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한자.jpg

“큰물을 만나면 관찰해야 한다(見大水必觀)는 말씀은 무슨 뜻인가요?” 자공(子貢)이 공자(孔子)에게 물었다. 

공자의 답은 친절하고 소상했다. “물은 만물을 키우지만 얼핏 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듯 보인다. 이게 덕(德)이다. 낮은 곳으로 흐르지만 순리와 법칙을 따른다. 이건 의(義)다. 쉼 없이 흐르지만 마름(盡)이 없다. 바로 도(道)다. 막힌 곳을 뚫어 길을 내고 백장(百丈) 절벽을 만나도 두려워하지 않으니 용(勇)이며, 그릇에 담아도 기울지 않으니 법(法)이고, 공간을 채워도 한 점 빈 곳을 남기지 않으니 정(正)이다. 연약하고 작지만 미치지 않는 곳이 없으니 찰(察)이며, 물질을 씻어 정갈하고 아름답게 하니 교화(敎化)다. 만 번을 굽어도 반드시 동쪽으로 흘러가니(萬折也必東) 지(志)다. 이것이 군자가 물을 관찰해야 하는 아홉 가지 이유다.” 유명한 구덕론(九德論)이다. 순자(荀子) 유좌(宥坐)편에 보인다. 

여기서 만절필동이란 성어(成語)가 나왔다. 강이 만 번을 굽이쳐 흘러도 결국은 동쪽으로 흘러간다는 말이다. 사물이나 현상이 아무리 요동을 쳐도 결국은 순리대로 흘러간다는 얘기다. 일이 꼬일 때, 뭔가 난관에 부딪혔을 때 위로와 다짐의 의미로 쓰인다. 

한·중 간에 이 성어가 쓰였다. 2017년 10월 부임한 노영민 주중 대사(현 대통령 비서실장)는 신임장 제정에 앞서 방명록에 만절필동 공창미래(共創未來)라고 썼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로 양국 관계가 꼬일 대로 꼬였지만 결국은 잘 풀려갈 테니 힘을 합쳐 미래를 창조하자는 얘기다.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도 2017년 11월 말 중국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과 세계 정당지도자들 간의 대화’에 참석했을 때 홍루몽(紅樓夢) 내 ‘일손개손(一損皆損), 일영개영(一榮皆榮)’이란 구절을 인용해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운명공동체 건설 주장에 찬성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두 구절 덕분에 한·중 간에 불던 찬바람은 적지 않게 누그러졌다.

만절필동은 북핵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북·미 간에도 등장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12일 미 의회를 방문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에게 만절필동이라고 쓴 친필 휘호를 선물했다. 

그렇다면 점점 고약해져 가는 국내 갈등에도 만절필동을 쓸 수 있을까. 한 정당에서 최근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놓고 입에 담기 어려운 말이 나왔다. 여당은 망언이라며 발언자 징계를 요구했지만 징계는커녕 5·18 진상조사위원 추천을 놓고 제2라운드에 돌입했다. 정당 간의 다툼 수준이라면 언급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이건 국민적 비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문제다. 이쯤 되면 만절필동이란 말로 수습될 형편은 아닌 것 같다.
 
진세근 서경대 겸임교수,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사무총장  


<원문 출처>
중앙일보 https://news.joins.com/article/23399564
List of Articles
Lis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요절한 남편 평생 사랑, 이중섭의 아내[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file 홍보실 2022-10-07 43318

2017 성북진경페스티벌 개최 "서경대 문화콘텐츠학부" 참여 file

성북구, 13)~29일 ‘2017 성북진경페스티벌’ 개최...1933년 성북동 거주했던 전형필·이태준·한용운 3인의 집 활용 이동형 산책극 눈길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한용운, 조지훈, 이태준, 염상섭, 김광섭, 김환기 등 우리나라를 대...

[서경대] 대학교육 전 분야 혁신… 사회해결 능력 키운다 file

학생성공 이끄는 교육혁신 대학  서경대(총장 최영철)는 대학교육 전 분야에서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미래사회를 선도할 창의융합형 실용인재 양성’이라는 비전 아래 △교양 및 전공교육과정 혁신 △교육 방법 혁신 △...

[진세근 서경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칼럼 : 漢字, 세상을 말하다] 萬折必東<만절필동> file

“큰물을 만나면 관찰해야 한다(見大水必觀)는 말씀은 무슨 뜻인가요?” 자공(子貢)이 공자(孔子)에게 물었다. 공자의 답은 친절하고 소상했다. “물은 만물을 키우지만 얼핏 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듯 보인다. 이게 덕(德)이다. ...

[인터뷰] 구자억 서경대 인성교약대학장 '만들어지는 인재가 아닌 스스로 성장하는 인재'의 중요성 file

한중일 3국에도 유럽의 에라스무스 프로그램 만들고 싶다 서경대학교 인성교양대학 구자억 학장은 학자이자 정책가로서 활발한 연구업적과 실행력으로 교육업계 리더십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중국 베이징사범대 출신으로 중국 유학 ...

서경대학교 공연예술학부 2019 동계 워크숍 두 번째 공연 ‘분노’ 성황리에 막 내려 file

이중현 군(공연예술학부 15학번 연기전공) 각색, 연출 맡아 3월 14일(목)부터 16일(토)까지 3일간 교내 북악관 8층 스튜디오서 열려 '분노' 포스터 서경대학교 공연예술학부 동계 워크숍 공연인 ‘분노’가 지난 3월 14일(목)부터 ...

[진세근 교수 기고] 梅經寒苦<매경한고> file

漢字, 세상을 말하다 중국인들의 매화(梅花) 사랑은 남다르다. 마오쩌둥(毛澤東)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매화를 읊다(咏梅)』에서 “온 산에 꽃 만발할 제, 매화는 그 속에서 홀로 웃는다(待到山花爛漫時 她在叢中笑)”고 노래했다...

서경대학교 무용예술학과 재학생 15명, 국제춤축제연맹(FIDAF) 아시아본부 주최 ‘제7회 전국무용경연대회’ 참가해 대상과 금상 등 수상하는 쾌거 이뤄 file

서경대학교 예술대학 무용예술학과 재학생 15명이 국제춤축제연맹(FIDAF) 아시아본부가 주최한 ‘제7회 전국무용경연대회’에 참가해 대상과 금상 등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국제춤축제연맹 한국본부가 주관한 이번 대회에서 서...

서경대학교 공연예술학부 창작극 ‘낮에도 꿈을 꾸다’, 제18회 부산국제연극제(BIPAF) ‘10분연극제’ 전공대학부 ‘금상’ 수상 file

6월 11일(금)- 20일(일) 유튜브, 네이버TV, 비메오 등 온라인플랫폼 통해 진행 daydreamer 연극 포스터(좌), 제18회 부산 국제 연극제 포스터(우) 서경대학교 공연예술학부 학생들의 순수 창작극 ‘낮에도 꿈을 꾸다’가 제18회...

서경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4차 산업혁명 시대 글로벌 문화시장의 차세대 리더 양성 file

영화, 방송, 엔터테인먼트, 문화기획 분야 전문가로 대거 진출…전문지식과 현장실무 연계 교육…전도 유망한 ‘스타학과’로 인기 지식기반 소프트 산업의 꽃인 문화콘텐츠 산업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

‘이리와 안아줘’ 장기용, ‘배우’아닌 ‘모델’시절 모습 재조명…‘특급 비주얼’ file

장기용이 모델로 활동하던 시절 백스테이지에서 촬영한 사진이 재조명되고 있다. 과거 장기용은 자신의 SNS에 “i'm ready #mfw#dolcegabbana”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게재했다. 공개된 사진 속 장기용은 완벽한 착장을 과시하며...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