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잘못을 직시하는 일본인들[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1).jpg


조선 사람이라면 죽여도 되는 거냐(朝鮮人やったらしてもええんか)?”


올해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두 번 관람한 작품이 있다. 일본 간토(關東)대지진 당시 수많은 조선인이 학살된 비참한 사실을 배경으로 한 모리 다쓰야 감독의 영화 ‘19239이다. 원제목은 후쿠다무라사건(福田村事件)’으로, 192391일 간토대지진이 발생한 5일 후인 6일에 지바현 후쿠다무라(현 노다시)에서, 시코쿠에서 온 일본인 약장수 일행이 조선인으로 오인받아 15명 중 9명이 마을 사람들에 의해 살해당한 실제 사건을 취재한 극영화다.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잘못을 직시하는 일본인들[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2).jpg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극 중 마을 사람들은 약장수의 사투리 섞인 말투를 듣고 당신들 조선인이 아니냐?”고 의심했다. ‘일본인이냐, 아니냐의 실랑이가 벌어졌을 때, 약장수 대장 신스케는 조선 사람이라면 죽여도 되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태어나서부터 차별받아 온 부락민 출신 신스케의 이 대사가 나의 가슴에 깊이 박혔다.


간토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조선인들이 폭동을 일으켰다’ ‘우물에 독을 넣었다등 유언비어가 유포되면서 일본 군부와 자경단에 의한 학살이 벌어졌다. 이때 조선인을 식별하기 위해 조선인이 발음하기 어려운 탁음 섞인 말 ‘1550(1550)’을 시켰던 것은 꽤 알려진 일인데, 영화에서도 수차례 등장해 가슴 아프게 한다. 이때 정확하게 발음하지 못한 것은 조선인뿐만이 아니었다. 거기에는 중국인, ‘표준어 발음을 못하는 일본인, 청각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도 포함돼 있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간토대지진 100주기를 맞는 올해, 한국에서도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나 역시 서울에서 열린 아이고전과 문화공간 이육사의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주기 추모사진전등 몇 가지 행사에 관심을 갖고 다녀봤지만 이 영화를 접하고서야 비로소 학살을 일으킨 인간의 심리를 알게 됐고, 이러한 사건을 우리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게 됐다. 또 집단의 광기가 무시무시한 폭력성을 지닌 괴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일이 100년 전에만 있는 것일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비참한 전쟁 또한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에 치우친 보도나 허위 뉴스를 믿고 극단적 의견을 갖게 되는 현재 우리 모습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고 느껴졌다.


모리 감독은 9일 작품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에서 이 영화를 제작한 이유를 이와 같이 말했다. “현재 일본은 실패나 좌절 따위는 모두 잊고 성공 체험만을 기억하는 사람과 같은 나라가 되어 있어요. 정치도 언론도 교육도 그런 분위기에 젖어 있어요. 그래서 영화를 통해 저는 이야기합니다. 자신들이 어떤 실수를 했는지, 자신들이 어떤 가해 행위를 저질렀는지, 아시아에 어떤 민폐를 끼쳤는지요. 몇 명을 죽였는지요? 그걸 기억해야만 합니다.”


감독은 간토대지진이 일어난 지 100년 되는 91일 일본에서 영화를 개봉했고, 일본인 관객 앞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들려줘 예상보다 훨씬 큰 공감을 얻고 있다고 한다. 나도 감독과 같은 생각이 들었고, 감독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오랜만에 속이 시원했다.


현재 일본에서는 이 영화가 근대 일본의 잘못을 파고든 무거운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입소문을 타서 전국 상영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12월 말까지 상영관이 잡힌 극장도 있을 정도다. 1012일까지 소극장 상영에도 불구하고 관객 동원 수는 15만 명이 넘었고, 흥행 수입 2억 엔(18억 원)을 넘기는 기록을 세웠다.


영화를 관람한 일본 관객들이 쓴 리뷰를 살피면 최근 조선인 학살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일본 정부의 보수화에 대해 우려하는 일본인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 같아 다행이다. 영화에는 조선인뿐만 아니라 사회주의자, 부락민, 여성 등 차별을 당한 많은 이들이 등장한다. 인간 속에 깊숙이 숨어 있는 차별 의식, 집단 속에서 이성을 잃은 광기가 어떤 짓을 하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영화 경쟁부문인 뉴 커런츠최우수작을 이 작품에 줬다. 일본 사회를 고발하는 다큐멘터리를 주로 연출해 온 모리 감독의 장편 극영화 데뷔작인 ‘19239묻혀 버린 역사를 불러내 정면으로 마주 대하는 용기를 응원한다라는 심사평을 받았다. 물론 작품성에서도 뛰어났음을 인정받았다.


모리 감독은 영화가 한국에서 일반 상영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모리 감독의 꿈이 이뤄지고 많은 한국인도 관람하며 여러 생각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라본다. 진정한 화해와 평화를 나누기 위해 말이다.


<원문출처>

동아일보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31026/121889334/1

List of Articles
Lis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요절한 남편 평생 사랑, 이중섭의 아내[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file 홍보실 2022-10-07 47777

[서경패션콜⑥] 마담엘레강스, 우아한 여성의 품격 file

마담엘레강스가 지난 5일 아시아모델페스티벌 아시아오픈컬력션의 축하무대 ‘서경스콘패션쇼’에 참가해 우아한 여성의 품격을 빛냈다. 이번 컬렉션은 고전적인 아름다움과 세련된 현대적 감각이 조화를 이루는 ‘모던룩’으로 ...

이것만 알면 스타트업 인싸...전규열·조봉현·오정석 공저 file

세계적인 천재지변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이 감소했다고는 해도 세계 경제와 성장에 대한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나라마다 ‘엔데믹’ 이후의 새로운 국가 목표의 설정과 달성을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개개인의 차원에서...

김재명 도시공학과 교수: [기고] 공간정보 기반 ‘스마트건설 3D 데이터 교환표준’ 개발의 의미 file

김재명 서경대학교 도시공학과 부교수 1월 ‘건설측량 설계기준(KDS)’ 제정, 스마트건설 기준 담겨 교환표준, 기준서 요구하는 측량데이터 교환방법·품질관리 제시 3D 디지털 설계측량 업무 혼선 방지, 신기술 적용에 적극 활...

구자억 서경대 혁신부총장, 저서 ‘새로운 중국교육사’ 출간 file

중국교육의 발전 역사를 중국역사 연대기에 따라 고찰 중국의 역사 속에서 중국교육은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었고 역할과 위상은 어떠했는지 분석 중국교육의 발전과정을 중국의 정치 및 사회 체제와 관련 지어 서술 서경대...

서경대학교 ‘2023 중국 한국어과 대학생 방한 연수 수료식’ 개최 file

1월 10일(수) 교내 문예홀서, 수료자 50명에게 수료증과 소정의 기념품 수여 서경대학교는 1월 10일(수) 교내 문예홀에서 ‘2023 중국 한국어과 방한 연수 수료식’을 가졌다. 이번 방한 연수는 지난 2023년 8월 2일, 중국 ...

전규열 서경대 교수, 길음사회복지관에 올해 2번째 기부 file

전규열 서경대 경영학부 겸임교수(공감신문 대표이사)가 28일 서울 성북구 길음종합사회복지관에 100만원 상당 상품권을 전달했다. 전규열 서경대 경영학부 겸임교수(공감신문 대표이사)가 28일 오후 서울 성북구 길음종합사회복지관...

[2025대입잣대] 15개 상위대 취업률 성대 76.5% ‘7년 연속 최고’.. 서강대 한대 인하대 중대 톱5 file

이공특 진학률 지스트 64.7% ‘최고’ DGIST 포스텍 KAIST UNIST순 2022년 2월(2021년 8월 포함) 졸업생의 취업률이 전년보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알리미가 17일 공시한 ‘졸업생의 취업현황’ 자료에 따르면 상위1...

[서경패션콜] 스타시카, 2024패션 트렌드 제시 file

스타시카가 지난 11월 5일, 아시아모델페스티벌 오픈컬렉션의 일환으로 열린 서경대학교 스콘패션쇼 별경에서 2024년 새로운 패션 트렌드를 제시했다. 이번 컬렉션에서 스타시카는 비비드한 컬러와 다양한 텍스쳐 그리고 ...

2024년 새롭게 시작하는 한 해, 더 힘차게 출발할 수 있게 해줄 자격증은 뭐가 있을까? <3>‘이공대학’ file

12월 22일까지 진행된 기말고사를 끝으로 2023학년도 2학기가 마무리되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 코로나 19 사태가 종식되고 모든 행사가 재개되어 이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던 2023년, 크고 작은 일이 많았던 지난 한 ...

서경대신문 575호 file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