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서경대 국제비지니스어학부 이즈미 지하루 교수 - 나의 롤모델.jpg


대학에서 비대면 강의를 실시한 지 한 달이 됐다. 나는 신입생들 얼굴도 못 본 채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느라 매일 집에서 지내고 있다. 내가 만든 강의에서 부족한 점이 눈에 띌 때마다 고문당하는 기분이다. 고백하건대 몸무게도 3kg이나 불어 안팎으로 답답하다.

 

그런 와중에 오랜 지인인 박상국 동국대 석좌교수가 책을 한 권 보내주셨다. 박 교수를 안 지 30년 되었는데 내게 그는 경상도 친척 오빠같은 분이다. 만나면 늘 맛깔스러운 한국음식을 사주는 구수하고 정다운 분이다. 그뿐 아니라 그는 연구자로서 올바른 자세와 태도를 지닌 무척 세련된 분이다.

 

반면 나는 어느새 올바른 자세와 태도에서 멀어졌고 늘 주어진 일만 처리하기에 급급하다. 박 교수 같은 배울 점이 많은 롤모델을 옆에 두고도 몰랐으니 등장 밑이 어두웠던 셈이다.

 

박 교수는 불교서지학자이며 고려대장경 연구의 권위자다. 그동안 국립문화재연구소 예능민속연구실장 등을 지내면서 한국 문화재의 가치와 의미를 연구하고 대중에게 알리는 작업에 오랜 시간 천착해 왔다. 1990년대 이후에는 전적조사연구회를 꾸려 일본,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등을 50여 차례 오가며 해외에 유출된 한국 고서를 조사했다. 특히 문화재 반환과 관련해 여러 가지 일을 해냈다. 그는 국외에 있는 문화재는 제자리를 찾아야 제 가치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온 국민이 간절히 바란다고 해도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개인의 차원으로 흘러가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외교적인 방법을 통해 양국 간 신뢰를 구축하며 문화재 반환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의 이런 신중한 성품은 2011년 일본 궁내청이 소장하고 있던 조선왕실 의궤와 이토 히로부미가 반출해간 책 등 조선왕실 도서 1205권을 돌려받기 위한 실무협상에서 성과를 내며 빛을 발했다. 당시 그는 한국 측 대표 역할을 담당했다.

 

내가 박 교수를 알게 된 것은 일본에 계시는 은사 이시가미 젠노(石上善應) 교수 덕이다. 박 교수와 함께 같은 스승을 모신 인연 때문이다. 이시가미 교수는 다이쇼(大正)대 명예교수로 슈쿠토쿠(淑德) 단기대학 총장과 동국대 석좌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91세의 연세에도 대학 강단에 서신다.

   

이시가미 교수는 학자로서도 훌륭하지만 곁에서 모시면서 엿본 인품이 남달랐다. 동국대 석좌교수로 있을 때는 한국에서 받은 월급을 일본으로 가져가서는 안 된다며 환원할 수 있는 길을 궁리했다. 그러던 중 젊은 학자들에게 학문적 자극을 주고 양국 불교 교류에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한국에서 받은 월급을 모두 모아 한일불교문화학술상을 제정했다. 이 상의 수상자는 젊은 불교학 연구자 가운데 탁월한 성과를 낸 학자 중에서 정한다. 한국의 불교를 일본에 알려 양국의 교류에 이바지한다는 의미에서 심사 대상은 일본어로 발표한 불교학 논문이나 저술로 한정했다.

 

또 평생 모아온 불교서적 5000여 권을 동국대 도서관에 기증했다.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기증용 책을 20kg씩 직접 들고 오기도 했다. 이 책 중에는 이시가미 교수가 40여 년간 불교학을 연구하며 수집한 산스크리트어본, 티베트어본 장경 등이 포함돼 있다. 1999년에는 티베트 장경 중 하나인 범문진경패엽(梵文珍經貝葉)’ 사본을 기증하기도 했다. 검소하게 살면서 사람들에게 늘 베푸는 삶을 살았고 일본에서는 한국인 유학생들을 자주 챙길 만큼 한국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그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스님인 할아버지 밑에서 제자 중 한 명으로 절에서 자랐다. 선행이 몸에 배어 있는 분이다. 내가 한국에 와서 쌀도 못 사고 온돌에 불을 못 땔 만큼 어려운 시절에 용돈도 자주 챙겨 주셨다.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지 모른다. 그분은 내게 학자로서의 자세는 물론이고 살아가는 자세를 가르쳐 주셨다. 나를 늘 한국의 딸이라 소개하시는데 진짜로 믿는 분이 있어 웃음이 나올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이시가미 교수처럼 베풀며 살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분 덕에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박 교수도 그중 한 분이다. 나는 인간으로서, 학자로서 아버지오빠가 있어 든든하게 한국에서 살고 있다.

   

<원문 출처>

동아일보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410/100587774/1

List of Articles
Lis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요절한 남편 평생 사랑, 이중섭의 아내[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file 홍보실 2022-10-07 41775

박성진 서경대 실용무용전공 교수: [신간] 서양 스트리트 댄스의 역사 file

최근 엠넷에서 방영 중인 ‘스트릿 우먼 파이터2’의 열기가 뜨겁다. 많은 사람들이 스트리트 댄스에 열광하고 있는 지금, 스트리트 댄스계의 권위자인 박성진 교수가 ‘서양 스트리트 댄스의 역사’를 펴냈다. 파핑 팀 ‘위...

서기수 서경대 금융정보학과 교수 칼럼: [서기수 교수의 성공투자 법칙⑧] 고물가 고금리의 새로운 패러다임 file

수십 년간 우리는 ‘저금리’, ‘저성장’, ‘저물가’의 시대에 살아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시대를 살아가게 될 것이다. 기존의 우리가 알고 있었던 그리고 배웠던 경제교과서의 내용이 ...

서기수 서경대 금융정보학과 교수 칼럼: [서기수 교수의 성공투자 법칙⑦] 기준금리와 경제영향 file

경제에 대해 알아보는데 주로 기준금리에 대한 내용이 많은 이유는 2022년 이후에도 ‘금리’를 빼놓고는 경제와 투자 얘기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경제는 ‘금리’로 시작해서 ‘금리’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

[월간중앙] 호기심 인터뷰 | ‘120다산콜센터’, ‘장기전세주택’ 만든 임성은 서울기술연구원장 file

“철근 빠진 ‘순살 아파트’ 감리만 제대로 해도 근절” “일본처럼 실정법에 공무원 직무와 책임 명기하면 부실시공 막을 수 있어” “우리 헌법 선진적… 개헌하지 않고도 시대 과제 얼마든지 해소 가능” 임성은 서울기...

서경대학교 공연예술학부 모델연기전공, 정기공연 연극 ‘배신’ 성황리에 개최 file

9월 6일(수)부터 9일(토)까지 나흘간 교내 북악관 8층 ‘스튜디오 810’서, 연출 맡은 공연예술학부 최지원 학우 인터뷰 서경대학교 공연예술학부 모델연기전공(주임교수 강신) 학우들의 정기공연 연극 ‘배신’이 9월 6일(수)부터 ...

서경대학교 공연예술학부 연기전공, 연극 ‘흥해도 청춘 망해도 청춘’ 성황리에 개최 file

9월 9일(토)부터 16일(토)까지 일주일간 대학로 서경대 공연예술센터 SKON 2관서 서경대학교 공연예술학부(학부장 강신 교수) 연기전공(주임교수 김용준) 학생들이 지난 9월 9일(토)부터 16일(토)까지 일주일간 대학로 서경대 공연예술...

2023 서경대학교 청야체전 개막제, ‘청야풍월(淸夜風月)’ 주제로 성황리에 열려 file

9월 18일(월) 총학생회 주최로 스콘 스퀘어 등지서, 각종 이벤트, 동아리, 소모임, 학부 공연 등 이어져   2023 서경대학교 청야체전 개막제가 ‘청야풍월(淸夜風月)’이라는 주제로 9월 18일(월) 교내 스콘 스퀘어 등지에서...

이석형 교수 “KRAUV 주도 ‘대기업-투자자-정부’ 생태계 충분 가능” file

서경대학교 융합대학장, ‘무인이동체 에코시스템과 오픈 이노베이션’ 제안 이석형 서경대학교 융합대학장. “대기업이 아닌 조합이 주도하는 무인이동체 생태계 모델을 만들어보자.” 이석형 서경대학교 융합대학장이 20일 열...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문화 공간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DMZ[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file

‘임진강 맑은 물은 흘러 흘러내리고/물(뭇)새들 자유로이 넘나들며 날건만/내 고향 남쪽 땅 가고파도 못 가니/임진강 흐름아 원한 싣고 흐르느냐’(노래 ‘임진강’의 일부) 곤돌라를 타고 임진강을 건넜다. 이즈미 지하루 ...

서경대 2023년 2학기 비교과 프로그램 어떤 게 있나? file

서경대학교는 매 학기마다 취창업지원센터, 진로심리상담센터, 인성교육센터, 교수학습지원센터 등 각 센터별로 다양한 비교과 프로그램을 개설, 운영하고 있다. 비교과 프로그램이란 학점을 이수하기 위한 교양 및 전공 교육과정 외...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