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진세근 서경대학교 광고홍보콘텐츠학과 겸임교수·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사무총장.jpg
진세근 서경대학교 광고홍보콘텐츠학과 겸임교수·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사무총장

표범처럼 변화가 현저한 동물도 드물다. 새끼는 못생기고 초라하다. 장성하면 어느새 늠름하고 화려하게 변한다. 길고 가늘었던 털도 아름다운 무늬와 광채를 갖춘다. 『주역(周易)』이 “군자는 표변(豹變)하고 소인은 혁면(革面-겉모습만 바꿈)한다”고 통찰한 이유다.

혁면의 다른 표현은 변색(變色)이다. 상황에 따라 색깔만 바꾸는 행위를 가리킨다. 그래서 변색은 변절(變節) 혹은 훼절(毁節)의 뜻으로 사용된다. 중국 황제들은 종종 ’변색‘을 주제로 신하에게 시를 쓰게 했다. 변색을 얘기하면서 변절을 경계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청(淸)나라 황제 건륭(乾隆)이 강남(江南)을 유람할 때다. 갑자기 신하들에게 ‘학(鶴)을 노래하라”고 명했다. 재사(才士) 풍성수(馮誠修)가 나섰다.

“학 한 마리가 날아온다.

주사(朱沙)를 목에 두르고 눈(雪)으로 옷 입었네

(眺望天空一鶴飛, 朱砂爲頸雪爲衣)”

황제가 돌연 “흰 학 말고 검은 학!”이라고 외쳤다. 풍성수는 일각의 지체도 없이

“먹이를 찾느라 늦게 돌아왔는가,

왕희지가 붓 씻는 연못에 잘못 떨어졌구나

(只因覓食歸来晚, 誤落羲之洗硯池)” 라고 덧붙였다. 백학이 순식간에 검은 학이 됐다. 황제는 무릎을 치며 감탄했다.

명나라 재상 해진(解缙)이 영락(永樂)제를 모시고 화원을 산책했다. 황제가 맨드라미를 주제로 시 한 수 지으라고 명했다.

해진이 “맨드라미는 본시 연지처럼 붉은데(鷄冠本是胭脂紅)”라고 운을 떼자, 황제는 “붉은 색 말고 흰색!”이라고 가로막았다. 해진은 태연하게

“오늘은 어인 일로 화장이 옅어졌는고,

새벽을 알리려고 오경(새벽 3시~5시)까지 기다리다,

머리 한 가득 서리가 내렸는가?

(今日爲何成淡妝, 只因五更貪報曉, 至今戴却滿頭霜)”

라고 노래했다. 붉은 맨드라미를 순식간에 흰색으로 만든 셈이다.

시인의 변색은 풍류요, 범인(凡人)의 변색은 무죄일 수 있다. 허나 정치인은 다르다. 정당한 이유 없는 변색은 변절이다. 변색이 거듭됐다면 더 볼 것도 없다.

한 언론사가 초대(1948)부터 19대(2012)까지의 지역구 국회의원 3837명의 직업, 학력 등을 전수 조사한 적이 있다. 조사 결과 대졸 이상이 80%를 넘었다. 경제계-관계-정계-학계-법조계-언론계 순으로 숫자가 많았다.

선량(選良)의 학력과 경력은 이처럼 줄곧 화려했지만 세상은 깨끗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부패는 교묘해졌고, 권력 남용은 확대됐다. 그 결정판이 LH 비리다.

좋은 선량은 누구일까.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자,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면 이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자는 일단 합격이다, 말을 자주 바꾸거나, 거짓말 이력이 많은 자는 걸러내야 한다.

좋은 후보 고르기는 만만치 않다. 완벽하진 않지만 크게 실수하지 않을 방법은 있다. 약간의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우리 미래와 직결된 선택이니 이 정도의 노력은 감수할 가치가 있다.

후보자의 과거 발언과 행적을 검색한 뒤 시기별로 정리한다. 구멍이 의외로 쉽게 드러난다. 검증된 언론 3~4개 사의 보도를 꼼꼼하게 비교해야 한다. 그래야 거짓 뉴스에 속지 않는다. 매니페스토 감시 단체가 작성한 ‘공약 평가와 공약 이행 자료’까지 찾아본다면 금상첨화다.

서울·부산 시장 보선이 다음 주다. 대선도 내년 초다. 유권자의 판단 기준이 후보자의 학벌이나 과거 지위가 돼선 곤란하다. 선량(善良)함과 정직함만 따지자. 그래야 우리 공동체를 지킬 수 있다. 선량(善良)을 선량(選良)하자!

<원문출처>
경북일보 https://www.kyongbuk.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73161
List of Articles
Lis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요절한 남편 평생 사랑, 이중섭의 아내[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file 홍보실 2022-10-07 51644

[2023수시특집] 서경대 862명(65.8%) ‘확대’.. 논술우수자전형 신설 file

어학특기자 수능최저 변경..교과 38.4% '최대' 실기26.8% 서경대는 올해 수시에서 SKU논술우수자전형을 신설한다. 논술고사는 계열 구분 없이 공통 문제로 출제되며 국어/수학을 출제범위로 한다. 국어에서 9문항 내외, 수학에서 ...

‘폴링 월스 랩 서울 2022’ 개최...9월 17일(토) 오후 2시 한국외대서 오프라인 예선, 9월 7일까지 신청, 모든 전공분야 학생 참석 가능 file

한국외국어대학교 EU연구소 주최하고 EURAXESS Korea, 주한 독일 고등교육 진흥원(DAAD)이 공동 주관하는 ‘폴링 월스 랩 서울(Falling Walls Lab Seoul 2022)’이 오는 9월 17일 오프라인 예선을 진행한다. 폴링 월스는...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코로나 이후 일본에서 인기 높아진 한국 식품[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file

“오늘 저녁은 비빔밥!” 지난여름, 일본의 친정집에서 만 88세 된 어머니가 미리 주문한 ‘비빔밥 세트(ビビンバ정セット)’를 꺼내며 말했다. 나는 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2년 반 만에 왔는데 한국 음식?”이라고 투덜댔...

서경대 학우들, 하계방학 어떻게 보냈나 file

하계방학 기간이 끝나고 9월 1일 2022학년도 2학기가 시작되었다. 서경대 학우들은 학기 중에 가지지 못했던 여유를 가지고 휴식을 취하거나 공부, 취미생활, 여행, 인턴, 알바 등을 하며 각자 자신만의 시간을 의미 있고 알차게...

서경대학교 교수학습원, 강의 질 향상 위한 우수강의 교원 선발 file

서경대학교 교수학습원(원장 이지나 교수)은 우수강의 교원 선발지침을 개정하고 2022학년도 1학기 10명의 우수강의 교원을 선발했다. 우수강의 교원 선발은 교수(Teaching) 질 향상의 일환으로 강의를 위해 노력한 교원을 격려하고자...

서경대학교 헤어디자인학과 이·미용 봉사팀 ‘아르케’, 2022년 농촌재능나눔 봉사활동 실시 file

서경대학교 헤어디자인학과의 11명의 학생들로 구성된 이·미용 봉사팀 ‘아르케’(대표 정현광 학생)는 진용미 학과장과 김선혜, 김유정 등 소속 교수진과 함께 지난 7월 11일부터 14일까지 나흘간 인천 옹진군 영흥면에서 2022...

논술우수자전형 신설… ‘특성화 명문 종합대학’ 부상 file

[2023 대학 가는 길] 서경대학교 서경대학교(총장 최영철)는 2023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입학정원 1309명 중 정원 내 862명을 선발한다. 올해 전형의 특징은 ▲이공대학 소프트웨어학과 정원이 기존의 80명에서 120명으로 40명 ...

[전문가칼럼] 효율적 시장에서의 효율적인 투자전략 file

우리가 대학교에서 ‘투자론’이라는 과목을 배울 때 반드시 듣게 되는 이론이 있다. 바로 효율적 시장가설이라는 말이 있다. 효율적 시장 가설(EMH : Efficient Market Hypothesis)이란 가격은 상품에 대해 얻을 수 있...

서경대학교, 성북경찰서와 학생 생활 안전 위한 상호 협력 합의 file

서경대학교(총장 최영철)는 8월 29일(월) 신임 인사차 본교를 방문한 정영오 성북경찰서장과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에서 2학기 전면 대면수업을 앞두고 학생들의 안전한 학교생활을 위해 양 기관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서경대, 3년 연속 ‘정부초청 외국인 장학생(GKS) 한국어 연수과정 운영 대학’ 선정 file

서경대학교(총장 최영철)가 교육부 산하 국립국제교육원이 주관하는 ‘정부초청 외국인 장학생 (GKS: Global Korea Scholarship) 한국어 연수과정’의 운영 대학으로 2020년, 2021년에 이어 2022년 3년 연속 선정됐다. 정부초청...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