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권재욱 서경대 특임교수.jpg

참으로 약한 것이 사람이다. 그의 몸은 약간의 기온 상승에 땀을 뻘뻘 흘리고 약간의 기온 저하에 벌벌 떨며 옷깃을 여민다. 천하보다 귀한 그 육신을 앗아 가는데 한 방울의 독소와 미미한 바이러스면 족하다.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마음의 연약함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희 로 애()락의 롤러 코스트를 타고, 시각마다 애() 오 욕의 번민에 괴로워 한다. 스님들은 한 마음 먹으면 천국이요, 또 한 마음 먹으면 지옥이라며 마음 다스림이 알맞은 온기의 크림 수프 먹기인 듯 얘기하지만, 입에 붙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제대로 보여준 스님을 전설 바깥에서 찾지 못했다.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 햄릿이 아버지가 돌아 가신지 한 달도 안되어 삼촌과 결혼한 어머니를 원망하며 무탈한 세상 여자들까지 싸잡아 비난하였지만, 정작 좌고우면하다 파국을 맞은 자는 자신이니 남녀가 다르지 않다.

 

마음은 대충 아쉽다. 끝 모를 욕망은 채워도 채워도 부족하고, 내일 일을 걱정하지 말라는 전능자의 금언에도 불구하고, 배 부른 오늘, 내일 걱정에 불안해 한다. 삶이 고해인 이유가 꽃 피고 맛난 과실 주렁주렁한 초여름에도 마음은 늘 불만의 계절에서 굶주리고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 만족하는 척, 평온한 듯 하지만 대개 마음 속 깊은 곳에 두려움이나 불만이 숨어 있다. 사람의 의식 속에 일말의 열등감도 없는, 항시 쾌청한 하늘은 없다. 없는 듯 희미한 구름 한 점, 미약한 바람 한 가닥이 어느 순간 먹구름이 되어 비를 내리고 폭풍으로 돌변한다.

 

아프고 불만스러웠던 기억이 낙인이 되어 자신이 어딘가 부족하게 느껴지는 잠재의식, 그것을 심리학과 정신 분석학에선 콤플렉스라 이름한다. 사람은 누구나, 그대가 예외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크거나 작거나 간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우리네 삶은 콤플렉스와의 갈등과 싸움과 화해의 과정이다. 프로이트와 카를 융 이후 심리학은 콤플렉스를 건드리지 않고는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다. 키 작은 사람은 키 큰 사람에게 기 죽는다. 내세울 게 없는 출신은 귀한 신분에게 괜히 주눅든다. 엄한 아버지의 훈육을 받은 아들은 더욱 엄혹하게 되거나 마냥 방임하는 아빠가 되기 쉽다.

 

심리학자 A. 아들러는, 성적 에너지인 리비도가 삶의 원동력라고 주장한 프로이트와는 달리, 열등감이 사람의 행동을 결정짓는 동기의 근원이라고 설파했다. 내면화 된 콤플렉스와 어떻게 화해하고 동기화(動機化)하느냐에 따라 삶의 그림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키 작은 촌놈 출신의 나폴레옹과 아버지를 능가하고자 압박받은 알렉산더, 환관의 손자인 조조는 그들의 열등감을 삶의 에너지로 활용하여 놀랍고 기발한 스토리를 남겼다. 그들 외에도 콤플렉스를 물감 삼아 역사적인 큰 그림을 그렸던 인물들은 많다. 하지만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올가미에 걸린 짐승처럼 열등감에서 벗어나지 못해 슬프거나 우울한 그림을 그렸다.

 

그 의도하지 않은 그림은 사람 간의 신뢰나 사랑의 밑동이 흔들리면서 시작된다. 열등감이 큰 사람일수록 사랑하는 사람을 쉽게 의심하며 질투심에 쉽게 무너진다. 월등한 상대가 자신 같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내심 믿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비극 문학의 백미라는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는 사랑하는 연인 데스데모나를 오해하여 목졸라 죽이고 자신도 자결하는, 참으로 불우한 사내의 이야기이다. 누구보다 용감하고 충성스런 장군이지만, 그의 인종적 콤플렉스가 더없이 지고 지순했던 사랑을 질투에 눈먼 이아고가 던진 손수건 한 장에 참혹하게 날려보냈다. 소년시절 하필이면 주인공을 검은 피부의 무어인으로 내세웠을까 의아해 했었는데, 어의없는 거짓말에 쉽게 넘어가게 하기 위한 문학적 장치였던 것이다.

 

사회도 개인과 한가지다. 세상에 거짓말이 횡행한다는 것은 그것을 쉽게 믿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고 사회적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다는 말이다. 위선과 불만이 세상에 가득하여 사회적 콤플렉스로 자리잡으면 하나 둘 거짓 선지자가 고개를 내민다. 증오와 음모와 뻔뻔한 언설이 사람들의 조급한 욕망과 불안, 두려움을 먹이 삼아 장마철 곰팡이처럼 극성스레 발호한다.

 

실력도 통하지 않고 운도 따라주지 않으면 점쟁이를 찾는다. 그것도 위로가 되지 않으면 수상한 사람의 부추김에, 그의 헛된 이야기에 거짓인 줄 알면서도 흔들린다.

 

인간은 한 줄기 바람에도 흔들리는 연약한 갈대다 그러나 생각하는 갈대다. 올곧은 사유가 두렵고 불안한 심사(心思)를 진정시킬 수 있다. 그대의 데스데모나는 누구인가? 그대, 교활한 인간이 던진 손수건 한 장에 지순한 사랑을 날려버린 오셀로가 되려는가? “희망에 차 기대했던 것이 최악이 되는 것을 보는후회스런 일이 다시는 없기를...

 

<원문출처>

e대한경제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106301640246640361

List of Articles
Lis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요절한 남편 평생 사랑, 이중섭의 아내[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file 홍보실 2022-10-07 42046

서경대, '문화예술교육개론' 교육과정 적합여부 및 전공인정 심의 승인 예술대학 재학생 ‘문화예술교육사’ 취득 가능해져 file

서경대학교(총장 최영철)가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필수 교과목인 '문화예술교육개론'의 교육과정 적합여부 및 전공인정 심의를 거쳐 직무역량 교육과정으로 인정받았다. 이번 승인으로 예술대학의 모든 학생이 본 ...

서경대학교 청년문화콘텐츠기획단 학생들이 제작 및 방송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직업방송의 생방송 ‘취업이 보인다 X 청년기획단이 간다!’ 프로그램 52회 차 방송분 ‘연기 지도자’ 편, 3월 11일(월) 오전 11시부터 약 1시간 동안 방영돼 file

서경대학교 청년문화콘텐츠기획단(운영위원장 방미영 교수, 이하 ‘청문단’) 학생들이 제작 및 방송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직업방송의 생방송 ‘취업이 보인다 X 청년기획단이 간다!’ 프로그램(아나운서 ‘조서연’, PD ‘한아름’)...

서울총장포럼 20일 한국프레스센터서 연다... 서경대 등 23개 대학 참여 file

서울총장포럼(회장 원윤희, 서울시립대 총장)은 ‘제12회 서울총장포럼’을 오는 20일 오후 3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제12회 서울총장포럼은 공유대학 플랫폼을 통한 세계 최초의 온라인 학점교류가 시연되며, I...

[진세근 서경대 겸임교수 칼럼] 시진핑이 '저질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유 file

요즘 쓰레기가 화두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핵심은 중국이다. 중국이 쓰레기 수입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먹고 살만 해졌으니 쓰레기를 안 받는 것이겠지’라고 한가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단순히 ‘그런 지저분한 물건 취급 안...

서경대학교 예술교육센터, 지역 아동·청소년 대상 예술교육 지속적 실시 file

서경대학교와 성북구청이 손잡고 제6회 ‘뮤지컬 드림캠프’ 교육 실시 뮤지컬 드림캠프 결과발표의 장 ‘뮤지컬 드림캠프 장면발표회’ 개최 서경대학교 예술자원 활용해 지역 단위학교의 예술교육 활성화 ‘앞장’ 서경대학교(총장...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국제비즈니스어학부 교수의 한국 블로그] 성북동으로 돌아올 간송을 추억하며 file

누군가 내게 존경하는 한국인이 있느냐고, 그게 누구냐고 물어본다면 서슴없이 나는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과 간송 전형필 선생, 그리고 혜곡 최순우 선생이라고 하겠다. 한국의 민주화와 천주교를 위해 애쓰신 추기경, 한국 문...

서경대학교 공연예술학부 모델연기전공, 제4회 졸업패션쇼 개최 file

6월 14일(금) 오후 4시와 7시 서경대 본관 8층 컨벤션홀서 서경대학교 공연예술학부 모델연기전공(주임교수 강신)의 제4회 졸업공연(패션쇼)이 6월 14일(금) 오후 4시와 7시 두 차례 서경대 본관 8층 컨벤션홀에서 개최된다. 이번 ...

주민 참여 이끌어 지역사회 문화예술 활성화 앞장 file

서경대학교 서경대(총장 최영철)가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문화예술사업을 통해 교육격차 해소, 미래인재 양성,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서경대는 2011년 교육부 주관 ‘대학 주도 방과후학교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에 선...

‘제2회 서경대학교 전국 모노로그 콘테스트’ 본선대회 개최 file

대회 참가자 206명 중 예선 통과한 80명 기량 겨뤄 1등 문재웅(한영고 졸업), 2등 고주연(영락고 3학년), 3등 윤정주(보정고 졸업) 차지 서경대학교(총장 최영철)는 8월 11일(토) 교내 북악관 북악홀에서 ‘제2회 서경대학교 전국...

『코로나 엔데믹 시대, 서경대학교의 중앙동아리 알아보기』 기획시리즈 #5<체육분과2> file

코로나 19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전환되고 있는 가운데 대면수업 가능 인원이 확대되면서 그간 한산하기만 했던 캠퍼스에 학생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강의실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코로나 19의 확산 및 장기화로 2년이 넘도록 위축...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