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주민 남녀 8명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


외국인 비율 내년 5퍼센트 돌파 다인종 다문화 국가 준비됐나(1).jpg

장세정 논설위원


·단기 체류 외국인이 지난 9월 말 2514000명으로 전체 인구(5137만 명)4.89%를 차지했다. 내년에 다인종·다문화 국가기준 5% 돌파가 예상된다. 극심한 저출산과 고령화로 공동체 소멸을 걱정하는 가운데 외국인이 한국사회 곳곳에서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인력 부족 때문에 계절노동자를 받지 않으면 농어촌과 중소기업은 문을 닫을 형편이고, 대학들은 외국 유학생을 받지 않으면 유지가 어려울 정도다.


로마도 미국도 개방할 때 더 번영

역사적으로 로마제국이든 당나라든 미국이든 문호를 열고 다양성을 존중할 때 번성했다. 지금 대한민국도 갈림길에 서 있다. 대한민국은 번영을 이어갈 것인가, 아니면 정체와 쇠락의 길로 갈 것인가.


외국인 비율 내년 5퍼센트 돌파 다인종 다문화 국가 준비됐나(2).jpg

8개국에서 온 남녀 이주민 8명이 지난 9일 서울 광화문에서 중앙일보 인터뷰에 응했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 250만 명을 넘자 국민통합위원회(김한길 위원장)는 지난 3다문화 가족대신 이주 배경 주민’(약칭 이주민) 사용을 제안했다. 아시아와 유럽의 8개국에서 온 남녀 8명을 만났다. 그들이 한국과 한국인, 한국 정부 등을 어떻게 보고 느끼는지 궁금해서다. 영국 폴 카버(47·프리랜서 번역가), 일본 나가이 코시로(永井宏志郎·33·서울 후쿠시마 현인회장), 중국 장중이(張忠義·55·연세대 연세차하얼연구소장), 네팔 케이피 시토울라(55·네팔관광청 한국사무소장), 튀르키예 코찬 세나누르(25·TRA미디어 근무), 베트남 원옥금(47·이주민센터 '동행' 대표), 러시아 잔나 발로드(50·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조교수), 핀란드 루스테트 니나(25·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석사 과정)가 함께했다.


유학·결혼·취업 등으로 한국과 인연

-한국에서 살게 된 동기가 있다면.

나가이 코시로=학창 시절 미국·중국·한국에서 각각 유학한 경험이 있는데 많은 친구를 사귀어 추억이 많고 가장 살기 좋은 곳이 한국이었다.

케이피 시토울라=대학 시절 네팔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는데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한국의 발전상을 보면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코찬 세나누르=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을 더 알고 싶어 한국 문학을 전공했고, 한국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숙명여대 미디어학부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뒤 한국에서 취업했다.

루스테트 니나=한국어를 배우고 싶어서 고교 시절 교환학생으로 온 것이 인연이 됐고, 심리학·한국학을 복수 전공하고 성균관대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잔나 발로드=1991년 모스크바 언어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했다. ·러 수교 이후 북한 교수님들이 모두 떠나는 바람에 한국어를 더 잘 배우기 위해 연세대 대학원에 입학해 남편을 만났으니 운명이다.

장중이=1992년 신화사 초대 서울 특파원으로 근무하며 한국인 아내를 만났다. 아들은 한국에서 군 복무를 마쳤고 딸과 아들 모두 한국 국적을 선택했다.

원옥금=베트남 직장에서 만난 남편을 따라 결혼해 1997년부터 한국에 살고 있다. 베트남 출신 이주민의 고충을 상담해주고 있다.



외국인 비율 내년 5퍼센트 돌파 다인종 다문화 국가 준비됐나(3).jpg

한국에 사는 남녀 이주민들이 지난 9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자리를 함께했다.


한류의 비약적 발전은 상상 초월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나.

장중이=김영삼 정부의 금융실명제 등 부패 척결 노력 덕분에 지난 31년간 한국은 투명하고 청렴한 사회로 바뀌고 있다. 한류 문화의 비약적 발전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케이피 시토울라=한국에 와서 '하면 된다'를 좌우명으로 삼았다. 한국인의 성실함과 책임감을 배울 수 있어서 감사하다.

원옥금=이주 초기와 달리 20여 년이 지나서 보니 요즘은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완화된 듯하다.

코찬 세나누르=한국은 편안한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살다 보니 대학과 직장에서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체감했다.

잔나 발로드=1997년 이후 한국사회의 변화를 지켜봤는데 요즘엔 길거리에 외국인이 늘어나 익숙해져 그런지 한국인이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무관심이 오히려 마음에 든다.


외국인 비율 내년 5퍼센트 돌파 다인종 다문화 국가 준비됐나(4).jpg

한국에 사는 남녀 이주민들이 지난 9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자리를 함께했다


값싸고 편리한 대중교통 장점

-한국 생활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다면.

폴 카버=편리하고 가성비 좋은 대중교통과 자전거 도로망 같은 인프라가 가장 좋다. 근무 시간은 길고 휴일은 짧고, 물가 대비 연봉이 낮은 것은 아쉽다.

나가이 코시로=효율적인 디지털 행정, 새로운 도전을 잘 받아들이는 기업 문화가 한국의 큰 장점이다. 매력적인 옛 골목이 재개발로 사라지고 개성 없는 동네가 많아져 안타깝다.

장중이=장애인 편의시설은 물론 여름철 건널목 대형 그늘막 등 공공시설이 인상적이다. 택시와 버스의 난폭 운전이나 야간의 택시 승차거부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코찬 세나누르=한국은 굉장히 안전한 나라라고 느낀다. 원하는 시간에 어디든지 이동할 수 있고 식당·카페에서 휴대전화와 가방을 자리에 놔둬도 걱정이 없다. 오토바이를 거칠게 몰고 길바닥에 침을 뱉는 행동은 충격적이었다.

루스테트 니나=핀란드도 안전하지만, 서울이 더 안전한 것 같다. 채식주의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하고, 완전 식물성 음식을 찾기가 힘들다.

잔나 발로드=한국사회의 안전함과 자유로움이 특히 마음에 든다. 다만 이중언어 프로그램과 러시아어 교사가 크게 부족해 교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옥금=한국에서 배울 장점은 민주주의와 시민정신이다. 외국인을 출신 국가에 따라 차별하는 인식은 문제다.

케이피 시토울라=빨리빨리 문화가 빠른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성향은 고치면 좋겠다.


외국인 비율 내년 5퍼센트 돌파 다인종 다문화 국가 준비됐나(5).jpg

윤석열 대통령이 10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만찬에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외국인에 대한 존중 점차 늘어나

-외국인에 대한 태도는 어떤가.

폴 카버=19년 동안 살면서 보니 한국인은 더 개인화되고 있다. 외국인에게도 더 개방적으로 변하고 있다. 반면 출신 국가별로 좀 다르게 대하는 것 같다.

나가이 코시로=과거엔 지하철에서 "일본어로 말하지 말라"는 핀잔을 들은 적이 있지만, 최근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다만 외국인 차별과 재외동포를 아래로 보는 듯한 인식이 남아 있다. 이를 개선하지 않으면 인구 감소 시대를 넘기가 어렵다. 한국인도 다문화 공존을 목표하지 않는가.

루스테트 니나=사람마다 다른 것 같다. 한국인은 서양사람을 하나로 묶어서 말하는 경향이 있는데, 같은 서양도 나라마다 문화 차이가 있음을 존중해주면 좋겠다.

케이피 시토울라=최근 저출산으로 외국인 인력 수요가 커지고 한국 민간단체들의 노력 덕분에 이주민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 정부의 외국인 정책은 어떤가.


폴 카버=외국인이 급증하는데도 관련 프로그램 예산이 증액되지 않는 것은 개선할 점이다.

코찬 세나누르=비자정책이 변경될 때마다 절차가 복잡하다. 출입국사무소 방문 예약, 외국인 등록증 발급에 한두 달이 걸려 불편하다.

원옥금=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쿼터 확대 등 다양한 제도를 운용하면서도 외국인을 수단으로 보는 것 같다. 내년도 외국인 이주노동자센터 지원 예산이 삭감돼 활동이 위축될까 걱정이다.

루스테트 니나=유학비자로 대학에 다니다가 잠시 휴학하면 비자가 자동으로 만료된다. 귀국하지 않아도 되도록 비자 정책을 개선하면 좋겠다.

잔나 발로드=법무부가 다문화가정 자녀의 복수국적 문제를 오랫동안 방치하고 있다. 출신 국가에 따른 비자 차별을 개선해야 한다.

장중이=영주권 취득 후 3년이 지나면 지방선거 투표권을 주고, 의료보험에 가입한 외국인에게도 정기 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좋은 제도다.


외국인 비율 내년 5퍼센트 돌파 다인종 다문화 국가 준비됐나(6).jpg

한국에 사는 남녀 이주민들이 지난 9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자리를 함께했다.


속지주의로 가야 외국 인재 몰려와

-한국 사회에 건의할 것이 있다면.

폴 카버=외국인을 차별하지 못하도록 '평등법'을 제정하길 바란다. 전국 어디서나 일관성 있는 외국인 지원 서비스를 해줄 컨트롤 타워로 '이민청'을 만드는 데 찬성한다.

나가이 코시로=일본보다 빠른 한국의 인구 감소 해법은 출산율 높이기, 이민 확대, 1인당 생산성 증대밖에 없어 보인다. 이민정책을 조율할 기관을 만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코찬 세나누르=이민자에게 무조건적 혜택이 아니라 책임과 의무를 부여해야 한국 국민이 공감하는 이민법과 정책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원옥금=이민청은 이주민 체류 통제에 집중하는 법무부 산하에 두는 것보다 독립 부처로 만들거나 행정안전부 소속으로 두면 좋겠다. 다양성을 갖춘 건강한 다문화 사회로 견인하는 역할에 집중하길 바란다.

장중이=기숙사를 갖춘 외국인 학교를 많이 신설해야 외국인 인재를 더 잘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케이피 시토울라=인력 부족이 심각하다면서 외국인 전문인력의 배우자 취업을 제한하는 비자 정책은 이해할 수 없다. 한국 국적법은 혈통을 중시하는 속인(屬人)주의를 근간으로 하고 있지만, 대다수 선진국은 속지(屬地)주의를 따른다. 속지주의를 인정하면 더 많은 글로벌 인재가 몰려와 대한민국이 더 발전하고 번영할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인 비율 내년 5퍼센트 돌파 다인종 다문화 국가 준비됐나(7).jpg

한국이민법학회(회장 문재완)가 지난 3일 프레스센터에서 한국법제연구원, 한국외대 법학연구소와 공동 주최한 학술대회 장면.


<원문출처>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06712

List of Articles
Lis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요절한 남편 평생 사랑, 이중섭의 아내[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file 홍보실 2022-10-07 41803

[서경대 MFS] MY Bank "중국“ file

서경대학교 MFS(Mobile Financial Service) 연구회는 금융정보공학과 서기수 교수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연구모임으로 세계적으로 급변하는 핀테크시장의 흐름과 동향파악을 통해서 국내 금융시장의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기 위...

전규열 서경대 교수, 길음사회복지관에 올해 2번째 기부 file

전규열 서경대 경영학부 겸임교수(공감신문 대표이사)가 28일 서울 성북구 길음종합사회복지관에 100만원 상당 상품권을 전달했다. 전규열 서경대 경영학부 겸임교수(공감신문 대표이사)가 28일 오후 서울 성북구 길음종합사회복지관...

서경대 진로취업지원센터, 현직자 초청 직무 집중 Career Challenge Campus 프로그램 성료 file

- 11월 6일(월)부터 23일(목)까지 3주간 총 21개 프로그램 성황리에 진행 - 대기업 현직자 및 동문 선배 초청, 직무 이해와 취업 준비 방향성 제시 서경대학교(총장 김범준) 진로취업지원센터는 11월 6일(월)부터 11월 23일(목)까...

[서경대 MFS] 해외 인터넷 전문은행 "Synchrony Bank" file

서경대학교 MFS(Mobile Financial Service) 연구회는 금융정보공학과 서기수 교수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연구모임으로 세계적으로 급변하는 핀테크시장의 흐름과 동향파악을 통해서 국내 금융시장의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기 ...

[기획] 전환과 확장의 시기, 이오엔터테인먼트의 2023 창의인재동반사업 우수 프로젝트 사업화 지원사업 file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 업계 또한 위축된 요즘 같은 때에 글 작업에만 몰두하던 신인 작가, 감독들의 위기감은 커져간다. 이들은 꽁꽁 얼어붙은 시장에 진입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2023 콘텐츠 창의인재동반사업 우수 프로젝트 ...

전순희 서경대학교 무용예술학부 교수, (사)대한무용협회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상’ 수상 file

전순희 서경대학교 무용예술학부 교수가 (사)대한무용협회가 주최하는 ‘대한민국 최고 무용가상’ 시상식에서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상’을 수상했다. 국내 무용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기관인 (사)대한무용협회는 매년 우리나라 ...

서기수 서경대 금융정보학과 교수 칼럼: [서기수 교수의 성공투자 법칙⑩] 리포트를 읽기 위한 필수 용어 file

<지난 호에 이어서> 여기 삼성증권이 2022년 11월 21일 발표한 ‘2023년 글로벌 경제전망’이라는 리포트의 한 내용을 소개한다. 최근 글로벌 경기 사이클이 코로나 펜데믹 이전과 다른 부분들을 설명하면서 최근 글로벌 금...

서경대학교 연구정보 환경보건센터, ‘2023 제1회 서경대학교 환경보건센터 세미나’ 개최 file

‘환경보건 현안 해결을 위한 생체 연구정보 생산과 활용전략’ 주제로 11월 17일(금) 오후 3시, 서울스퀘어 베를린룸서 서경대학교 연구정보 환경보건센터(센터장 이철민 교수)는 11월 17일(금) 오후 3시 서울스퀘어 베를린룸에서 ...

서경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불어전공 학술제 ‘La vie en Rose’ 성황리에 열려 file

11월 6일(월) 오후 7시 교내 본관 8층 컨벤션홀서 서경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불어전공 학술제가 ‘La vie en Rose’(장밋빛 인생)라는 주제로 지난 11월 6일(월) 오후 7시 교내 본관 8층 컨벤션홀에서 성황리에 열렸...

“건축은 소멸위기 지역 되살리는 가장 좋은 수단” file

양진석 서경대 도시공학과 초빙교수가 최근 본지와 인터뷰하면서 지난 9월 충북 충주 수안보에 문을 연 고급 온천호텔 ‘유원재’ 설계 과정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그는 “건축이 지역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건축주와...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