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일러스트레이션.jpg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국제비즈니스어학부 교수.jpg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
서경대 국제비즈니스어학부 교수

문명의 여명기부터 인류는 육로와 해로를 통해 활발하게 교류해 왔다. 동서양은 실크로드라는 초원길, 사막길, 그리고 바닷길을 통해 다양하게 교류했는데 이 중 바닷길은 규모와 경제적인 면에서 육로보다 효율적이었다. 이에 7세기 이후 점차 육로를 대신하는 해상무역의 시대가 열렸다. 특히 삼면이 바다인 한국과 사면이 바다인 일본에는 육로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바다의 길이었다.

 

최근 서울에서 출발해 광주, 부산, 경북 경주, 제주의 국립박물관들을 다니며 전시회를 보고, 바다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게 됐다. 도자기나 불상, 동전, 자단목(紫檀木), 그리고 유리 제품 등 많은 문물이 바다를 통해 교류된 흔적들을 만나게 됐다. 그중 특히 부산 영도 국립해양박물관이 지난해 12월 시작한 기획전시 불교의 바닷길은 신선한 감동을 일깨웠다. 이 전시는 해양과 관련된 불교 유산을 소개하고 있는데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3부에서 소개된 조선과 일본에서 비롯된 전시물과 에피소드 들이다.

 

조선시대에는 중국과 조선·일본 사이의 해상에서 사고가 빈번했다고 한다. 17세기 조선 숙종 때, 중국에서 일본으로 향하던 무역선이 전남 임자도에 표류하면서 가흥대장경(嘉興大藏經)’이 해안에 떠밀려와 유입되었고, 이를 목판으로 재판각하면서 조선 후기 불교계와 인쇄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바닷길의 표류 사고가 문화 교류로 이어진 또 다른 사례로 19세기 전남 해남 대흥사 천불상(千佛像) 이야기가 일본표해록(日本漂海錄)’ 등에 기록되어 있다. 이를 통해 조선과 일본의 표류 송환 네트워크 체계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기록에 의하면 경주 지역 옥석으로 만들어진 천불이 완성되자 몇 척의 배에 나눠 싣고 울산을 거쳐 바닷길을 통해 대흥사로 향했는데, 도중에 한 배가 풍랑을 만나 표류하다가 일본 나가사키(長崎)현에 닿았다고 한다. 노스님이 눈물로 불상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는 말을 전해 듣고, 나가사키현에선 이를 조선으로 돌려보냈다고 한다. 전시장에는 그렇게 바다를 건너 돌아온 불상 셋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편안히 앉아 계셨다. 표면에 칠해진 흰색 호분(胡粉)과 노란색 의상이 너무 잘 어울려 보였고, 이를 보며 대흥사로 무사히 돌아온 것이 참 다행이라 생각됐다.

 

또한 해상과 관련이 깊은 관음보살 불화로 현등사 수월관음도’, 연화사 천수관음도’, 도갑사 삼십이관음응신도’(모사본) 등 쉽게 볼 수 없는 귀한 문화재들이 전시돼 감격할 수밖에 없었다. 바다를 통한 문화 교류를 불교문화에 초점을 맞춰 보여주는 것 같지만, 종교라는 테두리를 넘어 문물과 사상의 교류라는 보다 큰 스케일의 이야기로 꾸며졌기 때문에 관객들이 다가가기 쉬우면서도 깊이 있는 전시였다. 그래서인지 이 전시를 본 감동은 관람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식지 않는다.

 

문득 내가 1980년대 초반 일본에서 대학을 다니던 시절, 한국 문화에 빠져버린 계기가 생각났다. 당시 나는 1310년에 그려졌다고 전해지는 높이 4m 넘는 고려시대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를 일본 사가(佐賀)현 현립박물관에서 직접 보았다. 그 순간 화려함과 섬세함, 그리고 무엇보다 고귀한 형상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 신비한 미소의 연유를 알고 싶었다. 결국 그 보살상 그림에 이끌려 한국에 머무르게 됐다. 그리고 4년가량, 정신없이 고려불화를 보며 미친 듯이 도상을 재현해 보려 했다. 그리고 바닥에는 파도치는 물결을 그렸다. 그 보살의 발밑 바닥에 있는 것은 다름이 아닌 바다였다.

 

전시를 보며 20대의 내가 겁도 없이 바다를 건너왔던 까닭을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다른 문화를 접하며 느꼈던 두려움과 충격, 감동 때문이었다. 바다를 건너가려다 뜻을 이루지 못하고 바닷속에 사라져 간 수많은 옛 승려와 상인들의 열정을 전시를 보며 느낄 수 있었다. 이 전시는 하나의 종교 이야기를 넘어선 인류의 이야기다. 인류가 열정과 지혜를 가지고 문화적 기적을 이루는 역사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원문출처>

동아일보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0219/105490996/1

List of Articles
Lis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요절한 남편 평생 사랑, 이중섭의 아내[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file 홍보실 2022-10-07 51523

서경대학교 공연예술학부 정기공연, 연극 <가을 반딧불이> 성황리에 막 내려 file

4월 12일(수)부터 4월 15일(토)까지 나흘간 교내 북악관 스튜디오 810서 열려 <정기공연 '가을 반딧불이' 포스터(공연일정 연기 전)> 서경대학교 공연예술학부 학생들의 정기공연 <가을 반딧불이>가 4월 12일(수)부터 4월 15(토)...

성북구, '성북 청년 뷰티 아카데미 네일아트반' 개강식 개최 file

▲ 이승로 성북구청장이 성북 청년 뷰티 아카데미 네일아트반 개강식에서 수강생을 격려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구청장 이승로)와 서경대학교가 협력해 운영하는 '성북 청년 뷰티 아카데미 네일아트반'의 개강식이 최근 서경대학...

서경대학교 미용예술대학과 코스맥스(주), 코스맥스 바이오(주) 업무협약 체결 file

서경대학교 미용예술대학과 코스맥스 주식회사, 코스맥스 바이오 주식회사와 뷰티산업 발전 및 교육증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4월 24일 코스맥스 본사에서 체결했다. ▲ 코스맥스 주식회사 ▲ 코스맥스 바이오 주식회사 ...

서경대학교 영화영상학과 재학생과 졸업생,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참가해 작품 상영 file

서경대학교 영화영상학과의 재학생과 졸업생이 4월 27일(목)부터 5월 6일(토)까지 열흘간 CGV전주고사, 메가박스 전주객사, 전주 시네마타운,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등에서 열리는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참가해 자신들이 제작한 ...

서경대학교,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UNSW)와 환경유해인자-건강영향 모니터링 기술개발 위한 국제 공동연구 업무협약(MOU) 체결 file

 서경대학교(총장 직무대행)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공동으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University of New South Wales)와 환경유해인자 관련 건강영향 모니터링 기술 개발을 위한 국제 공동연구 업무협약(MOU)을 4월 2...

[서경대 카드뉴스] 2023 글로벌 비즈니스 데이터분석 전문가 양성과정 연수생 1기 모집 공고 file

 <관련 공지>  2023 해외취업연수사업 대학연합과정 안내 공지 https://www.skuniv.ac.kr/226168 □ 학생설명회, 연수과정 안내 및 신청 서식 등 관련 자료(공유드라이브 URL) https://drive.google....

서경대 미디어아트연구소, 축제+미디어아트 연구 세미나 개최 file

문화재 기반 상설·비상설 미디어아트 구축…박진호·이창근 박사 참석 서경대학교 미디어아트연구소(소장 홍성대 디자인학부 교수)는 오는 24일 오후 2시 30분 ‘2023년 제1회 축제+미디어아트 연구 세미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

서경대학교ㆍ국제골프트레이너협회 산학협력 성장 모델 발굴 '맞손’ file

지난달 업무협약 후 본격적인 프로그램 개발 나서  서경대학교 스포츠앤테크놀로지학과 김재환 (오른쪽) 교수와 임태순 임태순 국제골프트레이너협회장이 협약서에 사인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산학협력 관계인 서경대학교 ...

[서경대 MFS] 라틴아메리카 최대의 네오뱅크, Nubank file

서경대학교 MFS(Mobile Financial Service) 연구회는 금융정보공학과 서기수 교수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연구모임으로 세계적으로 급변하는 핀테크시장의 흐름과 동향파악을 통해서 국내 금융시장의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기 ...

서경대학교 단과대별 학생회와 자치기구, 중간고사 준비로 지친 학우들의 기운을 북돋워 시험을 잘 치를 수 있도록 다양한 ‘중간고사 이벤트’ 진행 file

서경대학교 단과대별 학생회와 자치기구들이 4월 20일(목)부터 26일(수)까지 7일간 치러지는 중간고사 기간을 앞두고 학우들이 열심히 시험 준비를 잘해서 시험기간 동안 시험을 잘 치를 수 있도록 응원하기 위해 다양한 중간고사 ...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