek)이 있다. 인도네시아 최초의 유니콘 기업으로 2019년 데카콘이 됐다. 지난해 5월 또 다른 유니콘 기업인 토코피디아(Tokopedia)와 합병해 지주사 고투(GoTo)로 재편된 후 오는 4월 4일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다. 고젝은 교통, 물류, 결제, 뉴스,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오토바이를 우버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한 고라이드(GoRide)에서 출발해 배달서비스인 고마트와 고푸드, 화물 운송 서비스인 고박스와 고센드, 핀테크 앱인 고페이 등 여러 슈퍼앱을 선보이며 동남아 지역의 가장 큰 기술 플랫폼 중 하나로 성장했다. 토코피디아는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접근 가능한, 가장 큰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다. 매월 1억명 이상이 사용한다. 개인, 소규모 상점, 브랜드 등이 자체 온라인 매장을 열고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온라인몰 비즈니스 모델이다. 2019년 10월 방탄소년단을 홍보모델로 발탁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상장한 부칼라팍(Bukalapak)은 토고피디아, 그리고 싱가포르 기업들인 소피(Shopee), 라자다(Lazada)와 함께 동남아시아 시장을 이끄는 전자상거래 기업들이다. 고객서비스 업무를 로봇이 아닌 인력으로 처리하고, 특히 중소기업과의 상생으로 사랑받고 있다. 트래블오카(Traveloka)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행 관련 앱 중의 하나다. 모바일 앱을 3000만 번 이상 내려받을 만큼 인기 있는 여행 예약 앱으로 자리 잡았다. 오보(OVO)는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인도네시아에는 잠재적인 유니콘 기업들도 많다. 특히 차세대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분야가 애듀테크와 헬스테크다. 루앙구루(Ruangguru)는 대표적인 에듀테크 기업이다. 추정 평가액이 5억달러에 달해 차세대 유니콘으로 꼽힌다. 헬스테크 분야에서는 원격의료 플랫폼인 알로독터르(Alodokter)가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거래량이 늘면서 시장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스타트업들의 대다수는 디지털 기반이다. 그럼에도 4세대(G) 이동통신 접속이 되지 않는 마을이 전체의 15% 수준이어서 정보기술 인프라 개발이 절실하다. 전자상거래 스타트업 분야가 성장하려면 1만8000여개의 세계 최대 도서국가라는 점을 고려해 인터넷 네트워크망과 배송시간 문제 해결, 물류시스템의 발전 등이 뒤따라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전규열 서경대 경영학부 겸임교수
<원문출처>
N뉴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3/0000043902?sid=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