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반성택 교수.jpg
반성택 서경대 철학과 교수

징용공이던 할아버지들이 최근 대법원에서 신일본제철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또한 근로정신대 출신의 할머니 몇 분도 미쓰비시중공업에 승소하였다. 17세 청년이 징용공으로 일하고 초등학교 6학년 소녀가 근로정신대에 속했던 먼 과거가 현재화된다. 당사자들 다수가 사망한 채 승소가 나오면서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말이 거론된다.
 
이는 국가에 속한 개인들의 권리를 두고 나오는 말이다. 한국과 일본에게 지연된 국가적 정의란 더는 없다. 정의는 1965년 한일협정과 5억 달러에 의해 협정으로, 돈으로 봉합되었다. 또한 2015년 위안부합의도 정부 주도로 타결된다. 

하지만 국가가 피해자를 배제한 합의를 주도한 데서 논란은 이어진다. 박정희 정부 및 박근혜 정부도 그렇고 또한 일본 정부도 이러한 해결을 도모하여 왔다. 최근 판결에 대한 일본의 격한 언사를 보며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일본은 똑똑하다. 국가가 국민을 압도하고 제압하는 한국 정부와는 강제성 있는 협정을 맺고, 반면 시민이 국가라는 광장의 외침에 따른 한국 정부와는 강제성 없는 선언을 한다. 일본 외무상은 "국제법에 기초한 협정을 한국 대법원이 원하는 아무 때나 뒤집을 수 있다면 어떤 나라도 한국과 일하기 어렵다"고 질타한다. 일본 정치인들은 외칠 수 있다. 합의를 이행하라고 말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질적인 발전 추세를 담아내어 탄생한 정부와의 선언은 그들에게 립서비스에 불과하다.

이에 정의 실현은 현재적 과제로 첨예화되어 있다. 역사와 정의의 문제를 정부가 독점하여 다루어 왔기에 더욱 그렇다. 이게 인간 역사에서 오래 통용되던 방식이기는 하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이후 세상이 이전과 다르기에 저러한 방식은 도전받는다.

우리가 정의 실현에 유난히 능하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진실은 국가가 독점하여 역사를 정리하는 시대가 2차 세계대전을 분수령으로 지났다는 데 있다. 이제 정부가 주도하는 정의 실현만으로는 부족하다. 국가의 주인인 시민을 놓고도 정의는 실현되어야 한다. 사회적 존재라는 우리는 왕조시대에 백성이었다. 왕 앞에서 그저 성씨만이 다른 것이다. 일제시대에 우리는 신민, 국민으로 바뀌었다. 황제와 국가가 주인인 세상이다. 이어서 민주공화국에 사는 우리는 국민, 시민이다. 정확히는 시민이 국가인 시대이다. 이렇듯 내실적, 내용적 사회성이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에 일본은 더디게 반응하거나 과거의 영광을 떠올리며 여전히 과거적이다. 일본 제국주의는 필자가 보기에도 아련하다. 제국주의가 정복과 지배를 자행하고 수익을 강탈하는 것이라면 이의 전형은 대영제국이다. 19세기에 지표면의 25%를 지배하며 축적된 수익으로 원자재 거래시장과 금융시장이 성행하는 곳이 영국이다. 이에 몇 나라가 뒤늦게 따라간다. 독일과 일본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들은 제국주의의 결실을 축적하기 이전에 소련과 미국에 막힌다. 군사력으로만 막힌 것은 아니다. 영국 제국주의에는 엘리트의 헌신, 사회비판 등이 어느 정도 나타나나, 독일 나치즘과 일본 군국주의에는 제국주의로의 질주만이 있었다. 독일 국가사회주의는 사회주의 소련에 격퇴되고, 진주만 폭격에 나선 일본 군국주의의 자신감은 고대 아테네 이후 최초의 민주국가를 자처하는 미국에 좌절된다.

이에 독일은 유럽적 에토스를 공유하는 인근 유럽을 학습하며 일탈을 인정하나, 일본에게는 유럽 제국주의에 맞서서 대동아공영권을 외친 데에 대한 근본적 전환이 필요 없어 보인다. 제국주의의 막차에 탄 국가는 패배하더라도 동양의 일류국가였던 것이다. 이 요인이 자신을 굴복시킨 맥아더의 일본 사랑이든, 한국전쟁의 특수이든 말이다. 패배는 하였으나 거기서 일군 성공스토리가 병존하는 것이다. 이에 그들은 내적 민주화가 덜된 경제강국으로 지속된다.

만일 오늘도 왕정, 독재, 군국주의의 시대라면 국가 주도로 과거사는 처리될 것이다. 그러나 오늘이 인간 사회성의 내실적 성숙을 지향하기에 국가 독주의 해결은 빗나간다. 시민이 국가인 세상이 열리고 있기에 과거사는 그와는 다른 해법을 요한다. 미래지향적 해법이란 이 시대와 어긋난 정부와의 협정을 지키는데 있기 보다는 과거사 정리에 시대적 지향을 담는 데 있다.  


<원문 출처>
디지털타임스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8120702102269640002&ref=naver
List of Articles
Lis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요절한 남편 평생 사랑, 이중섭의 아내[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file 홍보실 2022-10-07 42261

서경대신문 578호 file

한국방송통신대학교, 4월 3주차 랭키파이 국내 대학교 트렌드지수 순위 1위…성균관대학교·연세대학교 뒤이어 file

랭키파이가 발표한 2024년 4월 3주차 국내 대학교 트렌드 지수에 따르면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의 트렌드 지수는 6,176포인트로 전주보다 967포인트 상승해 1위를 차지했다. 랭키파이 국내 대학교 트렌드 지수는 2024년 4월 2주차 키...

서경대 정책디자인센터, ‘서울시 경계선지능 청년 실태와 일경험 지원방안 연구’ 진행 file

서울시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에서 착수보고회 진행 경계선지능 청년에 대한 제도적·정책적 지원 방안 마련  서울시 경계선지능 청년 실태와 일경험 지원방안 연구 착수보고회가 지난 11일 개최됐다. 사진=서경대 ...

서경대학교에는 어떤 동아리들이 있을까? - 2024 서경대학교 중앙 동아리 알아보기 file

우리 대학 신입생 새내기들은 지난 3월 27일, 28일 양일간 교내 스콘스퀘어에서 열린 ‘2024 동아리 알림제’를 통해 서경대학교에는 어떤 동아리들이 있고 무슨 활동을 하는지 알게 되었을 것이다. 동아리 알림제에 참여한 동아...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기고: 전공의 사태, 얽힌 실타래 풀려면 file

의·정 갈등 해법에 대해 정부도, 의대 교수들도 정확히 맥을 짚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번 의료 공백의 핵심 요인은 전공의의 사직이고, 대학병원에서만 발생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차 병원이나 개원의들은 집...

서경대학교 교수학습원, 2024학년도 교수혁신 앰배서더 선정 file

▲ 사진 왼쪽부터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최창열 교수(인문/사회계열), 소프트웨어학과 이지영 교수(이공계열), 공연예술학부 이종석 교수(예술계열), 인성교양대학 이순희 교수(교양/융합계열) 서경대학교 교수학습원(원장 정수정 교수)은 ...

[서경대 카드뉴스] 2024 글로벌 비즈니스 데이터분석 전문가 양성과정 2기 연수생 모집 공고 file

<관련링크> □ [해외취업] <2024 글로벌 비즈니스 데이터분석 전문가 양성과정> 연수생 2기 모집 공고 https://www.skuniv.ac.kr/index.php?mid=notice&document_srl=246738 <홍보실=황주영 학생기자>

산학협력 활동우수교원 ① - 나노화학생명공학과 김호현교수 file

서경대학교(총장 김범준)는 나노화학생명공학과의 김호현 교수(사진)가 환경부의 ‘D.N.A 기반 화학사고 예측 및 리스크 평가기술 개발’과 국토교통부의 ‘한국형 Green NCAP 평가기술 개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인공지능...

[서경대 MFS] 독일의 투자 자산 관리 플랫폼 Scalable Capital file

서경대학교 MFS(Mobile Financial Service) 연구회는 금융정보공학과 서기수 교수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연구모임으로 세계적으로 급변하는 핀테크시장의 흐름과 동향파악을 통해서 국내 금융시장의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기...

고운실 서경대학원 경영학과 외래교수 기고 : 시대 의제가 된 ESG 경영 file

시대 의제가 된 ESG 경영  고운실 서경대학원 경영학과 외래교수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개선(Governance)의 약자로 기업경영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가치 창출을 측정하는 3가지 주요 지표를 말한다...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