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반성택 서경대 철학과 교수


반성택 서경대 철학과 교수.jpg

반성택 서경대 철학과 교수


대학을 둘러싸고 두 담론이 등장해 있다. 입학자 감소와 대학입시이다. 대개 수요가 감소하면 가격이 내린다는데, 줄어드는 지원자에도 불구하고 한 단계 상위권 대학으로의 진학 열기는 더해 간다. 심지어 학생들은 대학교명의 앞 글자 하나씩를 따서 만든 구절을 암송하며 서열화를 체득한다. 이제 경쟁은 이전 세대처럼 명문대 진학만이 아니라 한 단계 상위 대학 진학을 두고도 벌어진다. 현행 제도를 그대로 두면 설령 지원자가 절반으로 줄더라도 조밀하게 차등화된 서열구조에서 경쟁은 더욱 처절하게 나타날 것이다.

지원자 감소는 어떻게 보면 학생과 부모들이 반길 일이다. 경쟁자가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현상은 어디에도 없다. 수능 응시생이 줄어들어도 입시일에 국제선 비행기 운항을 조정하는 일은 우리가 전세계에 보여주는 안타까운 이벤트로 지속될 것이다. 지원자 감소를 환영하는 이는 없지만 걱정하는 이들은 있다. 사립대 운영자들과 교육부는 이를 문제로 인식하고 이미 두 차례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진행하여 정원을 줄이려 노력하여 왔다.

특이한 일이다. 모든 이들이 시달리는 대입 문제는 사실상 그대로 둔 채로 정원 감축을 위한 평가는 진행한다. 입시는 너무나 중층적 과제라 어쩔 수 없다고 보는지 정원을 줄이는 일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이에는 대학의 교육수준을 높이겠다는 취지도 있으나 정원감축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은 많은 경우 보고서 꾸미기에 따라서 다르게 평가될 미세한 차이에도 있다.

지원자 감소와 입시 과열은 이처럼 관계없는 교육 현상으로 여겨진다. 수요 감소에도 입시 과열로 치닫는 이 기이한 현상의 원인은 물론 대학 서열화에 있다. 그리고 이 서열화는 핵심 현안을 풀지 않고 자꾸만 미루어 온 지난 시절의 교육정책으로 고착화되어, 저러한 현상을 당연하게 만든다. 돌아보면 지난 시절 정부는 중학교 입시가 과열이면 평준화하고, 이어서는 명문고 경쟁이 치열해지자 평준화 제도를 도입하였다. 고교 평준화로 확대된 교육 수요가 몇 년뒤에는 대입 문턱에 다다른다. 미루어 온 과제를 더는 지연시킬 수 없던 당시 정부는 졸업정원제로 입학정원을 급격히 확대한다. 서열구조는 그대로 둔 채로 말이다. 이로써 중등교육 평준화가 기존 서열구조에 더해지며, 이는 입시에서 압축적으로 노출된다. 확대된 교육수요와 서열구조가 만나 사회 곳곳이 심각한 병목현상에 시달린다. 학생들은 밤 10시에 학원문을 나서고 부모들은 노후를 따질 겨를도 없이 물심양면으로 뒷받침하며 분주하다.

지원자 감소 추세를 이 사회가 입시 및 대학교육 개혁의 계기로 잡고 나서는 것을 보고 싶다. 전쟁 직후의 이 나라가 고등교육의 책임을 방기할 때 대학교육을 지배하기 시작한 사립대학들은, 진학자가 급증하던 90년대에 대학설립 준칙주의 정책에 더욱 힘입어 대학교육의 85%를 담당한다. 국가는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을 감안해서라도 사립대 중심의 대학현장에 교육 공공성의 회복 및 정착이 이루어지도록 지원자 감소 시기에 적극 발언해야 한다. 그것이 국공립대학의 네트워크화나 공동학위제이든, 또한 어정쩡한 형태인 '공영형 사립대학'이든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성격의 대학에 걸맞는 입시제도는 현재의 경쟁지향적 제도는 아니다.

이제 '교육은 국가의 백년지대계'라는 말을 곱씹어 보고 싶다. 이 말이 교육은 사회에 길게 영향을 준다는 밋밋한 뜻만은 아니라 해석한다. 어느 교육제도나 환경에서 실제로 살아온 학생들이 그 교육제도가 발산하는 뜻을 교육과정 이후에도 익숙하게 여겨 이를 실현하려 한다는 것을 저 구절은 말한다고 본다. 엘리트 지향의 학교는 이에 걸맞는 인간상을 모형으로 보여줄 것이다. 반면에 지난 20여년간 우리의 정치사회적 변화는 80,90년대 평준화 정책 및 고등교육 확대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입시의 공정성은 중요하나, 이 공정성이 꼼꼼히 1점 차이까지 담아 실현되면서 그 이후의 삶에서 제기될 여러 공정성 주장을 압도하는 데까지 이르면 이는 공정하지 않다. 


< 원문 출처 >

디지털타임스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8081602102269640001

List of Articles
Lis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요절한 남편 평생 사랑, 이중섭의 아내[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file 홍보실 2022-10-07 44971

서경대학교 예술대학 무용예술학과, 제15회 졸업발표회 및 제18회 정기공연 개최 file

2017년 11월 23일(목) 오후 7시, 서경대학교 문예관 1층 문예홀서 서경대학교 예술대학 무용예술학과(학과장 전순희)가 주최하는 제15회 졸업발표회 및 제18회 정기공연이 11월 22일(목) 오후 7시 교내 문예관 1층 문예홀에서 개최된...

서경대학교, 외국인 유학생의 ‘대학생활 적응 및 진로탐색 지원 브릿지 프로그램’ 운영. 만족도 높아 file

▲외국인 유학생들이 대학생활 적응 및 진로탐색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서경대학교(총장 최영철)가 외국인 유학생들의 대학생활 적응과 진로탐색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서경대는 최근 외국인 유학생 지원 업무...

‘서경대 사람들’ 인터뷰: 총학생회 류기선 회장과 신지훈 부학생회장 file

학생들의 ‘의견’과 ‘참여’는 좋은 학교를 만들고 운영하는 원동력 45대 총학생회는 학생회의 이름을 ‘동행’이라고 지을 만큼, 학생회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파트너인 학우들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치 수레의 두 바퀴...

권재욱 서경대 특임교수 칼럼:[시론] 아직, 바람이 차다 file

초저녁 바람이 차다. 황혼을 피해 갓 나온 별들이 이럴줄 몰랐다는 듯 추위에 슬몃 흔들린다. 골짜기 잔설을 비비며 내려 온 바람은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에서 가늘게 떤다. 낼 모레면 설날인데 아직도 익숙해지지 못한 ...

서경대학교, ‘제4회 전국 뮤지컬 경연대회’ 개최 file

8월 4일(토) 오전 10시, 서경대학교 은주관서 서경대학교(총장 최영철)는 오는 8월 4일(토) 오전 10시 교내 은주관에서 ‘제4회 서경대학교 전국 뮤지컬 경연대회’를 개최한다. 서경대학교 서경예술교육센터(센터장 김범준 부총장)와 ...

[디지털인문학] 대학입시와 서열화 file

반성택 서경대 철학과 교수 반성택 서경대 철학과 교수 대학을 둘러싸고 두 담론이 등장해 있다. 입학자 감소와 대학입시이다. 대개 수요가 감소하면 가격이 내린다는데, 줄어드는 지원자에도 불구하고 한 단계 상위권 대학으로...

서경대학교, 「최근 신설 및 변경된 학과(부) · 전공 알아보기」 기획시리즈 <6> 미용예술대학 ‘메이크업디자인학과’ file

서경대학교는 최근 사회적 트렌드를 반영하고 대학 특성화에 맞는 창의융합형 교육혁신을 통해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고 사회 수요와 시대 요구에 부응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일부 학과(부) 및 전공의 명칭을 신설하거나 변경했...

서경대학교 산업경영시스템공학과 이영우 학우와 대학생 봉사동아리 ‘자주(ZAZU)’의 日 우토로 마을 평화기념관 건립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 성공 스토리 file

이영우 학우(왼쪽에서 두 번째)와 봉사 소모임 ‘자주’ 회원들 "석달 전, 광복절을 앞두고 3년 전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알린 '우토로 마을'이 떠올랐어요. 방송 후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해서 자료를 찾다가 평...

서경대학교 청년문화콘텐츠기획단 학생들, 한국직업방송 ‘생방송-취업이 보인다’ 제작 및 리포터로 활동 file

'청년기획단이 간다'코너 3월부터 1년간 맡아 진행 7회차 방송분 '플로리스트' 편, 4월 30일(월) 오전 11시부터 1시간 동안 방영돼 서경대학교 청년문화콘텐츠기획단(운영위원장 방미영 교수, 이하 ‘청문단’) 학생들이 제작 및 ...

학술, 스포츠, 음악, 무술, 종교, 창업 활동 등 다양한 서경대학교 동아리들 <6> 중앙 야구동아리 ‘적시타’ file

설레는 대학 생활, 무엇을 어떻게 해야 즐겁고 가치 있는 것일까? 선배들에게 물어봐도 답은 제각각…. 하지만 이구동성으로 권하는 게 하나 있다. 대학 동아리 활동! 자유와 책임을 지게 되는 20대. 대학생이 되어 자기주도적으...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