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반성택 서경대 철학과 교수.jpg
반성택 서경대 철학과 교수

우리의 5월은 기념하는 날로 가득하다. 어린이, 성년, 부모를 생각하고, 스승과 노동자도 챙긴다. 또한 4·19와 5·18로 시작되는 우리 사회의 봄은 노무현과 6·10 항쟁으로 치닫는다. 이처럼 우리의 봄날은 가정과 직업도 챙기면서 동시에 사회의 앞날도 개척하느라 분주하다.

봄을 가득 채우는 이러한 날들을 보내면서, 왜 우리는 봄에 이토록 뜨거운지 알고 싶다. 가정에서 어린이와 부모를 생각하고 또한 학교에서 고마움을 표하고 싶은 선생님에게 5월에 연락하는 것은 주로 가정과 개인의 일이다. 우리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충분히 도덕적이다. 또한 노동절이 근로자의 날이라 칭해질 때, 우리는 이 역사적인 날이 근로하는 이들의 헌신을 기리는 도덕적이고 몰역사적인 기념일로 전락하는 것도 감내하며 그 하루를 보낸다. 노동이라는 말이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의미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제도 안에서 그 날을 기리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날들로 인하여 우리의 봄이 뜨겁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의 봄이 이토록 질주하는 것은 봄날의 미완성에 기인한다. 4·19를 두고 수없이 들리는 말은 미완의 혁명이라는 말이다. 4·19를 그 전후의 추이로만 보면 이는 사실 혁명이기 어렵다. 4·19의 뜻이 제도화되자마자 5·16으로 곧바로 뒤집혔기 때문이다. 이에 이 사건에는 미완성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왔다. 그러면서 그 뜻이 이후의 시간에서 실현되어야 한다는 외침과 다짐이 담긴다. 

마침내 20년 뒤 5·18은 같은 의미로 발발한다. 4.19를 미완이게끔 한 세력은 80년 광주에서 발포한다. 무려 39년이 지난 오늘에도 이어지는 부당한 발언과 장면들은 이 또한 미완이라고 알려준다. 대표적으로 발포 책임과 암매장 의혹, 그리고 공수부대의 작전 실태가 규명되어야 하는 것이다. 80년 광주는 4·19 당시의 발포 명령자에 대한 처벌이라도 이루어진 데에 비하면 한층 더 미궁에 빠진 셈이다.

이러한 운명에 처한 80년 광주는 그 뒤 몇 년간 대학의 학생회관에서 비디오로 재생되고 이어서 거리 투쟁으로 점화된다. 그 정점은 87년 6·10 항쟁이었다. 그 해의 늦은 봄과 초여름은 드디어 결실을 앞두고 있었으나, 그 결실은 제도적 개혁에까지 이르지는 못한다. 오늘날에도 87년 체제의 한계가 거론된다. 헌법은 개정되나 대통령 직선제에서 결선투표는 없는 채로, 또한 국회의원 소선거구제의 대표적 문제인 사표를 대책없이 방치하는 채로 1987년의 사회는 나아가고자 하였다. 그러면서 이 사회는 갈팡질팡한다. 민주공화국 시민들의 정치적 의지는 거리에서 승리하나 제도화에서는 그 뜻을 관철하는 데 실패한다.

이에 우리의 봄날은 시민의 정치적 의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며 어김없이 도래하고 그 봄들은 충돌의 단면을 켜켜이 선명하게 쌓아간다. 그 충돌은 역사적 장면들을 양산한다. 정치 제도가 시민들의 정치적 의지를 불균등하게 담아낼 때 리더는 등장하여 시민에 직접 호소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2002년 민주당의 당내 경선 전후가 이를 말해준다. 이렇게 어렵사리 등장한 리더에게 이번에는 그 리더 자신이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역사 장면이 귀속한다. 이에 또다시 봄은 미완성에 머문다.

그리고는 최근에 국회에서 선거법 등을 둘러싸고 패스트트랙 몸싸움이 벌어졌다. 처음에는 몸싸움으로 시작되었으나 선진화법으로 인하여 말싸움으로 전이되면서 그 법안들은 패스트트랙에 지정된다. 핵심은 선거법이었다.

이는 우리의 5월이 그토록 뜨겁게 거리를 질주한 지난 수십년을 일부라도 제도의 틀로 정착시키려는 오랜 기다림의 산물이다. 시민의 정치적 의지와 제도적 대표성 사이의 상당한 불균형을 완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정도에도 국회는 멈춘다. 멈추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다. 의원들도 그리고 많은 시민들도 알고 있다. 4·19에서 5·18을 거쳐서 노무현과 6·10까지를 관통하는 봄날들이 이제는 거리의 외침과 구호에 그치지 않고 이 공동체의 규칙으로 연결되려는 순간이 바로 패스트트랙 지정 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2018년 초 평창올림픽에 바로 이어서 많은 이들이 한반도의 봄을 거론하였다. 그 봄은 현재 지체되거나 오리무중 상태에 빠져 있다. 한반도의 봄이 너무도 늦게 도래하여 그 결실을 점치기 어려운 현재, 우리의 5월은 길게 이어진 미완의 역사와 드디어 결별할 수 있는 패스트트랙에 진입해 있다. 부디 더는 이 분주한 봄날에 불행한 정치적 기념일을 추가하지 않고서 봄이 여름으로 만개하고 가을의 수확으로 이어지기를 고대하고자 한다. 이는 우리의 5월이 치룬 그 헌신과 희생을 떠올리면 그래야만 한다.

<원문출처> 
List of Articles
Lis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요절한 남편 평생 사랑, 이중섭의 아내[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file 홍보실 2022-10-07 46454

서경대학교, ‘SKU NSLB(No Student Left Behind) 프로그램’ 운영으로 신입생의 마음건강 돌봄을 위한 선제적 대응 체계 갖춰 file

서경대학교 진로심리상담센터(센터장 민미희 교수)는 매년 신입생을 대상으로 마음건강 돌봄을 위한 심리진단 프로그램인 ‘SKU NSLB(No Student Left Behind)을 운영해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원만히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권재욱 서경대 특임교수 칼럼:[시론] 왜 착한 사람이 고통을 받을까? file

권재욱 서경대 특임교수 바쁜 일 없는 사람에게 순백의 눈과 함께 시작하는 아침은 축복이다. 이른 아침 창문을 열어제꼈을 때, 창호지 바른 여닫이 문이 아니어도, 한아름 풍겨오는 삽상한 내음과 뜰 앞에 전개되는 눈 부...

서경대학교 2021학년도 정시모집 경쟁률 8.81대 1 기록, 주요 대학 경쟁률 전년대비 일제히 하락 속 서울지역 4년제 주요 대학 중 2년 연속 1위 유지 file

서경대학교가 2021학년도 정시모집 경쟁률에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서울지역 4년제 주요 대학 중 1위를 기록했다. 서경대학교는 1월 11일 2021학년도 정시 신입생 모집 원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611명 모집(정원 내)에...

서경대 ‘하이브리드 커리어 챌린지 프로그램’ 운영해 학생들의 취업준비에 대한 효능감 만족도 높여 file

서경대가 취업을 앞둔 4학년 재학생들의 취업준비 활동을 심도있게 밀착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11월25일부터 12월8일까지 2주간 온-오프라인을 병행해 진행한 하이브리드 커리어 챌린지 프로그램(CCC: Career Challenge Campus)이 취...

서경대학교, 코로나 19 확산 및 장기화 속 ‘CREOS LMS’ 시스템 운영, 학생들에게 호평 받아 file

대학교육이 코로나 19의 확산 및 장기화로 비대면 수업이 주를 이루는 등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가운데 서경대학교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해 오고 있는 ‘CREOS LMS’ 시스템이 학생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

주민 참여 이끌어 지역사회 문화예술 활성화 앞장 file

서경대학교 서경대(총장 최영철)가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문화예술사업을 통해 교육격차 해소, 미래인재 양성,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서경대는 2011년 교육부 주관 ‘대학 주도 방과후학교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에 선...

서경대학교, ‘금융전문가 양성과정’ 통해 금융산업 현장서 즉시 활용 가능한 실무형 금융전문가 양성에 박차 file

서경대는 '금융전문가 양성과정'을 개설하고 지난 8월과 11월 2차례에 걸쳐 AFPK 시험대비 특별반 프로그램을 운영한 데 이어 지난 11월 금융인의 날에는 현직자와의 대화 및 전문가 특강을 개최하는 등 금융 현장에서 즉...

세한도를 사랑한 일본인[이즈미의 한국 블로그] file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서경대 국제비즈니스어학부 교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 중인 ‘한겨울 지나 봄 오듯―세한(歲寒) 평안(平安)’ 특별전에 다녀온 후, 나는 ‘세한도’를 한때 소장했던 일본인 학자 후지쓰카 ...

세종대·명지대·서경대 등 5개 대학, 20일 대학혁신 우수사례 공유한다 file

‘2020년도 대학혁신지원사업 우수사례 성과포럼' 포스터 세종대와 명지대 등 5개 대학이 대학혁신지원사업을 통해 얻은 다양한 교육 운영의 노하우를 공유한다. 세종대(총장 배덕효) 대학혁신지원사업추진단은 명지대, 서경대, ...

‘텔레비전에 방영된 서경대 캠퍼스…얼쑤 좋다! 우리 학교’ #3 file

코로나 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으로 학생들이 등교를 하지 않아 교정이 텅 빈 채 활력을 찾아보기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서경대학교 캠퍼스에서는 TV 드라마 촬영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북한산 국립공원을 곁에 둔 서경대...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