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한국대학신문_180903.jpg


지난 6월 말 국회에서 열린 인문학진흥 토론회에 다녀왔다. 객석에서 보니 인문한국(HK)사업, 대학인문역량강화(CORE)사업 관계자들이 대형회의실을 가득 메우고 지원 지속을 거론하고 있었다. 돈 이야기였다. 가을철 예산국회를 앞둔 것이다.

 

HK사업은 꽤나 아픈 상처에서 착수된 사업이었다. 2005년께 인문학 강사 여럿이 자살한다. 비정규직의 사정을 누구나 짐작한다. 필자도 알고 지내던 시간강사의 죽음을 영안실에서 마주했다. 이를 둘러싼 사회적 외침에 사업이 시작됐다. 이 사업은 인문학 박사의 취업을 도모했다.

 

그런데 실상은 아니었다. 매년 연구소에 15억 이상이 지원되는데 3~4명의 HK교수 임용 정도가 핵심 조건이었다. 임용도 지원 초기보다는 중기에 주로 이뤄졌다. 저 돈이면 5000만원 연봉의 교수를 국가나 대학 주도로 20여 명 임용해 대학에 배치할 수 있을 텐데도 사업은 저렇게 진행됐다. 사업의 끝이 다가오자 논문 등의 실적을 거론하며 사업 지속이 요구된다. 이 사업은 정규직 일자리를 얼마나 늘렸을까?

 

사실상 실패한 사업이다. 몇몇 사업단이 연구 성과로는 두드러져 보이지만 인문학 강사의 전임교수급 지원을 추진한 국가사업 취지로 보면 낙제점에 해당한다. 요인은 당시 도입된 비정년트랙 전임교수제에도 있었다. 대학은, 특히 사립대학은 이를 활용해 낮은 연봉의 전임교수를 강의전담교수, 겸임교수, 산학협력중점교수 등으로 남발한다. 정규직 교수제가 이완된 상황에서, 예산을 투입해 전임교수급을 지탱하려던 취지는 함께 무너진다. 대학에는 HK교수보다는 비정년트랙 교수가 훨씬 싸게 먹히고 매력적인 것이다.

 

인문학진흥에는 프로젝트나 사업보다는 정규직 교수제 확립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것이 무너진 채로 세금을 투입해봐야 대증요법에 불과하다. HK사업은 말하자면 제도는 악화되는데 이 악화에 따른 위기를 세금으로 모면하려 한 것이다. 이에 국가도 억울하고 인문학도 불만스럽다. 불량한 제도는 예산을 소진시킨다.

 

HK사업이 대학원 진흥책인 반면에 CORE사업은 학부지원사업이었다. ‘College of humanities' Research and Education’에서 따온 멋진 명칭의 이 사업은 돌아보면 갑자기 알려졌다. 취업률이 정밀하게 측정되던 당시에 공학계 정규직 취업률이 인문계를 압도하고 있었다. 이 지표에도 제도는 이를 결과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IMF 외환위기 이후 추진된 고용 유연성은 기술직보다는 일반관리직에서 더 광범위하게 실천된다. 회사는 기술자를 비정규직으로 지속하기는 어렵다. 이에 인문계 졸업자 일자리가 보다 많이 비정규직화된다. 이러한 여건에서 문송이라는 유행어도 등장한다. 이에 당시 정부는 인문계 정원을 공학계로 넘기는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PRIME사업을 발표한다.

 

이와 함께 인문학진흥 토론회가 20153월 열린다. 이어서 CORE사업이 발표된다. 이 사업은 인문계 학과 진흥에 초점을 맞춘다. 대학원 졸업자가 취업이 안 돼 진학자가 줄고 있는데, 이를 타개하려 인문계 학부를 활성화하고자 한다. 핵심 문제가 아니라 주변 문제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PRIME사업에 따른 반대급부 성격의 CORE사업은 실현하려는 가치가 지엽적이다.

 

이렇게 인문학 지원사업은 지원을 받은 이들이 비정규직에 도달하는 결과에 처해있다. 교수제를 손봐야 할 정부는 별 움직임이 없다. 평가지표에 실질적 전임교원만을 반영한다는 정책으로도 상황은 뿌리부터 바뀔 것 같은데 그러한 움직임도 없다.

 

세계인이 한국어를, 한류를 주목하고 있다. 직업도, 흥미도 생기기에 그럴 것이다. 이에 대학 한국어교육기관에는 최근 외국인들이 더욱 늘었다. 그런데 대개 선생은 비정규직이다. 한국어 세계화를 비정규직이 견인하는 꼴이다. 대학 비정규직 문제를 제도적으로 풀어서 좋은 일자리를 통한 사회발전을 대하고 싶다. 제도적 접근이 인문학 전임교수제에 이뤄져야 한다.


반성택 서경대 철학과 교수



< 원문 출처 >

한국대학신문 http://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193841

List of Articles
Lis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요절한 남편 평생 사랑, 이중섭의 아내[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file 홍보실 2022-10-07 43100

서경대학교 예술교육센터, 「2018 인생나눔교실」 수도권지역 멘토봉사단 대상 ‘멘토스쿨’ 개최 file

- 9월 19일(수) 오전 10시 서경대 본관 8층 컨벤션홀서 - ‘새내기 세대와 인생나눔교실” 주제로 <인생더하기> 네 번째 시간 및 ’우리의 인생나눔교실‘이라는 주제로 멘토봉사단 <공통교육> 두 번째 시간 진행    서...

서경대학교, 행정부서 직원 대상 ‘재정지출 효율화 및 절감 방안 제안 공모제’ 시상식 개최 file

서경대학교 혁신기획처(처장 고현우)는 6일 교내 본관 3층 대회의실에서 ‘재정지출 효율화 및 절감 방안 제안 공모’ 우수 제안자로 선발된 직원 및 부서에 표창을 수여하는 행사를 가졌다. 서경대학교 혁신기획처에서는 지난 8월...

[카드뉴스] 한국판 셜록홈스 안되나…탐정 금지, 합헌결정에도 찬반 팽팽 file

"경찰에게 외면받은 분들 저희에게 오십시오!" 지난달 개봉한 영화 '탐정: 리턴즈'에서 형사 노태수(성동일)와 만화방 주인 강대만(권상우)은 탐정의 꿈을 이룹니다. 대한민국 최초 탐정사무소를 개업하며 미제 사건을 해결하죠. 하...

서경대학교 예술교육센터, 지역연계 학교예술교육의 닻을 올리다 file

서경대학교와 서울특별시 성북강북교육지원청이 손잡고 학교로 찾아가는 음악회 개최 서경대 뮤지컬학과, 음악학부, 실용음악학과가 참여해 총 23회 실시 2019년 서울시 캠퍼스타운 조성사업 통해 지역 종합예술교육 확대 계획 서...

서경대학교 무용예술학과 재학생 8명, 국제춤축제연맹 아시아본부가 주최한 ‘제6회 전국무용경연대회’에 참가해 대상과 금상 등 수상하는 쾌거 이뤄 file

무용예술학과 1학년 강범석 군, ‘어미니’라는 작품으로 대상의 영예 안아 서경대학교 무용예술학과 재학생 8명이 국제춤축제연맹(FIDAF) 아시아본부가 주최한 ‘제6회 전국무용경연대회'에 참가해 대상과 금상 등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준복 공공인적자원학과 교수 칼럼] 테러범죄 방지를 위한 테러방지법의 의미와 헌법적 근거 file

서경대학교 공공인적자원학과 법학전공 이준복 교수 아픈 과거인 2001년, 미국의 9.11테러를 기점으로 테러는 양적·질적으로 다양해지고, 그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자살폭탄 테러 3건이 잇따라 발...

[구병두 서경대 교수의 교육칼럼] ‘체면’과 사양지심(辭讓之心) file

  서경대학교 인성교양학부 교수 (사)한국빅데이터협회 부회장 ‘체면’은 우리 민족의 심리특성에서 빼놓을 수 없는 현상(現狀) 내지 개념 가운데 하나이다. 즉, 체면은 한국인의 여러 가지 심리특성인 눈치, 정(情), 한(恨), 핑...

'결혼' 김남희, '도깨비'에서 과로사했던 그때 그 배우… 짧지만 강렬했던 연기 '미스터 션샤인'에서도 이어가 file

사진=tvN '미스터 션샤인' 캡처 배우 김남희(32)의 결혼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그의 필모그래피에 누리꾼들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3일 한 매체는 “김남희가 이달 29일 토요일 서울 모처에서 오랜 기간 교제해온 연인과 결혼...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국제비즈니스어학부 교수의 한국 블로그]대마도에서 조선통신사를 떠올리다 file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함께 이어가요 우정을 미래로’라는 슬로건으로 ‘제14회 한일축제한마당 2018 in Seoul’이 개최된다. 이 행사는 1998년 10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의 한일공동선...

[서경대학교 영화영상학과] 1인 제작 시스템으로 실습 경험을 높인다 file

서경대학교 영화영상학과가 가장 강조하는 키워드는 ‘경험’이다. 서경대학교 영화영상학과는 1학년을 제외한 모든 학생이 한 학기에 영화 한편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구축된 1인 제작 시스템을 학과 운영의 중심에 둔다. 학생들...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