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나를 한국으로 이끌어준 이어령 선생님 일러스트레이션.jpg


이어령 선생님의 축소지향의 일본인을 읽어본 사람? 아니면 이어령 선생님의 다른 책을 읽어본 학생 있나요?” 지난 월요일, 개강 후 일본문화 첫 강의 시간에 학생들에게 물었더니 잠시 묘한 침묵이 흘렀다. 일본인 유학생 두 명을 포함한 18명의 학생들의 표정에서는 내 질문에 대해 아무런 공감을 읽어낼 수 없었다. “,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226일 이어령 선생님의 별세 소식을 접한 나는 40년 전, 1982년에 일본에서 출판된 일본어로 쓴 그의 저서 축소지향의 일본인을 읽었을 때의 충격이 떠올랐다. 그 책을 다시 읽고 싶어 집과 학교의 서가를 열심히 뒤졌지만 찾지 못했고, 서둘러 서점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종로의 대형서점 한 곳에 두 권 남아 있는 책을 찾아 얼른 구입했다.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jpg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이 책은 일본 가쿠세이샤(學生社)에서 발간되자 두 달 만에 10쇄까지 증쇄할 정도로 크게 화제가 됐다. 그리고 2007년에는 고단샤(講談社)에서 문고본으로 다시 출간돼 20212월까지 21쇄를 찍어낸 스테디셀러로 수많은 일본론중에서도 최고의 걸작이며, 이제는 고전이라 여겨진다.


1982년 당시 일본의 언론에서 쓴 기사의 제목들을 보면 이어령의 화려한 등장’(일본경제신문), ‘서양에 치우친 문화론에 대한 반성’(아사히신문), ‘학문적으로 깊이 있는 일본인론’(선데이매일), ‘기존 일본인론의 범위를 초월할 만큼의 기폭력이 있다’(도쿄신문) 등 일본 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던 것을 알 수 있다. 이번에 다시 일본어로 읽어봐도 40년이라는 세월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여전히 울림이 컸다. 그러면서 처음 접했을 당시 느꼈던 감동이 새록새록 다시 되살아났다.


책은 일본 문화의 특징을 축소()’를 키워드로 밖에서 안으로 향한 방향성으로 요약했다. 당시 인정받아 오던 일본론들, 예를 들어 국화와 칼’ ‘아마에()의 구조’ ‘종적(縱的)인 사회등의 오류를 지적하면서 시작한다. 예를 들어 아마에의 구조에서 저자 도이 다케오(土居健郞)가 일본인의 특징으로 삼은 아마에라는 키워드가 한국에서도 어리광이나 응석등으로 자주, 다양하게 사용되는 개념인 것을 제시하며 일본만의 고유한 특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축소지향의 일본인그 속에 펼쳐지는 일본론은 당시 결여됐던 아시아, 특히 이웃 한국의 시선에서 전개했다는 면에서 어느 일본론과도 차별되는 중요한 저술이었다. 당시 서구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눈에 씌웠던 비늘이 떨어지는(からちる)’것처럼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아시아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더구나 번역서가 아닌, 외국인이 일본어로 썼다는 점도 놀라웠다. 일본인보다 더 풍부한 어휘력을 구사하며 유창하게 저술됐기에 책에 압도당하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끝 무렵 여덟 살이었던 선생님이 직접 일본식 교육을 받았고, 그 당시 느꼈던 위화감에서 이 책이 출발했다는 것도 설득력이 있었다. 시종 선생님의 박식하고 논리적인 전개에 설득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알게 된 또 하나는 책에 있는 많은 내용이 나 자신 속에 녹아 살아 있었다는 것이다. 읽은 지 오래되었으나 어느새 책의 여러 부분들이 나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어 있었다. 아마도 어쩌면 나는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한국에 관광하러 오기는 했겠지만 유학을 위해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1985년 내가 한국에 유학 가려고 했을 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왜 미국이 아니라 한국인가라며 반대했다. 이런 반대들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이웃 나라 한국에서 일본에 대한 시각을 배우겠다고 주장할 수 있었던 것은 다름이 아닌 이어령 선생님의 지성에 대한 믿음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선생님 덕분에 선택한 길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최근 많은 일본 젊은이들이 한국의 음악이나 드라마에 관심을 갖고 한국어를 배운다. 또 일본에 관심을 갖는 한국 젊은이들도 여전히 많다. 40년 전에 한국의 석학이 쓴 이 명저를 지금도 양국 사람들이 더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나는 살아계셨던 선생님을 한 번도 뵌 적이 없지만, 나를 한국으로 이끌어 준 이어령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선생님의 명복을 빈다.


<원문출처>

동아일보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311/112279070/1

List of Articles
Lis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요절한 남편 평생 사랑, 이중섭의 아내[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file 홍보실 2022-10-07 47424

브랜드 ‘가르송티미드(GARCONTIMIDE)’와 협업 이뤄 졸업작품 ‘Bumpy bumpy’ 선보인 서경대학교 디자인학부 생활문화디자인전공 정채연 학우 인터뷰 file

11월 2일부터 6일까지 5일간 대학로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지하 1층 skon gallery에서 열리고 있는 서경대학교 디자인학부 생활문화디자인전공 제28회 졸업전시회는 브랜드 ‘가르송티미드(GARCONTIMIDE)’ 등 다양한 유수 브랜...

『2023학년도 서경대학교 신규 중앙동아리 알아보기』기획시리즈 #1 file

코로나 19 사태가 엔데믹 국면을 맞으면서 강의가 대부분 대면 수업으로 전환돼 캠퍼스에도 차츰 활기가 돌고 있다. 코로나 19의 확산 및 장기화로 그동안 침체되었던 학교 분위기가 되살아나면서 새로운 중앙동아리가 생겨나고 ...

서경대학교 대학혁신추진사업단 ‘2021 대학혁신지원사업 온라인 성과공유회’ 개최 file

서경대학교(총장 최영철)는 2월 9일(목) 오후 2시 교내 유담관 로비층(L층) Co-working Space에서 ‘서경대학교 2021 대학혁신지원사업 온라인 성과공유회’를 개최했다. 이석형 서경대학교 대학혁신추진사업단 단장은 개회사를 통해 ...

서경대학교, 성북경찰서와 학생 생활 안전 위한 상호 협력 합의 file

서경대학교(총장 최영철)는 8월 29일(월) 신임 인사차 본교를 방문한 정영오 성북경찰서장과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에서 2학기 전면 대면수업을 앞두고 학생들의 안전한 학교생활을 위해 양 기관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서경대 카드뉴스] 중간강의평가의 모든 것 file

<관련 공지> 2022학년도 1학기 중간강의평가 시행안내 https://www.skuniv.ac.kr/index.php?mid=notice&document_srl=209484

서경대학교 무용예술학부 한국무용전공 1학년 조인성 학생, ‘2023 제14회 한영숙무용제 전국한국춤경연대회’에 참가해 ‘금상’ 수상 file

서경대학교 무용예술학부 한국무용전공 1학년에 재학 중인 조인성 학생이 지난 4월 16일 대한민국예술인센터 로운아트홀에서 열린 ‘2023 제14회 한영숙무용제 전국한국춤경연대회’에 대학부 전통무용부문에 참가해 ‘이매방류 승무...

서경대학교 ‘Global Networking Program’ 진행 file

9월 1일(수) 오후 3시 서경대 유담관 Co-Working Space서 서경대 학생들, Global Startup 10개 기업 대표와의 네트워킹 통해 세계 Startup 시장에 대한 이해 높이고 재학 중 기업과의 프로젝트 진행 등 기회 가져 서경대...

서경대 2022년 2학기 비교과 프로그램 어떤 게 있나 file

서경대학교는 매 학기마다 취창업지원센터, 진로심리상담센터, 인성교육센터, 교수학습지원센터 등 각 센터별로 다양한 비교과 프로그램을 개설, 운영하고 있다. 비교과 프로그램이란 학점을 이수하기 위한 전공 및 교양 교육과정 이...

[시승기] 슈퍼모델, 토레스의 매력에 빠지다 file

[무비스트=이문호 기자] 2023년 계묘년이 밝았다. 쌍용자동차의 Adventurous 토레스는 2022년 자동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베스트셀러이다. 정통 SUV스타일을 트렌디하게 해석해 고객의 자유로움과 또 다른 세계로의 모험을...

2022년 동계방학 기간 중 도전해 볼 만한 공모전 뭐가 있을까? file

지난 12월22일(수)을 끝으로 다사다난했던 2021학년도 서경대학교 정규학기가 마무리되었다. 올해로 코로나19가 지속된 지 3년째이기 때문에 대면활동이 크게 위축되어 정규수업은 물론 공모전이나 대외 활동 등 학생들이 참여하는 많...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