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느낀 소통의 기쁨 일러스트레이션.jpg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국제비즈니스어학부 교수.jpg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해마다 가을이면 눈부신 해변과 파란 하늘, 그리고 영화를 보기 위해 부산을 찾았다. 넘실대는 파도를 배경으로 영화인과 관객들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영화 축제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올해는 2년 만에 부산국제영화제에 갔다. 10월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지 20년이 훌쩍 넘었는데, 지난해 가을에는 코로나19로 찾지 못했다.

 

올해도 코로나로 행사 대부분을 온라인으로 접했고, 일본이나 해외에서 찾아온 영화인들을 만나는 시간 대신 영화제 기간에 주로 혼자 영화를 보며 지냈다. 그래도 폐막작 기자 시사를 포함해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아시아영화를 중심으로 6편의 작품을 봤고, 이어 서울에 올라와서도 온라인 시사를 통해 4편을 더 관람해 무척 흐뭇했다. 특히 일요일 밤 영화의 전당 야외상영관에서 일본 청춘영화 도쿄 리벤저스를 지인들과 보고, 함께 웃으며 오랜만에 해방감을 느꼈다. 영화의 전당이 주는 압도적인 분위기에 부산국제영화제가 살아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어 감격스러웠다.

 

거장 감독의 신작이나 화제작 중 감독이나 배우가 영화를 직접 소개하고 관객과 만나는 갈라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를 보고나서는 두고두고 머릿속에 소통이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맴돌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명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올해 칸 국제영화제 각본상을 받은 작품이다. 3시간이라는 상영시간이 길게 느껴질 틈도 없이 작품에 몰입했다.

 

영화는 부인과 사별한 아픔을 안고 사는 배우이자 연출가인 주인공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가 히로시마에서 진행되는 연극제에서 체호프의 대표작 중 하나인 바냐 아저씨의 연출을 맡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 중 연극의 오디션 장면에서, 배우들이 감정을 없애고 대사를 읽는 연습 장면도 독특하지만, 아시아 여러 나라의 배우들이 참여해 각자 다른 언어로 바냐 아저씨를 연기하는 모습이 더욱 기묘한 느낌을 자아냈다.

 

같은 언어를 사용해도 소통하기 어려운데 여기서는 전혀 다른 언어를 주고받으며 소통이 이루어진다. 심지어 수화를 구사하는 한국인 배우도 등장한다. 음성언어가 아닌 수화의 감정연기가 내게 가장 인상을 남기며 어느새 언어의 장벽은 훌쩍 사라지고, 작품에 통째로 설득당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36년 전 내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나는 말 못하는 아기가 된 것 같았다. 그러다가 조금씩 언어를 학습하면서 기본적인 의사를 전달할 수 있게 됐다. 반드시 언어를 통해서만 소통을 하는 것이 아니기에 많이 능숙해졌다곤 하지만 사실 지금도 사람들과의 소통은 무척 서투르고 어렵다.

 

하마구치 감독은 부산영화제를 직접 찾아 봉준호 감독과 대담도 했다. 당시 봉 감독이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기억으로 아버지가 자녀와 마주 보고 대화를 잘 안 하셨는데, 운전석에 앉으면 그렇게 말을 잘 하셨다. 서로 마주 보지 않고 한 방향을 보면 말을 잘 하셨던 것 같다소통의 방식에 대한 추억을 들려줬는데, 이 영화 속의 소통과도 교차됐다. 아시아 영화를 이끌어 가는 두 감독이 나눈 두 시간의 짧은 대담 또한 코로나 속에서 실현된 기적 같은 소통의 시도였다. 하마구치 감독은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영화의 전당연극의 전당으로 설정하고 부산에서 연극제가 열린다는 설정으로 영화를 부산에서 찍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소) 헌팅도 다 마쳤으니, 언젠가 여기(부산)에서 영화를 찍을 것이라고 했다. 부산의 영화인뿐 아니라 한국의 영화인들을 설레게 하는 대목이었다.

 

나는 짧은 기간이지만 소통하는 기쁨을 누렸다. 상영관에서 그동안 일상에서 만나지 못했던 영화인들과 인사하며 서로의 안부를 나눌 수 있었다. 동시에 영화제를 둘러싼 몇 년간의 정치적인 논란에서 벗어나 분위기가 밝아졌다는 것도 느꼈다. 마치 아픔이 우리의 관계를 리셋 해준 것처럼. 우리가 음식을 함께 나누거나 술을 마시지는 않았지만 앞으로도 영화를 통한 소통은 계속될 것이고, 코로나를 극복한 뒤에는 더 많은 작품들, 더 많은 영화인들이 찾아와 나누는 소통을 통해 더 풍성한 영화제가 될 것을 기대한다.

 

<원문출처>

동아일보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1022/109833057/1

List of Articles
Lis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요절한 남편 평생 사랑, 이중섭의 아내[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file 홍보실 2022-10-07 53323

[2021 서경대 캠퍼스타운 스타트업 CEO] 홈 인테리어 공동구매 플랫폼 ‘민케아’ file

홍민기 민케아 대표 민케아는 데이터를 활용해 홈 인테리어 공동구매 플랫폼을 개발하는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홍민기 대표(35)가 2021년 6월에 설립했다. 민케아는 인테리어 공동구매 플랫폼이다. 비슷한 무드, 비슷한 자재, ...

[2021 서경대 캠퍼스타운 스타트업 CEO] 국내 공예품 구독박스로 해외에 판매하는 ‘블루스텔라’ file

김호중 블루스텔라 대표 블루스텔라는 국내 공예품을 아웃소싱해 해외에 판매하는 스타트업이다. 김호중 대표(33)가 2020년 7월 설립했다. “국내 대다수 공예인들은 창작활동과 경영 두 가지를 겸업합니다. 한 사람이 두 가지를...

[2021 서경대 캠퍼스타운 스타트업 CEO] 시민 참여하는 공연 만드는 생활예술 단체 ‘소셜아트고래’ file

이해성 협동조합 소셜아트고래 대표(지역활성화 프로젝트 정릉스쿨) 협동조합 소셜아트고래는 생활예술이나 지역 연계 문화예술교육 등의 활동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 단체다. 극단 고래의 공동대표이자 작·연출을 담당하는 이해성 대...

[2021 서경대 캠퍼스타운 스타트업 CEO] 통·번역자 매칭 앱을 개발하는 ‘앤서미디어’ file

이민아 앤서미디어 대표 앤서미디어는 통·번역자를 매칭하는 앱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이민아 대표(44)가 2019년 3월에 설립했다. 싱가포르항공과 현대하이스코, 미국 워싱턴DC의 국제도시마케팅협회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던...

[2021 서경대 캠퍼스타운 스타트업 CEO] 건강한 외식문화 생태계 만드는 사회적 기업 ‘엘마드레’ file

이남주 엘마드레 대표(지역 활성화 프로젝트 정릉스쿨) 엘마드레는 건강한 외식문화 생태계 조성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이남주 대표(49)가 2016년 3월에 설립했다. 이 대표는 “엘마드레는 먹거리로 사람을 잇고 다양한...

[2021 서경대 캠퍼스타운 스타트업 CEO] Extra Wall을 활용해 전시 기획하는 ‘오픈월’ file

반수경 오픈월 대표(지역활성화 프로젝트 정릉스쿨) 오픈월은 ‘추가의 벽(Extra Wall)’을 활용해 전시를 기획하는 스타트업이다. 반수경 대표(28)가 2021년 1월 설립했다. 반 대표는 이 아이템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

[2021 서경대 캠퍼스타운 스타트업 CEO] 어린이를 위한 놀이 명상 교구 만드는 ‘웰마인드’ file

송은주 웰마인드 대표 웰마인드는 어린이를 위한 심리 건강 교구 및 수업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송은주 대표(34)가 2021년 6월 대학원 동기 두 명인 윤수지(35), 최수현(33) 공동 창업자와 함께 설립했다. 이들은 ...

[2021 서경대 캠퍼스타운 스타트업 CEO] 저글링 배우며 환경 공부하는 콘텐츠 만드는 ‘점퍼즈’ file

강승우 점퍼즈 대표 점퍼즈는 에듀테인먼트 콘텐츠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강승우 대표(37)가 2021년 1월 설립했다. 강 대표는 “점퍼즈는 ‘사람을 가치 있게, 일상을 즐겁게, 세상을 아름답게’ 라는 미션으로 에듀테인먼트 ...

[2021 서경대 캠퍼스타운 스타트업 CEO] 사람들의 이야기 모아 전시회 개최한 ‘정릉1동 주민자치회’ file

선종욱 정릉1동 주민자치회 교육분과위원장(지역활성화 프로젝트 정릉스쿨) 2020년 12월 주민자치법이 개편되면서 서울 시내에는 주민자치회가 잇따라 생겼다. 정릉1동 주민자치회도 2021년에 시작됐다. 성북구에는 정릉1동을 포함해 ...

[2021 서경대 캠퍼스타운 스타트업 CEO] 정릉시장 소식지 발간해 상인들과 소통하는 ‘정릉시장협동조합’ file

유형곤 같이가치 정릉시장협동조합 대표(지역활성화 프로젝트 정릉스쿨) 같이가치 정릉시장협동조합은 서울 성북구 정릉시장 상인들이 가입한 비영리 단체다. 15년간 직장생활을 하다 퇴사 후 고향인 정릉시장에서 7년째 작은 세탁소...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