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추사와 후지쓰카를 통해 이어지는 한일친선교류.jpg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이즈미 지하루 교수.jpg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경기 과천시 추사박물관이 개관 10주년을 맞이해 후지츠카와 난학(蘭學)’이라는 제목으로 특별기획전을 개최하고 있다. 전시 첫째 날인 이달 3, 나는 그곳으로 전시를 보러 다녀왔다.

 

나는 한국 문화와 예술에 흥미를 가져 25세 때 한국에 와서 공부해 왔지만 계속 다가가지 못한 분이 있었다. 추사 김정희 선생이다. 글씨는 조금의 빈틈도 없어 보이고, 학문은 난해해서 감히 가까이 가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런 나에게 기회가 온 것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02011월부터 열렸던 추사의 세한도특별전이었다. 그 전시에서는 추사의 연구자이며 추사를 사숙하는 학자로 일본인 후지쓰카 지카시(藤塚鄰·18791948)가 소개되어 있었다. 경성제국대 교수였던 그는 1936년에 추사 김정희 연구로는 최초로 박사학위를 받은 학자로, 1932년경부터 1944년경까지 세한도를 소장하기도 했다.

 

추사와 일본인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하다가 조사해 보면서 놀라웠다. 이런 중요한 인물을 놓치고 있었다니. 그러나 후지쓰카를 몰랐던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당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외신기자들을 앞에 두고 후지쓰카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기회가 내게 주어졌는데, 오랜 기간 한국에 머물렀던 기자들조차 이구동성으로 처음 들어본 이름이라 말했다. 나는 후지쓰카를 만남과 동시에 비로소 환갑이 되고서야 추사 선생에게 다가가게 된 것이다.

 

후지쓰카는 1940년에 경성제국대를 정년퇴임하면서 세한도를 가지고 일본으로 귀국했으나 한국에 돌려주었으며, 사후에 아들 후지쓰카 아키나오(明直·19122006)2006년 추사 연구가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부친이 수집한 추사 친필 26, 추사와 관련된 서화류 70여 점 등 1만여 점의 자료를 과천시에 기증했다. 아키나오의 기증은 2013년에 추사박물관이 개관하는 데 큰 힘이 됐고, 그 후 10년간 박물관을 통해 착실하게 학문적 성과를 쌓아가고 있다.

 

이번 후지츠카와 난학(蘭學)’에서는 후지쓰카 기증 유물 중 일본 에도(江戸)시대(16031868)의 난학과 후지쓰카 가문 자료를 통해서 후지쓰카의 생애와 학문을 살필 수 있다. ‘난학이란 에도시대에 주로 네덜란드(和蘭)에서 나가사키(長崎)를 통해 일본으로 전래된 서양의 의학과 과학 지식을 연구한 학문으로, 후지쓰카 가문은 난학을 통해 신학, 의학, 금석학 등 다방면에 걸친 학문적 성취를 보여주었다.


특히 내가 관심을 가진 것은 그가 대학 시절 리포트로 제출한 중용(中庸) 연구였고, 학사 학위 논문 또한 중용 연구였다는 점이다. 당시 앞서간 고증학적 방법론으로 접근하긴 했으나, 그에게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후지쓰카 가문에 소장된 난학 관련 자료, 그의 사상에 영향을 미친 중용, 평생 연구 주제로 삼은 논어, 그리고 청나라나 일본 유학자들에게도 인정받고 동아시아 학문적 교류의 파도를 일으킨 추사의 연구. 이번 전시를 통해 후지쓰카의 깊은 사상과 인간상을 엿볼 수 있었고, 그래서 후지쓰카가 추사에 공감했음을 납득할 수 있었다. 이렇게 나도 조금씩 추사 선생에게 다가가는 것 같아 기뻤다.

 

또한 6일에는 온라인으로 추사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을 연결해서 일본의 센다이(仙臺)총영사관과 도호쿠가쿠인(東北学院)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추사와 후지쓰카를 매개로 21세기 한국과 일본의 우호친선교류에 대한 세미나에 참여했다. 추사박물관과 추사 연구가 국제적으로도 주목받고 있음을 실감하는 시간이었다.

 

한편 20212, 우리 집에 두 마리의 고양이가 입양됐다. 그중 한 마리를 추사의 대표적인 난초 그림 불이선란도(不二禅蘭圖)’에서 이름을 따와 불이(不二)’라고 지어줬다. 그는 내가 다가가면 피하곤 하지만, 어떨 때면 무심코 곁에 다가와 몸을 비비고는 스르륵 사라진다. 이른바 츤데레 고양이인데 난해한 매력을 지닌 우리 집의 아주 작은 추사.

 

추사박물관은 경기 과천시 주암동, 추사 선생이 말년 4년간을 지낸 곳에 있다. 2007년에는 선생이 살았던 과지초당(瓜地草堂)’도 복원해 건축되었다. 현대적인 디자인의 박물관 옆에 세워진 아늑한 한옥 집으로 두 곳이 조화를 잘 이루어 평온함을 준다. 속된 세상에 사는 나에게는 성지와 같은 곳이다. 추사의 학문을 기리며 후지쓰카 부자의 뜻도 떠올리면서 올여름 나들이를 과천에서 즐겨 보는 것은 어떨까. 감히 추천해 드리고자 한다.

 

<원문출처>

동아일보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30608/119684576/1

List of Articles
Lis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요절한 남편 평생 사랑, 이중섭의 아내[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file 홍보실 2022-10-07 41795

여름방학 맞이한 대학생, 취업 위한 ‘대외활동’ 이건 어때? file

대학생에게 방학은 공부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과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소중한 시기다. 공식적인 엔데믹 전환 이후 맞이하는 첫 번째 방학인 만큼 방학을 잘 활용해 새로운 경험과 기회를 찾아 자기 성장의 기반을 다져야...

여주시 산북면, 서경대 ‘아르케 봉사단' 재능나눔 활동 펼쳐 file

경기도 여주시 산북면을 찿은 서경대학교 헤어디자인학과 진용미 교수 외 2명의 교수와 9명의 학생들이 면민들의 이,미용과 손·두피 마사지, 네일아트 등 재능나눔 봉사활동을 펼쳤다. 이번 봉사활동은 ‘2023년 농촌재능나눔 ...

서경대학교 GKS사업단, 동북아역사재단과 함께 정부초청외국인장학생(GKS) 대상 외국인 역사 문화 탐방 프로그램 진행 file

서경대학교 GKS사업단(단장: 박부남 교수)은 교육부 산하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이영호)과 함께 본교에서 한국어 연수 중인 정부초청 외국인 장학생(Global Korea Scholarship, 이하 GKS · 교육부 국립국제교육원 주관 사업) ...

서경대학교 캠퍼스타운 조성사업단, 성북 클러스터와 함께 2023 청년창업 네트워킹데이 ‘SB 스타트업 네트워킹 페스티벌’ 개최 file

7월 5일 (수) 오전 10시~오후 7시 고려대학교 인문사회계 캠퍼스서 서경대학교 캠퍼스타운 조성사업단(단장 김범준 총장 직무대행/교학부총장)은 관내 성북구청을 비롯, 고려대학교, 국민대학교, 동덕여자대학교, 한성대학교 캠퍼스...

서경대학교, 유엔군축연구소(UNIDIR)와 국제교류 및 상호 협력 위한 업무협약 체결 file

서경대학교(총장 직무대행 김범준)는 2023년 6월 26일(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군축연구소(UNIDIR)와 국제교류 및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UNIDIR의 Robin Geiss 소장, Cécile Aptel 부소...

발로 뛰는 지성 언론, 서경대신문 570호입니다. file

서경대학교, 「2023년 인생나눔교실(수도권)」 기획사업 ‘우리동네 인생나눔교실’ 멘토 선발 및 오리엔테이션 진행 file

사전 ‘사업 설명회’ 통해 자발적 참여 동기 부여 및 사업 이해도 높여 6월 말부터 5개월간 멘티기관 방문해 165회차 멘토링 본격 진행 예정 ▲「2023 인생나눔교실(수도권)」기획사업 '우리동네 인생나눔교실' 사업설명회 ...

‘2023 FKMP 대학가요제’ 홍익대 ‘나중에’ 대상 수상 ···중부대 칵투스(CACTUS) 금상·호원대&서경대 홀리베어 은상 file

2023 FKMP 대학가요제 대상을 수상한 홍익대학교 참가팀 ‘나중에’, 2023 FKMP 대학가요제 제공 2023 FKMP 대학가요제 대상의 영예가 ‘맑고 신선한 뇌’를 부른 홍익대학교 참가팀 ‘나중에’에게 돌았다. 지난 24일 경...

경기도의회 경제노동연구회, 마을기업 지역문제 해결형 모델 연구용역 착수

광명지역신문> 경기도의회 경제노동연구회(회장 김완규 의원)는 21일(수), 경기도의회 경제노동위원회 회의장에서 「경기도 마을기업의 지역사회문제 해결형 사업모델연구」(수탁기관: 서경대학교 정책디자인센터)에 대한 정책연구용역 착수보...

서경대학교 영화영상학과 영화제 '제34회 PREMIERE OF PASSION' 성황리에 개최···상영작 5편 감독과의 인터뷰 file

지난 6월 16일(금) 오후 4시 아리랑시네센터에서 40여 개 작품 중 엄선된 5개 작품 선봬 <제34회 PREMIERE OF PASSION 공식 포스터> 서경대학교 영화영상학과(학과장 장민용 교수)는 성북문화재단과 협력하여 지난 6월...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