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즈미 지하루 교수 1.jpg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영화 표현의 해방구’를 슬로건으로 3일 개막한 제19회 전주 국제영화제가 12일 막을 내렸다. 2000년 시작된 영화제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독립영화제로 주목을 받았고, 올해는 46개국 246편의 작품이 상영됐다. 나는 이 영화제를 2회째였던 2001년부터 거의 매년 찾아갔다.


올해는 나흘 동안 단편 작품을 포함해 20편의 영화를 봤다. 모두가 재미있었지만 한 작품을 든다면 개막작이었던 ‘야키니쿠 드래곤’이다. 재일 한국인 정의신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올해 내가 전주에서 본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의 무대는 1969년부터 1970년대, 고도 경제 성장 시기의 오사카로 이타미 공항 활주로 바로 옆의 국영지에 살고 있는 재일교포 가족의 이야기다. 가난하고 차별받지만 ‘야키니쿠 드래곤’이라는 곱창구이집을 운영하는 서민의 삶이 힘 있게 그려져 있다. 이 영화는 2008년 한국에서 초연됐던 연극을 스크린에 옮겨놓은 것이다.

정의신 감독은 연극 연출가로 알려져 있지만 영화 시나리오도 많이 썼다. 나는 2008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상연된 연극을 보고 박력 넘치는 무대에 압도당했었다. 무대에서는 실제로 숯불로 곱창을 구웠는데, 그 냄새 속에서, 겨우 구한 2층 자리에서 본 무대는 멋있었다. 지붕을 좋아하는 막내 도키오가 비행기가 지나갈 때마다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가깝게 다가와 그 아픔이 가슴을 저미게 했다. 그 연극이 영화화된 것이라 보기 전부터 기대가 컸다. 영화에는 연극에서 그리지 못했던 활주로 곁을 달리는 장면이나 도키오의 학교 모습이 더해지는 등 무대와 또 다른 느낌이 담겨 있다.

영화에는 네 명의 한국인 배우가 출연했는데, 각자 맛깔난 연기를 선보였다. 재일 한국인 1세 아버지 김용길 역의 김상호는 영화의 중심에 어울리는 절대적인 존재감이 그득했다. 특히 롱테이크로 보여준 일본어 독백 장면은 가슴을 뜨겁게 한다. 서투른 일본어에 용길의 감정이 녹아있어 훌쩍이는 소리가 상영관 곳곳에서 들리기도 했다. 제주도에서 일어난 4·3사건을 피해 일본에 건너와 용길을 만난 어머니 영순 역의 이정은은 빠글거리는 파마머리로 한국어가 섞인 일본어가 절묘했다. 마치 주변에 있을 법한 한국 아줌마 그대로다. 순박한 한국인 청년 오일배 역의 임희철, 첫째 딸 시즈카에게 한눈에 반한 재미있는 한국인 남성 윤대하를 연기한 한동규는 무대에서 활약했던 배우로 극중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배경이 된 1970년대는 일본의 고도 경제 성장기로 공동체가 무너지기 시작한 시기다. 이 시기를 경계로 일본은 크게 변해간다. 규슈 지방에서 자란 나도 초등학생 때에는 시영주택에 살며 동네 사람들과 가족처럼 지냈다. 그런 삶의 모습이 나날이 변해 가던 시절을 기억한다. 당시에는 재일 한국인뿐만 아니라 일본인들도 그 삶이 비슷했다. 

소품으로 예술가 오카모토 다로의 작품인 ‘태양의 탑’이 등장한다. 1970년 인류의 진보와 조화를 부른 오사카 만국박람회의 상징이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내게도 선망의 대상이었던 그것을 영화를 통해 다시 보니 잃어버린 것과 함께 만감이 교차했다. 일본 사회를 묘사한 작품이지만 한국인의 이야기가 담긴 한국 영화이기도 하다.


또한 새로운 만남도 있었다. 우연히 들어간 전라감영 근처의 한 카페는 마침 오픈 날이었다. 심플하고 세련된 인테리어의 가게로 정성껏 내린 커피와 과자를 내주었다. 앞으로 전주를 찾을 때마다 가고 싶은 가게다. 그 맞은편엔 예스러운 고물상이 있었다. 말수가 적은 할아버지에게 놋수저를 구입했다. 커다란 자루에 담긴 숟가락을 바닥에 쏟고 그중 10개를 골랐더니 덤이라며 한 개를 더 고르라 하셨다. 새로운 가게와 오래된 가게가 함께 어우러져 있는 모습 또한 전주의 매력이다. 

전주에서의 마지막 날엔 비가 내렸다. 전주객사의 툇마루에 앉아 쏟아지는 비와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고 혼자 남부시장을 걸었다. 시장에서 ‘춘몽’이라는 흑백사진관을 발견했다. 비록 흑백필름이 아닌 디지털이었지만, 작가급의 사진을 저렴한 가격으로 얻을 수 있는 풍취가 있는 곳이었다. 시장의 분위기와 사뭇 다른 심플한 인테리어도 눈에 띄는 멋스러움이었다. 

영화제는 내년 스무 살 성인이 된다. 전주의 긴 역사에 녹아들며 하루하루 성숙하는 모습을 내년에도 기대한다.  
 
이즈미 지하루 교수 2.jpg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 서경대 국제비즈니스어학부 교수



< 원문 출처> 
동아일보 http://news.donga.com/3/all/20180515/90077976/1#csidx028c585304e7b9982f4cfb353293fe7 onebyone.gif?action_id=028c585304e7b9982f4cfb353293fe7



List of Articles
Lis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요절한 남편 평생 사랑, 이중섭의 아내[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file 홍보실 2022-10-07 42103

공연예술학부 2014학년도 1학기 정기 레퍼토리 공연 안내

◆ 공연예술학부 2014학년도 1학기 정기 레퍼토리 공연안내 ◆ 공 연 명 : '봄이 오면 산에 들에' ◆ 장 소 : 서경대학교 북악관 8층 북악홀 ◆ 일 시 : 2014년 5월 1일 ~ 2014년 5월 3일 ◆ 공연시간 : 평일 오후 ...

KOSTA 소프트웨어 인재양성 연수생 모집

2012학년도 2학기 우리대학교 현장실습으로 다음과 같이 운영하니 많은 참여바랍니다 ※ 공지사항 "2876"번을 참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014년도 무용예술학과 공연일정 안내

무용예술학과 제 12회 창작발표회 & 제 15회 쇼케이스 1. 행 사 명 : 무용예술학과 제12회 창작발표회 & 제15회 쇼케이스 2. 일 시 : 2014년 5월 28일(수) P.M. 7:00 3. 장 소 : 서경대학교 內 문예관 문예홀 1층...

서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동문회 특강 안내

선배들은 어떻게 그 분야로 진출했을까? 동문선배가 들려주는 生生한 이야기!! 국어국문학과 동문회에서는 재학생들의 사회 진출에 도움을 주고자 『동문 선배가 들려주는 다양한 사회 진출을 위한 生生특강』을 아래와 같이 개최합...

2012 서경대학교 고등학생 디자인 실기대회 요강

2012 서경대학교 예술대학 디자인학부 전국 고등학생 디자인 실기대회 요강 서경대학교 디자인학부에서는 디자인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전국의 우수한 대입 지망생들에게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차세대 디...

서경뮤직소사이어티 2012 재미있는 클래식 수업 file

elementFontfont-familyfont-sizefont-stylefont-variantfont-weightletter-spacingline-heighttext-decorationtext-aligntext-indenttext-transformwhite-spaceword-spacingcolorBackgroundbg-attachmentbg-colorbg-imagebg-positionbg-repeatB...

벤처기업 채용설명회 강사진 및 부대행사 안내

벤처기업 공동 설명회 강사 및 부대행사 안내 5월 24일(화) 13:00부터 시청각 4실에서 진행되는 벤처기업 공동설명회 중 특강 강사 및 부대행사를 다음과 같이 안내하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다 음 ===== 1. 설명회 ...

'서경대학교 - 오라클' DT 시대의 S/W 인재양성을 위한 MOU체결 file

서경대학교(총장 최영철)는 26일 오후 성북구 정릉동 서경대학교 대회의실에서 오라클(사장 김형래)과 데이터컴퓨팅 S/W 인재 양성을 위한 산학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하였다. 이 자리에는 서경대 최영철 총장, 김범준 부총장,...

2012년 3월중 대사증후군 검사 실시 안내

본교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대사증후군( 고혈압,당뇨, 고지혈증 등)유병율 증가, 과로사의 원인이 되는 대사증후군 관리를 위하여 아래와 같이 검사를 실시하오니 교직원 여러분께서는 많이 참여하셔서 건강한 생활을 하시기 바랍니다. ...

성북구청과 "도서관 교류 및 발전을 위한 협정" 체결 file

성북구청과 "도서관 교류 및 발전을 위한 협정" 체결 성북구청과 체결한 도서관 상호 이용협력 및 세부협약에 따라 성북구민의 서경대학교 학술정보관 이용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안내하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