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서경대학교 운동장
2020년은 코로나 19로 시작해서 코로나 19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 19가 모든 이슈를 삼켜버렸고 우리의 일상과 풍경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다. 우리 대학도 학생들의 등하교로 붐볐던 버스정류장이 한산해졌고 각종 행사로 시끌벅적했던 캠퍼스 내 이곳저곳이 텅 빈 채 고요함마저 감돌았다. 수강하는 학생들로 가득찼던 강의실은 적막감이 느껴졌고 비대면 수업이 일상이 되었다.
학생들은 지난 3월 약 1-2주간 개강이 연기된 이후 대부분의 수업과 시험을 온라인으로 치러야만 했다. 2학기 때에는 학기 초반에 코로나 19 확산세가 잠시 추춤해짐에 따라 대면수업의 기대감이 커졌으나 이내 코로나 19의 재확산 및 장기화 여파로 온라인 강의가 진행되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정상적인 학교생활은 물론 외부활동조차 하지 못함에 따라 우울증과 무기력함을 동반하는 ‘코로나 블루’를 겪기도 했다. 2020년에 입학한 신입생은 첫 대학생활 1년을 교정에서 보낼 수 없었으며 4학년은 대학교에서의 마지막 학년을 언택트 프레임 속에서 보내야만 했다.
한편,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면서 생긴 여가시간을 이용해 자격증 취득이나 취업과 관련한 공부나 활동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또한 상당수의 학생들은 서경대학교에서 온라인 방식으로 준비한 캠프 프로그램과 다양한 비교과 프로그램 등에 참여해 학교에 나오지 못 하는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온라인 대학생활로 인해 혼란스러웠던 2020년, 우여곡절 끝에 종강을 맞이한 학생들은 2020년 한 해를 어떻게 보내고 느꼈는지 알아보기 위해 김유민(문콘 20), 윤상준(전자 18), 이동구(영화 15) 학우를 만나보았다.
- 온라인으로 개강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김유민 “올해 신입생으로 입학하며 대학생활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개강한다는 소식에 새내기 라이프를 즐길 수 없다는 사실에 굉장히 절망적이었고 실망이 컸다. 한 해가 끝난 지금도 아쉬움이 크다.”
윤상준 “상당히 아쉽고 당황스러웠다. 학교에 가서 전공 수업을 듣지 못 한다는 점, 과 동기들과 스터디나 조별 활동을 해야 하는데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없다는 점에 상당한 아쉬움을 느꼈다.”
이동구 “올해 2학기 복학을 할 무렵, 1학기에 이어 2학기도 온라인으로 개강한다는 이야기 들었다. 6월 종강 총회 때부터 본격적으로 줌, 구글 미트로 비대면 방식을 처음 접했는데, 혼란스러웠고 기본적인 진행 방식이나 인터페이스 같은 부분에서 적응하는 데에 시간이 걸렸다.“
학교 웹메일 드라이브에 업로드되는 녹화 강의들
- 온라인 수업, 전반적으로 어땠나?
김유민 “사실 집에서 들을 수 있다는 점이 편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교수님들도 온라인 방식의 수업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삐걱거리는 부분이 많았다. 출석 부르는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이 부분이 가장 큰 단점이라고 느껴졌다. 그래도 전반적인 수업의 질은 괜찮았다.”
윤상준 “개인적으로 좋은 면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좋았던 점은 한 번 듣고 잊어버리기 쉬운 내용들이 있는데, 다시 반복해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ppt와 같은 시각 자료를 강의실에서는 뒷자리에 앉을 경우 보기가 힘들었는데, 온라인 수업은 화면 공유 시스템이 있어 이러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었고 이에 따라 집중하는 데에 수월함이 있었다. 안 좋았던 점은 현장 수업에서 느끼는 긴장감이나 즉각적인 피드백이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대면 수업을 통해 교수님들과 이론, 실습 수업을 진행하며 질의응답을 하고 현장 피드백을 받을 문제들이 있는데, 이러한 부분에서 한계가 있었다.”
이동구 “실시간 수업과 녹화 강의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녹화 강의 수업 같은 경우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점과 본인이 원할 때 들을 수 있다는 것에서 자율성이 부여되는 점이 좋았다. 실시간 강의는 피드백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졌기에 의사소통이 필요한 수업에서 좋았다. 두 가지 방식 모두 교수님과 상호작용 측면과 전공 특성상 영상 자료를 많이 보게 되는데 네트워크 환경에 따라 영상이 끊기거나 화면이 안 나오는 문제들이 생기기도 해 아쉬움이 있었다.“
- 온라인 시험은 어땠나?
김유민 “배운 내용에 대해 시험을 보지 않고 대부분 과제로 대체했는데, 그 점이 아쉬웠다. 어느 정도 학습이 이루어졌는지 평가하기 위해서는 시험을 봐야 하는데, 과제로 대체하는 강의가 많아서 변별력 측면에 대해 아쉬움이 남았다.”
윤상준 “과제 제출을 할 때 구글 클래스룸과 같은 프로그램을 썼는데, 사용해본 적이 없어 다소 미숙한 면이 있었다. 행여 제출 시간이 늦어지거나 빈 파일로 제출하게 될 것 같아 걱정되어, 한 시간 시험이었는데 50분 만에 급히 마무리 짓고 내야했다는 점이 아쉬웠다.
이동구 “이번 학기의 경우 전공 강의만 들었는데 평가는 과제로 대체되었다. 주변 동기들에게 들었는데 교양 강의 시험에서 여러 가지 이슈들이 있었다. 시험 때 시스템적 문제로 시험을 보지 못해서 일정을 다시 잡았는데, 안 되는 학생들이 있었음에도 강행하는 수업이 있었다. 또 비대면 방식이기 때문에 대부분 시험이 오픈북으로 진행되었는데 공부가 아닌 정보 습득을 통한 시험 준비 부분에서 형평성이 원활히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영화영상학과의 경우 영화사나 이론들은 대면 강의 때에는 시험을 봤었는데 이번 년도의 경우 일반교양 과목처럼 에세이 방식의 과제로 대체되었다. 시험은 답이 정해져 있다는 면에서 절대적인 부분이 어느 정도 있는데, 과제는 상대적인 부분이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점에서도 변별력에 대한 문제가 있었다.”
- 온라인 수업으로 생긴 여유 시간에는 주로 무엇을 했나
김유민 “대부분 여유 시간에는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온라인 수업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또, 여유 시간이 많아져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들을 읽을 시간이 많아져서 좋았다
.”
윤상준 “원래 학기 중이라면 가지지 못 했을 여유로운 잠을 잘 시간이 있었고, 대외 활동이나 개인적인 공부 시간이 많이 생겨서 좋았다. 남는 시간에 운동을 할 수도 있고 평소 해보고 싶었던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이동구 “예년의 경우 과 특성상 영화를 제작하는 데에 있어 사전작업 시간이 부족했는데, 올해에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겨 좋았다. 다른 동기들의 경우 수강신청을 할 때 아침 시간은 빠듯해서 꺼려했는데, 온라인으로 진행함에 따라 물리적 제한이 사라져 수강신청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어서 좋았다는 학생도 있었다. 또, ocu 강의를 들을 시간적 여유가 생겨 좋았다.”
발걸음이 끊긴 서경대학교 캠퍼스
- 정상적인 대학생활을 즐기지 못 했는데 가장 아쉬운 점은?
김유민 “선배들이랑 관계를 구축해놓을 수 없었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 대학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 중 하나로 인간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코로나로 인해 선배들과 교류할 수 있는 행사나 기회가 없어 아쉬웠다. 또, MT나 OT 같은 큰 행사를 즐기지 못 한 것에도 큰 아쉬움이 남는다.”
윤상준 “매 학기마다 많은 학우들이 모인 개강 총회나 종강 총회에서 교수님들께서 주시는 말씀들이 대학생활에 있어 큰 의미가 되었다. 하지만 올해는 이러한 자리를 가질 수 없어서 조언을 들을 시간이 없었다는 점에서 가장 아쉬움이 남는다.”
이동구 “아무래도 여러 가지 학교 행사들을 즐기지 못해 아쉬운 면도 있지만 복학생 입장에서 신입생이나 새로운 학우들과 교류가 안 돼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데에서 오는 아쉬움이 가장 컸다. 전공 특성상 팀별 프로젝트가 많아 학생 간의 교류가 필수적인데, 신입생조차 서로 잘 모르고 선배도 후배들을 알 수가 없었다. 이에 따라 작업하면서 후배들에게 알려주지 못하는 데에서 한계가 있었다. 또, 연기 전공이나 미용예술 학과와 협업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부분에서도 마찬가지로 원활히 이루어지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다.”
- 2021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김유민 “2021년에는 조별 활동이나 선후배 대화 수업이나 활동이 따로 있었으면 좋겠고, 동기들과도 친해질 수 있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대부분 신입생들이 자리가 없어서 선배들은 물론 동기들조차 잘 모르고 있는데, 이에 대해 빠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할 것 같다. 코로나 19 상황이 계속된다면 과 자체적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교류행사라도 있으면 좋겠다. 강의 면에서는 교수님들이 좀 더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 능숙해지셔서 보다 원활한 수업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윤상준 “2020년에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느낀 것은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서경대학교 학생 모두가 건강했으면 좋겠고, 코로나 19가 빠른 시일 내에 종식되어 모두 함께 학교를 다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동구 “펜데믹 상황 자체가 얼마 동안은 좋아졌다가 얼마 동안은 나빠지는 등 예측을 할 수가 없는데, 학교 차원에서 플랜 B를 만들어서 상황의 악화나 완화 시점에 따라 가이드라인에 맞춰 학생들이 겪는 혼란을 최소화했으면 좋겠다. 2020년의 경우 실시간 강의 관련 이슈와 평가 방식에서 혼란을 많이 겪었는데, 이러한 부분에 대한 대책 마련을 통해 학우 분들 모두 혼란스럽지 않은 2021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코로나 19 3차 대확산 여파로 한층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용하고 있는 지금, 2021년에는 대면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불확실한 것이 현실이다. 모두가 처음 겪은 사상 초유의 펜데믹 사태의 불안감 속에서 끝난 2020년, 빠른 시일 내에 코로나 19가 종식되어 2021년에는 마스크를 벗고 캠퍼스를 자유로이 거닐며 꿈과 청춘을 이야기하고 일구어가는 학생들의 모습을 캠퍼스에서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홍보실=민경범 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