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권재욱 서경대 특임교수.jpg

세상과 내가 서로 어긋나기만 하니, 다시 수레를 몰고 나가 본들 무엇을 얻겠는가(世與我而相違, 復駕言兮焉求)”. 한창 무르익어 일할 나이에 돌연 도연명의 <귀거래사> 한 구절을 내뱉고는 사라졌던 친구가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도시가 싫다며, 위선과 허세로만 채워가는 도시가 미워졌다며, ’월급 몇 푼(五斗米)‘어치에 같찮은 놈에게 굽실거리기 싫어 귀향을 택한 오류선생(五柳先生) 마음이 딱이라며, 진작에 산촌에 들었던 친구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라는데, 어느 것을 맞아야 하느냐고? 검증이 덜된 백신이라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데 맞아야 하느냐고. 맞는다면 싼 게 비지떡이니, 조금이라도 원가가 높은 것을 맞는 게 나을까, 아니면 부자나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이 덜 위험할까?

 

친구는 질문인지, 불만인지 투덜거렸다. 의사들이 안 맞는 것보다는 맞는 게 위험이 덜할 거라니 맞는 게 나을 것이라고, 그나마 골라 맞는 것은 쉽지 않다고 했더니, 뭔 세상이 더 좋은 것을 골라도 시원찮을 판에 덜 나쁜 것을, 그것도 운이 좋아야 잡을 수 있는 세상이 되어 버렸냐고, 야단이었다. 이거야 말로, 거미가 좋으냐 뱀이 좋으냐. 아니 거미와 뱀 중에서 어느 쪽이 덜 징그러우냐가 아니냐는 것이다.

 

거미가 좋으냐? 뱀이 좋으냐? 두 물건이 가까워지는 꼴을 못보고 그 사이에 거미줄을 쳐 지저분하게 만들어 놓고는 먹잇감이 실수로 걸려들기만을 기다리는 음흉한 거미와, 징그러운 두 가닥 혀를 날름거리며 단 한 번도 똑바로 나아 간 적 없는 간사한 뱀 중 한 쪽을 품에 안으라면, 그대의 선택은?

 

우리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 간다. 하나라도 더 배우고 조금이라도 더 노력하여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으려고 애쓴다. 하지만 도모하는 이는 인간이나 이루는 이는 하늘이니, 때로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밥상이 차려지기도 한다. 돈과 권력이 신이 되어버린 오늘날엔, 한여름 땀 흘려 일한 정직한 농부가 차린 맛깔스런 식단과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이 셋팅 되어 있는 식탁은 꿈결 같은 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오늘 우리는 내키지 않은 만찬에 끌려나온 짐승처럼 앉아 있다. 어느 것 하나 선뜻 젓가락이 갈 만한 접시가 없는 빈한한 밥상. 허기는 심해지고 음식은 식어만 가니 차려진 것 중 덜 거시기 한 것에라도 손을 뻗어야 한다.

 

부와 정보가 갈수록 한쪽으로 쏠리고, 좋은 자리와 기회는 끼리끼리 나눠먹는 이 편벽한 시절에는 어쩔 수 없이 이런 식탁 앞에 서는 일이 잦아진다. 나날이 줄어드는 좋은 직장은 발 빠르고 뒷심 좋은 이가 먼저 차지하고 비정규직도 감지덕지, 알바 자리라도 얻어 걸리면 재지 말고 잡아야 한다.

 

집값과 전세값은 하루가 다르게 올라 무주택자들의 설움은 깊어만 가는데, 집은커녕 한 몸 누일 방조차 없어 차박을 하며 기초생활 수급자 인정을 기다리다가 주검으로 발견된 50대 남자의 이야기가 눈 앞을 흐린다. 아무리 억을함을 하소연하여도 덮어버리기에 급급한 조직 앞에 죽음으로 항변한 여군 부사관의 절망은 또 어떠한가. 그들에게 최선은 어떻게든 죽음이라는 최악의 상황만은 피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가장 슬픈 일은 사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으로 선택한 삶의 포기이다. 매일 들려 오는 자살하는 이웃의 이야기. 우리나라는 하루 평균 35명이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고 한다. 코로나보다 더 무섭고 잔인한 질병이 성실하게 노력해도 소용없는 사회구조요, 장벽으로 둘러쳐진 그들만의 리그이다. 얼마나 사는 일이 힘들고 희망이 없었으면 죽기보다 더 싫은 죽음을 선택했을까?

 

박형민은 <자살, 차악의 선택>에서 자살을 세상에서 가장 안타까운 차악의 선택으로 보았다. 자살한 사람들은 그저 홀로 죽음을 결심한 것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면서, 자신의 삶과 미래에 대한 성찰 끝에 내린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그들에게 죽음은 삶의 가장 중요한 과정일 수 있으며, 그들의 죽음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적극적인 행위일 수 있다고 단정한다. 그들은 우리에게 무슨 이야기를 남기고 싶었던 것일까?

 

어느 한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차별과 무시 속에 살아온 오늘, 내일 역시 한가닥 희망도 기대할 수 없어 선택한 죽음. 그들의 서러운 삶을 못 본 체 해온 우리들과 그들을 그렇게 내몬 세상에 대한 고발은 아닐까.

 

우울한 시절이다. 오늘도 우리는 차악의 접시 앞으로 내몰리고 있다. 붉은 빛을 잃어가는 배롱나무 꽃잎 사이로 겨우 보이는 한 줄기 파아란 하늘이 눈물겹다. 간구하기를, 사람만은, 우리에게 절망을 안길 수도, 희망을 줄 수도 있는 사람에 대한 선택만은 차선(次善)의 잔이라도 받아 들 수 있기를... 거미를 닮은 사람과 뱀과 흡사한 사람 중에서 고르라고 한다면 너무 절망적이지 않은가?

 

<원문출처>

e대한경제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108301722052320640

List of Articles
Lis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요절한 남편 평생 사랑, 이중섭의 아내[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file 홍보실 2022-10-07 45672

서경대학교 디자인학부 제27회 졸업작품 전시회 개최 <인터뷰 2> 디자인학부 시각정보디자인 전공 졸업작품 전시회 준비위원장 이채하 학우 file

생활문화디자인전공 [MONO 展] 주제로, 시각디자인전공 [HIDDEN TRACK 展] 주제로 10월 말과 11월 초 두 차례, 대학로 서경대 공연예술센터서 서경대학교 디자인학부(학부장 박혜신 교수) 생활문화디자인 전공과 시각정보디자...

서경대학교, ‘2021 Design Thinking 창업캠프’ 개최 file

10월 28일(목), 29일(금) 이틀간 비대면 실시간으로 성황리에 진행 Design Thinking 방법론 활용, 창의적 문제해결 방법 및 창업아이디어 도출 능력 배양 기회 가져 2021학년도 'Design Thinking 창업캠프' 인트로 화면 및 ...

서경대학교 진로·심리상담센터, 코로나 19로 지친 재학생 대상 다양한 공모전 열고 소통과 교류의 기회 가져 ‘눈길’ file

서경대학교 진로·심리상담센터(센터장 민미희 교수)가 코로나 19의 확산 및 장기화로 위축되고 단절된 대학생활로 지친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체험수기 공모전, 인성 공모전, 위로·응원 에세이 공모전, 감사 글쓰기 공모전 등 다양...

서경대학교 미용예술대학 뷰티테라피&메이크업학과 학생들, ‘2021년 제3회 제주국제아로마페어’에 참가해 전공역량 강화하고 봉사소양 키운다 file

서경대학교 미용예술대학 뷰티테라피&메이크업학과(학과장 김은숙 교수)는 ‘코로나 블루, 아로마로 회복하다’라는 주제로 10월 29일부터 10월 31일까지 3일간 제주도 서귀포에서 진행되는 ‘2021년 제3회 제주국제아로마페어’에 ...

서경대학교 디자인학부 제27회 졸업작품 전시회 개최 <인터뷰 1>디자인학부 생활문화디자인전공 졸업작품 전시회 준비위원장 송빈 학우 file

생활문화디자인전공 [MONO 展] 주제로, 시각디자인전공 [HIDDEN TRACK 展] 주제로 10월 말과 11월 초 두 차례, 대학로 서경대 공연예술센터서 서경대학교 디자인학부(학부장 박혜신 교수) 생활문화디자인 전공과 시각정...

서경대학교, 「2021년 인생나눔교실」 인생삼모작 인생나눔학교 ‘네트워킹 데이’ 성황리에 개최 file

지난 10월 21일(금) 교내 컨벤션홀서, 인생나눔교실 중간 성과 공유 및 참여자 간 소통과 나눔의 시간 가져 2021 인생나눔교실(수도권) 인생삼모작 인생나눔학교 ’네트워킹 데이‘ 서경대학교(총장 최영철) 문화예술센터(센터장...

서경대학교 산업경영연구소, 경영컨설팅 전문가(MCP) 2기 실무자 과정 수강생 모집 file

중소·중견 기업의 경쟁력 강화 및 글로벌 진출 선도 역할 기대 서경대학교 산업경영연구소(소장: 한문성 교수)는 오는 11월 20일부터 4주간(주말(토/일) 50시간) 진행될 예정인 경영컨설팅 전문가(MCP: Management Consulting ...

미래형 실용교육 중심 대학, 서경대학교 file

대학 실용교육의 ‘글로벌 허브’ 자리매김 서경대학교는 홍익인간 정신 구현과 인류공영에 기여한다는 창학이념을 바탕으로 지(智), 인(仁), 용(勇)을 갖춘 ‘CREOS형 글로벌 리더’ 양성을 위해 설립됐다. 74년의 역사를 가...

서경대학교 미래국방기술창업센터, UN 제정 세계평화의 날 40주년 기념 학술회의 주관 file

10월 21일(목), ‘서울 ADEX 2021'서···다양한 분야 전문가 참석 성황리에 이뤄져  서경대학교 미래국방창업센터(센터장 조동연)는 UN 제정 세계평화의 날 40주년 기념 학술회의를 유엔한국협회와 공동 주관했다. 이번 학술...

서경대학교 현장실습지원센터가 운영 중인 ‘국가근로장학 취업연계 중점대학’ 프로그램에 참여해 ‘실무경험 쌓고 취업도 앞당기자!’···‘국가근로장학 취업연계 중점대학’ 프로그램 참여 학생 릴레이 인터뷰 <6>‘취업사례’ file

코로나 19 펜데믹이 2년째 지속되면서 구직활동과 같은 여러 사회활동이 크게 위축되었고 침체된 경제마저 회복세가 더디기만 하다. 기업들도 공개채용을 줄이거나 아예 폐지하고 상시채용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이 마저도 경력자만...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