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요절한 남편 평생 사랑, 이중섭의 아내[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1.jpg


“모친께서는 멋진 인생을 사셨습니다. 아프시지도 않고 평온하게 가셨어요.”

올 8월 13일, 화가 이중섭(1916∼1956)의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山本方子·1921∼2022) 여사가 향년 101세(한국 나이 102세)로 별세했다. 그의 둘째 아들 야스나리(泰成) 씨는 나에게 전화로 이처럼 그녀의 인생과 가시는 모습을 전했다.

한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국민화가 이중섭의 그림에는 힘찬 소, 은박지나 엽서에 꽃게와 물고기와 노는 아이들, 그리고 사랑하는 부부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 그림 속의 여인이 바로 아내 마사코다. 이중섭은 그녀를 ‘이남덕(李南德)’이란 한국식 이름으로 부르며 무척 사랑했다.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요절한 남편 평생 사랑, 이중섭의 아내[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2.jpg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두 사람은 일제강점기인 1939년, 일본 도쿄 소재 문화학원(文化學院)에서 선후배로 만나 깊은 사랑에 빠졌다. 1943년 이중섭이 귀국하자 마사코는 광복 직전 현해탄을 건너 그의 고향 원산에서 결혼했다. 두 아들을 두며 평온하게 지낸 것도 잠시였다. 6·25전쟁이 터지자 부산과 제주도로 계속 거처를 옮기며 지냈다. 결국 1952년 마사코는 친정아버지의 사망과 가난을 이유로 두 아들을 데리고 일본으로 귀국했다. 그다음 해 이중섭은 일주일간 일본에 가 가족들과 함께 지내기도 했지만, 그 후 만나지 못하고 1956년 서울에서 40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이중섭과 마사코의 결혼생활은 10년, 그중 같이 살았던 기간은 7년. 마사코는 어린 두 아들을 가진 채 35세에 과부가 됐다. 양재를 직업으로 삼았고, 생명보험 회사에 근무한 적도 있으며, 환갑의 나이에 도쿄 긴자(銀座)의 기독교용품점에서 일을 시작해 80세까지 근무하며 지냈다.

나는 언제부턴가 이중섭 그림을 좋아했다. 1989년 대학원에 다니며, 그곳에서 친해진 친구의 아버지인 나전 작가 이성운 선생이 경남 욕지도에서 이중섭과 같이 그림을 그리며 지냈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욱 그를 가깝게 느끼게 됐다. 그리고 부인 마사코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2016년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된 전시 ‘이중섭, 백년의 신화’에서다. 이 전시에서 가족과 일본어로 주고받은 꽤 많은 엽서가 공개됐다. “내가 사랑하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나의 착한…” 등으로 시작하는 편지(엽서)글들에는 가족에 대한 사랑이 그득했다. 나는 이때 마사코 여사가 살아계신 것을 알았다. 어떻게 살아오셨을까? 여러 가지를 여쭙고 싶었다.


“아버지가 열정적이었다면 어머니는 심지가 곧고 차분한 분이셨어요. 낯도 좀 가리셨고요. 말 안 듣는 아들에게 큰소리 한번 치신 적이 없었어요. 아마도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이 서로 상반된 성격이라 오히려 끌렸던 것 같아요.”

이런 마사코 여사가 크게 상처를 받은 일이 있다고 한다. 1979년 한국에서 본 연극 ‘화가 이중섭’에서 마사코가 남편을 버리고 일본에 귀국한 것처럼 묘사되어 있고, 특히 가족을 찾은 이중섭을 장모가 냉대했다는 부분이다. 마사코의 부모님은 기독교인으로 두 사람 사이를 반대하기는커녕 한국에 갈 때 그녀를 응원하고 지지해 줬고, 사위가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일본에 올 수 있도록 애써 주신 분이었다. 이 오류의 시작은 원작인 1973년에 발간된 고은 작가의 소설 ‘이중섭 그 예술과 생애’이다.

야스나리 씨가 어머니를 그리며 가장 생각나는 것 중 하나가 ‘김치’라고 했다. 마사코 여사는 원산에서 시어머니에게 김치 담그는 법을 배워 늘 저녁 식탁에 김치를 올렸다고 한다. 야스나리 씨는 “나는 어머니의 김치로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추억했다.

“아버지 작품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은 ‘흰소’입니다. 일본에서 한 번도 아버지 작품 전시를 하지 못했는데, 일본에서 아버님의 작품전을 하는 것이 제 꿈입니다. 사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1953년 일본에 일주일 오셨을 때 안겼던 희미한 기억이 전부입니다. 그래도 슬프다고 느낀 적이 없어요.”(야스나리 씨)

주옥같은 작품들을 남기고 요절한 이중섭, 평생토록 그 한 사람만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며 홀로 헌신적 삶을 산 마사코. 가족을 사랑했고 아꼈던 두 사람의 사랑을 떠올리며 마사코 여사의 명복을 빌어 본다.


<원문출처> 

동아일보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1006/115840370/1

List of Articles
Lis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요절한 남편 평생 사랑, 이중섭의 아내[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file 홍보실 2022-10-07 43892

진세근 서경대 광고홍보콘텐츠학과 겸임교수 칼럼:[아침광장] 욕망의 행진을 멈추라 file

진세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사무총장·서경대학교 광고홍보콘텐츠학과 겸임교수 미국 가수 사이먼과 가펑클이 1970년 발표한 ‘엘 콘도르 파사’(EL Condor Pasa·콘도르는 날아가고)를 기억하는 독자가 적지 않을 것이다. 플루...

서경대학교 교수학습지원센터, 우수프로그램 ‘2020 프레젠테이션 뽐내기 공모전 성료 file

유진 학우(문화콘텐츠학과 16학번) 대상 수상, 모션인식 기능으로 가상현실 캐릭터 구현 서경대학교 교수학습지원센터(센터장 윤영란 교수)는 2020학년도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프레젠테이션 뽐내기 공모전이 11월 30일 ...

서경대, ‘여성이 안전한 성북’ 만든다 file

성북 지역 3개 기관 및 6개 대학과 업무협약 체결 성범죄 근절 등 치안질서 확립에 필요한 실질적인 협력 기대 서경대를 비롯한 7개 대학과 지역 3개 기관이 여성이 안전한 성북을 만들기 위해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서경대...

바이올리니스트 최재원 독주회, 16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개최 file

추운 겨울 속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공연이 펼쳐진다. 아름다운 선율의 샤콘느, 동양적인 색채를 느낄 수 있는 야나체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거쳐 사랑이 가득 넘치는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연주까지, 12월 16일 최재원의...

[구병두 서경대 교수의 교육칼럼] ‘체면’과 사양지심(辭讓之心) file

  서경대학교 인성교양학부 교수 (사)한국빅데이터협회 부회장 ‘체면’은 우리 민족의 심리특성에서 빼놓을 수 없는 현상(現狀) 내지 개념 가운데 하나이다. 즉, 체면은 한국인의 여러 가지 심리특성인 눈치, 정(情), 한(恨), 핑...

학과 안내 <12> 이공대학 산업경영시스템공학과 file

서경대학교 이공대학 산업경영시스템공학과는 다양한 생산 및 서비스 시스템을 대상으로 전략적 계획 수립, 시스템의 체계화 및 최적화, 제품의 최적 설계 및 품질 향상, 인간-기계-물류시스템의 효율적 운영 및 환경개선, 이와 관...

[진세근 교수 기고] 줄탁<啐啄> file

漢字, 세상을 말하다 세상 만물엔 모두 안팎이 있다. 내조가 있으면 외조가 있고, 지각이 있으면 지표가 있으며, 껍질이 있으면 속이 있다. 안과 밖은 특징이 있다. 한 덩어리로 붙어 있다는 점이다. 안과 밖은 조밀하게 호...

전옥주 박사의 세상사는 이야기, 4인 미용인에게 인생을 묻는다. file

미용의 성공을 이해하기 쉽도록 구분하면, ‘사회적 성공’이란 미용의 일을 통해 좋은 평가를 받게 되고 그것이 명예로운 것을 말한다. 그래서 서경대학교 박은준 교수를 만났다.   좋은 교수는 자신만의 고유한 교육스...

[구병두 서경대 교수의 교육칼럼] ‘정(情)’과 상호작용의 법칙 file

서경대학교 인성교양학부 교수/(사)한국빅데이터협회 부회장 한국인은 타민족에 비하여 유달리 ‘정(情)’이 많은 민족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자타가 공히 인정한다. 우리 민족은 옛날부터 겸손을 미덕으로 하는 삶을 살아왔기에 자...

[인턴칼럼]‘유튜버’ 꿈꾸는 아이들… 교육도 바뀌어야 file

안유신 서경대 4학년 지난해 1년 휴학을 결심하면서 인턴 활동과 영상 프로그램 공부라는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3월에 휴학하고 다음 달 영상편집 강의를 듣기 위해 서울 시내의 한 컴퓨터학원에 등록했다. 대부분 취업준비...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