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반성택 서경대 철학과 교수


반성택 교수.jpg

반성택 서경대 철학과 교수


예나 지금이나 강사들은 대학에서 가장 약한 존재들이다. 그러면서도 이들이 대학에서 활동하는 이유는 강사를 직업으로 여겨서가 아니라 강사 활동을 기반으로 정규직 교수로 진출하겠다는 인생 계획과 이의 실현 기대에 있다. 그러나 이는 90년대 말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대체로 들어맞는 이야기이며, 늦추어 잡아도 2005년경을 기점으로 인문사회 분야, 나아가 대다수 사립대의 인문사회 분야에서는 더 이상 맞지 않는 이야기가 되었다.

 

2005년경부터 비정년트랙 전임교수 제도가 도입된다. 당시 도입을 주장하는 측은 학문 세계는 변화하며 무엇보다도 신생 학문의 경우 학문의 지속성이 검증되지 않는데 정년을 보장하는 교원 채용은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이는 타당하다. 그러나 비정년트랙 전임교수제는 도입되자마자 그 취지가 이완되면서 학문 전반에 적용되기 시작한다. 강의전담교수, 산학협력중점교수 등을 대학, 특히 사립대가 인문학을 놓고도 도입한다.

 

학문 분야별 교수 충원 구조는 다르다. ICT 분야에는 대학으로 진출하려는 이들이 젊은 시절 취업할 수 있는 각종 기관과 기업 연구소 등이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정규직 연구원은 2,300여명으로 그 일부는 교수로 진입한다. 이보다 덜 하지만 사회과학과 사범대에는 후속세대가 교수직 진입 전에 숨을 돌릴 수 있는 일자리가 부족하나마 존재하기는 한다.

 

그런데 인문학에는 대학 외부의 취업 기회가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없다. 이처럼 교수 충원 방식이 주로 비정규직 강사를 거쳐서 이루어지는 인문학에 비정년트랙 교수제의 도입은 강사들의 직업적 비전을 사실상 차단하는 것이다.

 

전임교수제가 대학에서 확립되기 시작한 것은 신분제가 붕괴되고 대중사회가 열리는 20세기 중엽 부터였다. 귀족들이 독점하던 교수직에 보통 사람들이 진입하면서 이들의 학문 활동과 관련하여 신분 보장이 필요하였던 것이다. 즉 비판적·진취적 정신이 가능하려면 교수들이 정년까지는 쫓겨나지 않고 교육과 연구에 몰두하게 하는 제도가 필요하였던 것이다.

 

학문 세계에서 전임교수제가 지닌 이러한 역사적 의미를 이제 비정년트랙 전임교수제가 갉아먹으면서 강사들은 90년대 말 외환위기 직후 정규직 채용이 얼어붙은 시대적 곤경에 더하여 제도적 곤경에 직면한다. 강사들은 학문적 노력에 더하여 시대와 제도가 초래하는 난관을 넘어야 인생의 청사진이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일부는 좌절한다. 97년 외환위기 직후 대학은 돌변한다. 회계부정에 기인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환수에서 촉발된 외환위기에 직면한 우리 사회는 기업만이 아니라 대학에도 고용 유연성을 적용하여 간다. 한국 대학의 85%를 점하는 사립대학들이 정규직 교수 채용, 특히 인문사회계를 중심으로 꺼리는 가운데 이제는 비정년트랙 전임교수제 마저 도입된 것이다.

 

새로운 제도가 이의 영향 아래 놓인 이들에게 곧바로 이해되기는 어렵다.몇 해가 지나자 강사 몇몇이 삶을 스스로 마감한다. 이들이 몰두하던 활동이 소망하던 사회적 직위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점점 어두워질 때 일부는 극단적으로 반응한다. 언론에는 2010년 조선대 강사의 사례가 강사법 도입의 계기로 거론되지만 필자에게 그 사례는 특수한 사례로 인지된다.

 

그 강사는 한국 대학이 원망스럽다는 유서에 논문 대필 등을 기록하여 남겼고, 이것이 사회에 알려진 것이다. 필자 주변에도 최소한 두 명의 인문학 박사는 조용히 삶을 마감했다.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인사가던 날도 벌써 10년 정도가 흘렀다.

 

언론에 보도된 그 인문학 강사의 외침에 이 사회가 그나마 반응한다. 강사법이 2011년에 제정되었다. 그리고는 7차례 시행을 유예하고 드디어 오는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 사이 들어선 정부가 주도하여 법안 시행을 위하여 수십 차례 회의를 진행하였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정말 꼼꼼하다. 강사 지원을 놓고 대학이 겸임, 초빙교원 등으로 우회하려 하자 교육부가 강사 담당 강의비율을 재정 지원에 반영하겠다고 나선다. 이에 더하여 강사 고용 현황도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정부를 대하며 필자는 고마운 마음이 앞선다. 그럼에도 그 대책은 어디까지나 대증요법에 머문다.

 

강사법을 실행하려는 정책적 의지와 함께 법 바깥의 강사들을 급기야 법으로 지원하게끔 만든 심층 요인에 대한 개혁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실질적인 전임교수가 학문 분야별로 균형있게 충원되는 제도적 혁신이 강사법 시행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학문의 균형 발전이라는 구호는 그 학문을 수행하는 핵심 인력들의 균형있는 충원으로 비로소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원문 출처>

디지털타임스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9070502102269061001&ref=naver

List of Articles
Lis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요절한 남편 평생 사랑, 이중섭의 아내[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file 홍보실 2022-10-07 43575

서경대학교 홍보 광고 모음 file

대학들이 이름을 널리 알리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다양한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우호적이고 진취적인 대학 이미지를 확산시키기 위한 슬로건이나 홍보텍스트를 공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2~3년간 대입 수시...

‘임수정’ 제1회 KMA키즈스타모델선발대회 대상…여의도를 달궜다 file

 영예의 대상을 차지한 임수정 어린이. 임수정 어린이는 “노력하는 모델이 되고 싶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참가번호 41번 임수정!” 제1회 KMA키즈스타모델선발대회의 수상자 이름이 서울 여의도의 밤을 뜨겁게 달궜다. 25...

서경대학교, 개교 70주년 맞아 한국과학예술포럼학회와 공동으로 ‘2017 창의융합 국제학술대회’ 개최 file

10월 27일(금) 오전 10시 30분 교내 혜인관 712호서 ‘융합적인 관점에서 풀어본 공공서비스디자인’ 등 23개 주제 발표 및 토론 벌여 서경대학교(총장 최영철)는 한국과학예술포럼학회와 공동으로 10월 27일(금) 오전 10시 3...

[진세근 서경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칼럼: 漢字, 세상을 말하다] 名師<명사> file

중국 속담은 우리와 결이 다르다. 비유가 실제적이고 직선적이다. 우리는 ‘썩어도 준치’라고 하는데 중국은 ‘낙타는 말라 죽어도 말보다 크다(瘦死的駱駝比馬大)’라고 표현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은 ‘여럿이 땔감...

[김유정 서경대 교수 기고] ‘흑기사’ 신세경 메이크업 노하우 file

김유경 교수의 드라마 속 뷰티 따라잡기-③ 김유경 교수 유독 이번 F/W시즌은 ‘말린 장미색’이라고 불리는 여러 계열의 장미색이 유행하고 있다. 가을이 접어들기가 무섭게 메이크업 색조라인들은 이들의 색으로 물들었다. 말린 ...

‘2017 서경대 청야체전’ 5월 15일(월)~19일(금) 초록운동장에서 열려 file

농구, 풋살, 피구, 줄다리기, 팔씨름, 이어달리기 등 9개 종목 진행 종합우승 전자공학과, 준우승 공연예술학부 차지 5개 단과대학 18개 학과 참여…승부보다는 ‘참가’와 ‘화합’에 의미 둬 서경대학교 총학생회(회장 류기선)가 ...

‘서경대학교 뷰티쇼’, 가을 숲의 신화를 깨우다 file

‘지혜’ ‘인의’ ‘용기’ 서경대학교 모델연기전공 등 뷰티ㆍ패션계열 학생들이 꽃의 도시 ‘고양’을 깨웠다. 이들의 도덕적 소양과 창의적이며 통합적 사고능력이 빛났다. 지난 13일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 패션쇼장에서 열린...

[진세근 서경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칼럼 : 漢字, 세상을 말하다] 荒唐<황당> file

하명수사 의혹에 대한 청와대 해명이 번번이 자기 발목을 잡는다. 최고 권부인데 이 모양이다. 황당(荒唐)하다. 날씨가 차가워지면서 중국발 초미세먼지는 언제나 그랬듯 계속 날아든다. 겨울마다 반복되는 ‘독가스 테러’를 어찌...

[진세근 교수 기고] 共和<공화> file

共和(공화)는 모두 함께 조화롭게 어울린다는 뜻이다. 왕정을 택한 몇몇 나라를 제외한 대다수 국가가 공화정을 택한 이유다. 우리 헌법 1조 1항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다. 중국도 중화인민공화국, 심지어 북한도 조선민...

서경대학교, 개교 70주년 기념 제6회 전국 고등학생 디자인 실기대회 ‘성료’ file

5월 27일, 28일 양일간 교내 수인관서 열려...전국에서 고교생 1,213명 참가 서경대학교(총장 최영철)는 고등학교 학생들의 창의적인 디자인 능력 계발과 우수 인재 발굴을 위해 5월 27일(토), 28일(일) 양일간 교내 수인관에서 ...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