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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미륵반가사유상.jpeg

소극장만 한 439m2(약 133평) 공간에 나지막한 타원형 무대가 있고 두 점의 조각상이 올려져 있다. 마치 무대 위에서 조용히 앉아 공연이 시작되길 기다리는 꽃미남 배우 같다.

11월 국립중앙박물관은 국보 금동미륵반가사유상 두 점이 나란히 전시된 새로운 상설전시실을 공개했다. 바로 ‘사유의 방’이다. 이 전시실은 지금까지 박물관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특별한 공간이다. 그 속의 두 반가사유상은 왼쪽 무릎 위에 오른쪽 다리를 얹고, 오른쪽 손가락을 살짝 뺨에 댄 채 깊은 생각에 잠겨 완벽한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유의 방’으로 이어지는 어둡고 고요한 복도를 천천히 걸으며 나는 마치 일본 다실에 들어가는 것 같은 착각을 했다. 그러나 실제로 들어가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넓고 밝게 느껴지는 공간이 나타나 순간적으로 당황스러웠다. 게다가 두 반가사유상과 관객을 가로막던 유리창도 없었다. 어색하게 느껴진 것도 잠시였고, 관람객들이 들어오자 신기하게도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jpeg


내가 미륵반가사유상들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지금부터 약 40년 전, 대학생 때였다. 종교학 강의 시간에 교수님에게서 교토 고류지(廣隆寺) 반가사유상의 손가락이 부러진 사건을 말씀하셨다. 1960년 8월 당시 교토대 법학과 3학년 남학생이 아름다운 반가사유상에 반해 무심코 입을 맞추려다 약지손가락을 부러뜨렸고, 당황한 나머지 그 손가락을 집에 가져갔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너무나도 유명한 이야기다. 그 후 학생은 자수했고 손가락을 돌려줘 수리했다고 하는데 일본 국보 1호 손가락을 부러뜨렸다는 이야기가 충격적이라 계속 기억에 남았다. 그때부터 반가사유상을 마음에 두게 되었고 얼마 후 나는 교토에 가서 그 아름다움을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2016년 국보 미륵반가사유상과 일본 나라현 주구지(中宮寺)의 반가사유상이 함께 한국과 일본에서 전시됐던 것도 기억이 선하다. 나는 일본에서 보지 못했던 것을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처음 볼 수 있어서 감개무량했다. 국보 미륵반가사유상 두 점과 일본 고류지의 반가사유상과 일본 주구지의 반가사유상. 일본에 있는 불상은 목조이고, 한국은 금동이란 차이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공통점이 많아 고대에 있어 두 나라의 깊은 관계를 실감 나게 느낄 수 있었다. 일본의 불교학자 이시가미 젠노(石上善應) 교수는 “미륵반가사유상은 일본과 신라 불교 사이에 가교가 되는 불상군(佛像群)이다. 미륵이 자비를 베풀어 일본에 건너가려고 분신을 파견했다고 생각할 만큼 훌륭한 아름다움의 전통을 일본에 전했다”고 했다. 

대학 시절의 인연으로 미륵반가사유상은 내게 특별한 의미를 주는 가까운 존재가 됐고, 한국에 살면서부터는 두 불상을 수없이 찾아갔다. 이전 상설전시실은 아담한 공간의 중심에 한 점만 전시돼 있어서, 나는 혼자 박물관을 갈 때 전시를 보다 지치면 이곳을 찾았다. 반가사유상과 일대일로 마주앉아 있다 보면 마음과 몸이 편안해졌다. 하지만 이곳은 몇 사람만 들어서면 좀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사유의 방’은 다르다. 일대일로 마주한다기보다 두 반가사유상과 그곳에 있는 관람객들과 공간을 공유한다. 두 사유상과 함께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가는 방이다.

‘사유의 방’을 디자인한 최욱 건축가는 “관객이 무대에 선 배우를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거리가 24m인 것을 고려해 전시장을 디자인했다”고 한다. 소극장 정도 넓이로 구성된 이 공간에서 사유상이 숭배의 대상보다는 미의 대상으로 관람객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고, 어느 각도에서 바라보든 각기 다른 느낌으로 잔상을 남기며 계속 연결되는 시퀀스를 중요하게 고려해 연출했다고 한다. 마당처럼 열린 공간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길 바란 것이다.

우리는 코로나를 겪으며 비대면 시대의 한계를 느꼈다. 이웃과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재확인했다. 서로가 인연을 맺으면서 협력해야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이시가미 교수는 “내가 여기에 있고 나와 관계하는 상대가 있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사람들 사이의 공감대가 확대돼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번에 마련된 미륵반가사유상만의 특별한 전시실에서는 특정 종교의 신앙 대상이라는 사실을 뛰어넘어 많은 사람이 찾고 소통이 이뤄지는 곳이 됐다. 이곳이 조용한 사유를 경험할 수 있는 진정한 휴식의 공간이 됐으면 한다. 사유의 방에 들어가기 전과 다녀온 후의 달라진 마음의 치유를 모두가 경험해 보길 바란다.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원문 출처>

동아일보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11126/1104653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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