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한국문화와 기모노가 만났을 때[이즈미의 한국 블로그]일러스트레이션.jpg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국제비즈니스어학부 교수.jpg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도쿄 올림픽은 8일 막을 내렸고 16일 패럴림픽이 시작된다. 이번 도쿄 올림픽은 코로나19로 1년 연기됐고, 개최 반대 여론 속에 철저한 방역을 내걸었다. 경기는 무관중으로, 개·폐막식도 소박하게 열렸다. 개·폐막식과 여러 시상식을 보며 행사 진행요원들이 참가국 피켓을 들 때나 시상식에서 메달이나 꽃을 전할 때 일본 전통의상 기모노를 입었더라면 더 품격이 높고 화려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1964년 도쿄 올림픽 때 나는 세 살이었다. 내 어머니에 따르면 당시 나는 작은 흑백TV 앞에 단정히 앉아 구경했다고 한다. 어렸지만 기모노를 입은 진행요원들의 모습이 어렴풋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막식은 서울의 집에서 TV로 봤다. 발전해 나가는 한국의 모습이 화려하고 우아한 한복과 하나가 돼 멋지게 보였다. 이처럼 거대한 이벤트에선 전통의상이 더 특별하게 큰 힘을 발휘한다. 전통의상은 손님을 대접할 때 예의를 갖추는 옷이자, 외국인에게는 개최국의 예술적 아름다움을 시각으로 전달하는 지름길이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도 기모노와 인연이 깊다. 기모노 전문가를 꿈꾸며 고교를 졸업한 후 3년간 기모노 디자인에 입문해 염색과 무늬 그리는 일을 했다. 하지만 내가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해 다시 대학으로 진학했다. 전문가가 되진 못했지만 기모노에 대한 사랑은 여전하다.

도쿄올림픽에 맞춰 준비한 '기모노 프로젝트'.jpg
도쿄올림픽에 맞춰 준비한 ‘기모노 프로젝트’에서 제작된 한국 이미지의 후리소데. 동정과 옷자락은 전통 한복에서 가져왔고,
왼편 가슴과 오른편 소매 뒷부분에는 길조인 까치, 무궁화를 배치했다. 

이런 이유로 올림픽에 기모노 등장이 적은 게 아쉬워 자료를 찾다가 특이한 기모노들을 발견했다. 형태는 기모노가 틀림없는데 색채나 그려진 소재가 이색적인 작품들이 많았다. 알고 보니 도쿄 올림픽에 맞춰 준비했다가 채택이 안 된 ‘기모노 프로젝트(KIMONOプロジェクト)’였다. 후쿠오카현의 오래된 기모노 전문점 대표 다카쿠라 요시마사(高倉慶應) 씨가 중심이 된 이 프로젝트는 올림픽에 참가하는 각 국가와 지역 이미지로 기모노를 만들어 ‘국가적 대립이나 분단을 넘어서 국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기모노를 통해 하나가 되자’라는 의미로 2014년에 시작됐다. 2020년 6월까지 213개국의 후리소데(振袖)라는 기모노와 오비(帶)를 완성했다. 후리소데는 기모노 중 미혼여성들이 입는 정장으로 소매 폭이 넓고 길어 화려한 의상이다.

제작비는 나라마다 200만 엔(약 2000만 원)으로 정하고 자금은 클라우드펀딩에 기부로 모았다. 다카쿠라 씨에 따르면 수많은 단체와 개인이 뜻을 모았고, 20대에서 70대의 노장까지 일본의 일류 작가 수천 명이 제작에 참여했다. 모두 단 하나밖에 없는 작품이다.

그중 한국 이미지의 후리소데는 교토의 작가 오카다 히데키(岡田秀樹) 씨가, 오비는 핫토리 오리모노(服部織物) 씨가 제작했다. 스폰서는 도야마(富山)현 다카오카(高岡)청년회의소다. 다카오카청년회의소는 대구수성청년회의소와 1991년 우호교류를 맺은 인연으로 나섰다고 한다.

오비는 고려청자를 연상케 하는 고운 색조에 당초문을 금박 등으로 넣어 손으로 짠 것으로, 기모노는 한복 이미지를 살리면서 전통적이고 모던하게 디자인했다. 동정과 옷자락은 전통 한복에서 가져왔고, 왼편 가슴과 오른편 소매 뒷부분에는 길조인 까치, 그리고 국화인 무궁화를 배치했다. 또 흰 바탕에 세계문화유산인 창덕궁과 수원화성을 그렸다. 착용하고 위에서 보면 어깨 부분에 태극무늬가 보이는데, 디자인과 모티브는 주일 한국대사관 문화원 감수를 받으며 진행했다. 이들은 백두산 이미지를 담은 북한의 기모노도 만들었다.

요즘엔 기모노보다 한복을 입을 일이 많다. 시댁에서 명절이면 늘 한복을 입는다. 그리고 매년 진행되는 한일축제한마당에서도 한복을 입었다. 한복은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입기 편하고, 활동성도 좋다보니 즐겨 입게 된다. 그러나 올해 축제에서는 오랜만에 기모노를 입어볼까 한다. 코로나로 2년간 고향에 못 가서인지 그리움이 커졌다.

다카쿠라 씨는 “제작한 기모노들이 올림픽에 참여하지 못해 아쉽지만,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일에 활용하고, 특히 한국을 위해 만든 기모노는 한국분이 입어 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나는 정치 경제가 아닌 전통의상인 한복과 기모노를 통해 서로의 장점은 기리고 양국이 평화롭게 교류하길 늘 기원하고 있다.

<원문출처>

동아일보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0813/108533943/1

List of Articles
Lis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요절한 남편 평생 사랑, 이중섭의 아내[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file 홍보실 2022-10-07 51784

한 달에 한 번 귀로 듣는 힐링, 서경대학교 실용음악학과의 ‘monthly concert’ file

4월 23일(월) 오후 7시 교내 본관 8층 컨벤션홀에서 서경대학교 실용음악학과(학과장 장웅상 교수)가 주최한 ‘4월 monthly concert’가 열려 2시간 동안 아름다운 선율로 관객들의 마음을 훔쳤다. 매달 열리는 monthly conce...

서경대학교 인문과학대학, 2018학년도 특성화고졸재직자 전형 추가모집 file

서경대학교 인문과학대학은 ‘특성화고등학교 졸업 후 3년 재직자’를 위한 2018년도 특성화고등졸재직자전형 추가모집을 오는 22~23일 진행한다고 6일 밝혔다 서경대 인문과학대학 문화콘텐츠학과(동양학)는 교육부가 추진하는 선취업...

[대입 내비게이션 2019 수시특집: 서경대학교] 일반학생전형, 학생부<60%>+적성고사<40%>로 file

서경대는 국내 최고 수준의 예술대학 및 미용예술대학 9개 학과를 보유하고 한류예술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서경대학교는 미래 융복합·초연결 사회를 이끌 인재 양성을 위해 ‘실용’을 기반으로 교육혁신 허브로 탈바꿈...

서경대학교 예술교육센터, 서울시교육청과 ‘꿈NUM꿈’ 고등학생 공연예술분야 진로캠프 진행 file

서경대학교(총장 최영철) 예술교육센터는 서울시교육청이 주최하는 고등학생공연예술(뮤지컬∙실용음악보컬∙연기)분야 진로캠프 ‘꿈NUM꿈’ 프로그램을 12월 13일(금)부터 18일(수)까지 4일 동안 서경대학교 교내 캠퍼스에서 진행했다. ...

서경대학교 미용예술대학, 지방기능경기대회 메달 잔치 file

2018년 서울 ·인천· 강원 지역 지방기능경기대회서 금2 · 동1 수상 서경대학교 미용예술대학(학장 김범준)이 지난 4월 4일(수)부터 9일(월)까지 6일간 열린 2018년도 지방기능경기대회에 참가해 금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수상했다. ...

[2019정시] 취업까지 한번에.. ‘취업보장형 계약학과’ file

서경대 고려대 성균관대 세종대 한양대(ERICA) 아주대 등 정시지원을 앞둔 수험생이라면 입학과 동시에 취업이 보장되는 취업보장형 계약학과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 취업난이 가중되는 와중에 입학과 함께 취업까지 보장되...

[진세근 서경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칼럼]“스타벅스, 너마저?” file

중국 커피업계에 초연(硝煙)이 자욱하다. 커피 전쟁이 발발했기 때문이다. 싸움은 토종 브랜드 『럭킨(Luckin〮瑞幸)』이 걸었다. 상대는 글로벌 최강자 『스타벅스(Starbucks)』다. 외국제품의 독점을 결코 허용치 않는 중국 시장에서 유독...

서경대학교,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 강컨텐츠의 뮤지컬 영화 ‘K스쿨’ 등 TV 드라마와 영화 제작 지원, 산학협력의 성공모델로 주목 받아 file

캠퍼스 주요 건물 및 시설 드라마와 영화 촬영장소로 지원 서경대 재학생 및 졸업생 100여 명 드라마와 영화의 주인공 및 조·단역 출연 PPL 효과 ‘톡톡’···드라마와 영화 엔딩 시 서경대 로고와 교명 적힌 자막 바 노출도...

김유경 서경대 교수의 ‘드라마 속 뷰티’ 따라잡기 file

연예인의 크고 그윽한 눈의 비밀... ‘아이라인 그림자’ 만들기 [한강타임즈] 가을은 이제껏 더위에 지친 마음에 한껏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짙은 녹음이 사라지고 절기가 가을로 접어들면 분위기 있는 여성스러움이 아름다울 ...

‘2019-2020 금천 청소년 뮤지컬 레미제라블’ 7기 단원 공연 file

2월 28일(금) 금천구 금래아트홀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19' 전국적 확산에 따른 예방 및 안전조치로 공연 관람 취소, 영상기록으로 대체돼 제7기 금천 청소년 뮤지컬 레미제라블 스쿨 공연 포스터 서울시 금천구청(구청장...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