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고등교육]
구자억
서경대학교 대학원장, 한국창업교육학회장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1990년대 초 486컴퓨터로 작업을 하던 때가 엊그제 같다. 그런데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하는 딥러닝 상황까지 도달하였다. 일각에서는 벌써 5차산업혁명 이야기도 한다. 이제 기존의 지식 패러다임, 교육 패러다임으로는 생존이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새로운 가치의 창조, 신기술의 창출이 필요한 시기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은 것을 창조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결국 이런 모든 것은 창업과 관련된다.
지금 세계는 창업형 대학이 각광을 받는 추세다. 창업형 대학이 사회발전의 중심축이 되고,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제 창업형 대학은 각국 연구형 대학의 발전방향이 되고 있다. 일반대학들도 창업형대학으로의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대학에서의 창업은 걸음마 단계다. 많은 대학들이 창업중심대학을 표방하고 있지만, 정말 그런지는 의문이 든다. 창업형 대학은 창업정신, 연구실력과 성과의 전이, 상업화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대표적 창업형 대학으로 미국의 MIT, 스탠포드대학, 영국의 워릭대학, 이스라엘이공대학 등을 들 수 있다. 스탠포드대학은 창업형 대학의 모델이 되는 학교다. 이 학교는 학제간 연구를 매우 중시한다. 디스쿨이 대표적이다. 스타트업의 산실 실리콘밸리는 스탠포드대학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MIT도 세계에서 지명도가 높는 창업형대학의 하나이다. MIT 졸업생들이 창업한 회사는 거의 독립국가수준이다. 그 판매량이 세계11대 경제 규모에 들어간다. MIT의 창업체계는 대학, 기업, 정부의 나선형 모형이다. 대학은 신기술과 지식재산권을 가지고 있고, 기업은 대학의 지식재산권을 상품화한다. 정부는 정책 제정자와 위험투자자로서 기업과 대학의 발전을 도모한다.
특히 MIT는 학제간 연구, 학생동아리를 통한 창업활동도 중시한다. 학생들이 조직한 10만불창업대회는 이미 130여개의 회사창업과 2500개의 직책을 만들어냈다. 영국의 워릭대학은 우리에게는 생소한 대학이다. 그러나, 이 대학은 신생의 창업중심대학이다. 워릭대학의 교육은 응용성과 실용성을 매우 중시한다. 이를 위해 학교기업과 사이언스 파크, 학제간 연구센터를 설치하고 있다. 학교기업인 워릭제조업그룹(WMG)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학교운영에 도움을 받는다. 사이언스 파크는 신기술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신기술 능력이 있는 중소기업에 공간제공, 인큐베이터, 융자, 마케팅전략 자문 등의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이스라엘 이공대학은 세계에서 지명도가 높은 이공대학의 하나이다. 70%의 교우가 이스라엘 경제발전을 이끄는 과학기술회사에 초빙을 받는다.
그리고 25%의 졸업생이 대기업의 총재와 부총재에 재직하고 있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이스라엘 기업의 50%가 이 대학 출신이 창업한 것이다. 또 최소한 23%의 졸업생이 창업을 하였다. 그럼 이스라엘이공대학은 왜 창업형대학이 되었는가? 타 대학과 마찬가지로 사이언스 파크를 만들었다. 이들은 이 사이언스 파크를 기업가 인큐베이터라고 부른다. 사이언스 파크에서는 투자와 합작대상을 찾아주고, 법률지원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른 하나는 연구개발기금회사이다. 이를 통해 학교의 연구활동을 장려하고, 연구성과를 전이하도록 한다.
또 학제간 연구센터를 통해 산업수요에 근거해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산업계와 밀접히 연계되도록 했다. 이를 사례를 보면 창업형 대학으로 가는 길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학교와 산업계의 긴밀한 소통, 다학제 연구의 수행, 사이언스파크 설치, 학교기업 운영, 창업지원 시스템 및 창업교육체계 구성 등이 세계유수 창업형 대학들이 수행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은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들이다.
결국 우리에게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창업을 중시하는 마인드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제 한국대학들도 무늬만 창업중심이 아닌 창업형 대학 운영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그래야만 급변하는 세계에서 대학이 생존할 수 있다.
<원문 출처>
교수신문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43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