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일러스트레이션.jpg


이즈미 지하루 국제비즈니스어학부 교수.jpg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서경대 국제비즈니스어학부 교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 중인 한겨울 지나 봄 오듯세한(歲寒) 평안(平安)’ 특별전에 다녀온 후, 나는 세한도를 한때 소장했던 일본인 학자 후지쓰카 지카시(藤塚(,)·18791948)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됐다.

 

전시는 지난해 손세기 선생의 장남 손창근 선생이 세한도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경사를 기념해 열렸다. 길이 15m나 되는, 온전히 펼쳐진 세한도두루마리 전체를 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다. ‘세한도1844년 제주에 유배 갔던 당시 58세의 추사 김정희(17861856)가 한결같이 귀한 서적을 중국에서 구해준 역관(譯官) 이상적(李尙迪)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붓을 든 서화다. 이 작품이 그려진 지 176년 만에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게 된 경위도 그려진 사연만큼이나 우여곡절이 많다.

 

전시장 일각에 김정희의 학문을 계승한 송백(松柏)의 마음을 지켜간 후학코너에 후학의 한 사람으로 후지쓰카가 소개되어 있어 걸음을 멈췄다. 후지쓰카는 도쿄제국대에서 중국철학을 공부한 학자로 19261940년 경성제국대에서 중국철학 교수로 재직했다. 특히 그는 연구 과정에서 알게 된 김정희에 천착해 김정희 연구의 일인자로 손꼽혔다. 193658세에 조선조에서 청조 문화의 이입과 김완당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논문은 사후인 1975년 아들이 편집해 출판했고, 2009년 한국의 추사연구회에 의해 한글완역본이 나와 김정희에 대한 연구 보급에 일조하고 있다.

 

명지대 교수였던 미술사학자 유홍준 선생은 후지쓰카에 대해 나는 이국의 학자가 이국의 옛 학예에 이토록 절절한 존경을 보내면서 진실되고 열정적인 연구로 일생을 살아간 사실 자체에 깊은 존경과 함께 놀라움과 고마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후지쓰카는 수많은 연구자료 수집으로도 이름을 떨쳤다. 그가 수집한 자료 중에 세한도가 있었다. ‘세한도의 표지를 쓰고 소장했던 김학준의 아들 김상준으로부터 19세기 역관들의 시문과 편지 등 일괄자료를 구입했고, ‘세한도는 당시 권력과 재력을 지녔던 민영휘가 소장하던 것을 경매를 통해 얻었다고 한다. 그는 경제적으로 풍족했지만 이런 자료수집 때문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후지쓰카가 일본으로 귀국한 뒤 1944년 조선의 서예가 손재형은 그의 집을 무작정 찾아가 세한도를 청했다. 이후 두 달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방문했다. ‘세한도에 대한 후지쓰카의 사랑은 남달랐다. 1939년 자신의 회갑을 기념하며 100부를 영인해 자필서명하고 지인들과 세한도의 정신을 함께 나눌 만큼 각별했다. 그런 그가 자신을 찾는 손재형의 모습을 보며 송백과 같은 시들지 않는 마음을 읽은 듯 내가 세한도를 다시 조선으로 보내는 것은 조선의 문화재를 사랑하는 성심에 감탄함이요, 둘째로는 그대가 이것을 오래오래 간직하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우리는 그분(김정희)을 사숙한 동문 아닙니까라고 얘기하며 아무 조건 없이 내줬다고 한다.

 

그리고 60여 년이 지나 2006년 그의 아들 후지쓰카 아키나오(藤塚明直·19122006) 선생은 아버지가 모은 추사의 친필 20여 점과 당대의 자료 2700여 점을 모두 경기 과천시에 기증했다. 아버지와 같이 아무런 대가를 요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연구비로 200만 엔(당시 환율 기준 약 1600만 원)의 격려금을 함께 전달했다. 이렇게 추사의 친필 묵서와 연구자료들이 한국에 오게 됐고, 공적인 기관인 과천 추사박물관에 소장되며 연구를 위해 공개할 수 있게 됐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은 코로나19로 임시 휴관 상태다. 이 특별한 전시를 다시 관람할 날을 기다리며 한국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후지쓰카 지카시와 그의 연구에 대한 자료를 찾아 고군분투하고 있다. 과천 추사박물관에도 가보았지만 아직도 내게는 그의 그림자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글을 준비하며 연구에 대한 진지한 태도, 맑은 정신을 가진 학자로서의 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 그의 진심이 지금까지 전해져 세한도를 온 국민이 만나 감동할 수 있게 일조했다. 이런 일본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서경대 국제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일러스트레이션 출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원문출처>

동아일보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0115/104931765/1

List of Articles
Lis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요절한 남편 평생 사랑, 이중섭의 아내[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file 홍보실 2022-10-07 50286

설공찬전, 순창에서 새롭게 부활 '다시 쓰는 설공찬이' file

고래가숨쉬는도서관 조영진 대표(왼쪽)와 순창군 이남석 부군수 조선시대 첫 금서(禁書)인 '설공찬전'을 각색한 '다시 쓰는 설공찬이' 재출간을 앞두고 출판협약식이 열렸다. 23일 전북 순창군립도서관에서 이남섭 부군수와 고래가숨...

서경대학교·진성스포츠, 산학협력 체결…세계적 골프 자격 프로그램(PEAK) 교육 가능해져 file

한문성 서경대 대학원장(오른쪽)과 이인형 진성스포츠 대표가 협약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서경대학교 대학원은 23일 본관 3층 대회의실에서 진성스포츠(Foresight Sports Korea)와 산학협력체결 협약식을 가졌다. 이날 협약으로 서경...

서경대학교 미용예술대학 뷰티테라피&메이크업학과, ㈜JBcorp와 이·미용 전문 뷰티 플랫폼 개발 위한 산학협력 업무협약 체결 file

 서경대학교 미용예술대학 뷰티테라피&메이크업학과(학과장 김은숙 교수)는 3월 22일(월) 오후 6시 서경대 유담관 5층 뷰티아트센터에서 이·미용 전문 플랫폼 개발을 추진 중인 (주)JBcorp(제이비코프)와 미용예술분야 산학협력...

서경대학교, 「최근 신설 및 변경된 학과(부) · 전공 알아보기」 기획시리즈 <3> 미용예술대학 ‘헤어디자인학과’ file

서경대학교는 최근 사회적 트렌드를 반영하고 대학 특성화에 맞는 창의융합형 혁신교육을 통해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고 사회 수요와 시대 요구에 부응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일부 학과(부) 및 전공의 명칭을 신설하거나 변경했...

서경대·(주)씨앤비인터내셔날, 산학협력 협약식 진행 file

서경대 한문성 대학원장(오른쪽)과 문성호 씨앤비인터내셔날 대표가 협약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서경대학교 대학원(원장 한문성)은 18일 서울 성북구 정릉동 서경대 본관 대회의실에서 (주)씨앤비인터내셔날과 산학협력체결 협약식을 진...

신입생을 위한 대학생활 백서 #3 교내 중앙동아리 file

2020년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 19의 확산 및 장기화로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는 등 정상적인 대학생활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처음으로 대학에 입학해 모르는 것이 많은 신입생과 비대면 수업 속에서 원활한 정보 습...

진세근 서경대 광고홍보콘텐츠학과 겸임교수 칼럼:[아침광장] 욕망의 행진을 멈추라 file

진세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사무총장·서경대학교 광고홍보콘텐츠학과 겸임교수 미국 가수 사이먼과 가펑클이 1970년 발표한 ‘엘 콘도르 파사’(EL Condor Pasa·콘도르는 날아가고)를 기억하는 독자가 적지 않을 것이다. 플루...

서경대 '교육국제화 인증대학' 선정 file

서경대(총장 최영철)는 교육부가 주관한 '2020년도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제(IEQAS)' 평가에서 인증대학으로 선정됐다고 17일 밝혔다. 인증기간은 2022년 2월까지다.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제(IEQAS)는 대학의 국제학생 유치와 관리 ...

전규열 서경대 경영학부 겸임교수 칼럼:[세계는 창업 중 (1)] 시계 강국에서 스타트업 천국이 된 스위스 file

글로벌 혁신지수 8년 연속 세계 1위, 글로벌 기업가정신 지수 세계 2위, 매출액 또는 종업원 수 3년 연속 평균 20% 이상 고성장하는 ‘가젤형 기업’이 많고, 창업 기업의 82%가 1인 기업인 나라. 진출기업에 대한 차별이 없...

여성 정치가·어머니였던 조선의 왕비…명성황후 평전 file

명성왕후 평전 조선을 망하게 한 권력의 화신. 시아버지 대원군과 권력투쟁을 한 여성. 일본의 칼에 생을 마감한 비운의 왕비. 몰락해가는 조선을 마지막까지 살려보려 헌신한 애국자. 명성황후(1851~1895)의 삶은 격동의 시...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