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권재욱 서경대 특임교수.jpg


때로는 증오가 사랑보다 힘이 세다. 동물의 어미가 자기 새끼를 해치려는 적을 용감히 무찌르는 것은, 물론 그 밑바탕에는 사랑이 있지만, 자신보다 덩치가 큰 상대를 향해 돌진하는 돌올함은 순간적인 증오가 폭발해서이다. 증오는 숨어 있던 내공을 끌어내는 기폭제다. 내공은 한 개인의 것일수도 있으나 더 무서운 것은 조직이나 세력을 똘똘 뭉치게하는 융합의 에너지다. 마치 핵융합이 무서운 폭발력을 일으키듯이. 이때 핵융합이 일어나게 하는 중수소의 역할을 증오가 하게 된다.


사랑은 받는 사람보다 하는 사람에게 더 큰 격려를 주지만, 증오는 하는 사람 못지않게 받는 사람에게도 엄청난 힘을 솟구치게 한다. 분기탱천(憤氣撑天)이란 말이 생긴 연유이다. 사랑이 기쁨과 감사의 샘이라면 증오는 생존을 위한 원초적 에너지다. 기쁨과 감사는 아름다운 감정이지만 생존에의 의지는 필사적이다. 정글에서 먹잇감을 사냥할 때, 먹잇감이 잡혀 먹히지 않으려고 저항할 때, 증오는 민낯을 드러낸다.


디아스포라로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던 유태인들이 2000년을 뛰어 넘어 고국 이스라엘을 다시 세울 수 있었던 저력, 그 불가사의한 힘은 그들에 대한 기독교도의 증오에 있었다. 기독교도들의 유대인에 대한 박해와 증오가 없었다면, 그들을 인류애로 온전히 차별없이 감싸 안아주었다면, 그들은 각각 거주하고 있던 나라와 민족과 화합하고 동화되어 아예 유대인이라는 족속은 구약 속의 전설로 남았을지 모른다. 이스라엘 건국이 히틀러의 유태인 학살이라는 증오의 극단에서 아이디어가 나오고, 종전 후 유태인들이 한이 서린 마음으로 뭉쳐서 실현되었다는 것이 무엇을 보여주는가.


어느 나라에나 특정 인종이나 지역에 대한 편견이 있다. 일정한 경력이나 직업, 또는 이념에 대한 반감이나 백안시도 있다. 편견이나 반감, 또는 백안시 같은 감정에는 증오가 깔려 있다.


여기에는 증오하는 세력과 증오를 받는 세력, 쌍방이 각축한다. 초기에는 증오하는 세력이 득세한다. 다수이거나 기득권층을 형성하고 있는 편이 그들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그럴 기미가 보이는 도전 세력을 견제하기 시작하면서 증오의 싹이 튼다. 피증오 부류도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살아 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증오세력의 차별이 심해질수록 피증오 부류의 반감도 증가하고, 자신들의 미약함을 만회하기 위해 같은 부류끼리 단합하기 시작한다. 피증오 부류의 단합된 힘은 부류 내의 인재를 육성하는 한편 일사불란한 단결을 위해 이탈자에 대한 응징도 서슴지 않는다. 기득권 세력의 여유로운 증오는 조직화가 미진하며 끈질김도 없고 천성이 유순한 이들의 이탈도 빈번하여 느슨한 반면, 피증오 부류는 단합된 힘의 효과를 확인할수록 더욱 강화되어 드디어 증오세력을 능가하기 시작한다.


판세가 바뀐다. 증오세력이 피증오 부류가 되고, 종래 피증오 부류가 새로운 기득권층으로 부상한다. 나아가 과거 자신들을 업신여기고 배척하던 세력들에게 핍박을 돌려 주기 시작한다. 그러나 학습된 새로운 증오세력은 제법 세련되게 합리적이고 정의로운 척 서로 원기를 북돋우며 과거 세력들을 은근하고 집요하게 따돌린다. 그들은 때로 약점이 노출되거나 과거 세력이 정신을 차려 다시 위협이 될 지경에 다다른다 싶으면, 그때부터 적극적으로 증오 생산에 나선다. 흐트러진 내부를 결속하는 데는 적을 만들고 그들에 대한 증오를 생산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증오 유발이 노골화되기 시작했다면 이미 심각한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들의 무모함을 조폭같은 횡포라 욕할 것인가? 그들을 그렇게 만든 자는 누구인가? 마찬가지로 그대들 역시 조폭스런 단합으로 증오를 확산하려 하지 마라. 그렇게 생존한 자 머지않아 똑 같은 처지에 다시 떨어진다.


1차 대전 때 영국에 대한 증오의 노래를 불러 독일 민심에 불을 붙임으로써 일약 명성을 떨쳤던 에른스트 리사우어의 비참한 말년을 기억하라. 증오를 통해 위로를 얻는 자들, 자신의 궁색을 타인에 대한 적대 감정으로 모면하려는 자들은 끝내 이롭지 못할지라. 어려울수록 정도를 걸을 일이다. 역사는 격동의 시절이나 고난의 시간일수록 이해(利害)와 승패보다는 옳고 그름에 준거하여 움직일 것을 권한다. 증오에 의지하여 생존하려는 자만큼 어리석은 자는 없다. 진리와 정의의 이름으로 증오를 부추기는 자는 어리석음 위에 죄를 더하는 자이다. “진리를 위하여 죽을 수 있는 자를 경계하라. 진리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자들은 대체로 많은 사람을 함께 죽게 하거나, 때로는 저와 함께, 때로는 저보다 먼저 죽게 하는 법이다.” 움베르토 에코가 <장미의 이름>에서 한 말이다.

 

<원문 출처>

대한경제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012091700194460730

 

List of Articles
Lis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요절한 남편 평생 사랑, 이중섭의 아내[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file 홍보실 2022-10-07 51566

한택환 서경대 교수, 환경분야 발전 기여 근정포장 서훈 file

근정포장을 서훈받은 한택환 교수(오른쪽), 근정포장 포장증 서경대학교 금융경제학과 한택환 교수가 2020년 6월 23일 정부로부터 근정포장을 서훈받았다. 한택환 교수는 28년 동안 환경분야에서 배출권 거래, 폐기물 처분 부담금,...

김기은 서경대 화학생명학과 교수 칼럼 : 2050 탄소중립과 바이오연료 file

김기은 서경대 교수 한국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Net Zero)를 선언하고 탄소배출량의 저감 목표를 정하며 그린뉴딜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을 발표했다. 또한 최근 발표된 제 9차 전력공급 기본계획에서는 2034년까지 ...

개교 70주년…미래형 대학 발전 모델 개발 등 교육혁신 10대 과제 추진 file

'1학과 1기업 설립', '1학과 1특허 장려' 제도 등 운영 취·창업 적극 지원 미용예술 외국 유학생에 인기…디자인·뮤지컬 등 한류 플랫폼 역할 톡톡 올해로 개교 70주년을 맞은 서경대는 도전과 성취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미래...

세한도를 사랑한 일본인[이즈미의 한국 블로그] file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서경대 국제비즈니스어학부 교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 중인 ‘한겨울 지나 봄 오듯―세한(歲寒) 평안(平安)’ 특별전에 다녀온 후, 나는 ‘세한도’를 한때 소장했던 일본인 학자 후지쓰카 ...

한국SW산업협회, ‘2019 SW챌린지 공모전’ 신청 접수 file

총 상금 3,900만 원...오는 28일까지 한국SW산업협회 홈페이지 통해 접수 한국SW산업협회(회장 이홍구)는 ‘2019년 SW챌린지 공모전’의 참가 신청을 접수 중이라고 11일 밝혔다. [포스터=한국SW산업협회]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

[올림픽] 평창·강릉 선수촌엔 서경대가 운영하는 미용실이 있다…선수는 무료 file

평창 선수촌 안에서 운영 중인 미용실. 선수는 무료로 헤어 커트, 스타일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News1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선수촌에서 머리 손질도 받을 수 있다. 선수는 무료다. 평창동계올림픽은...

2019년 서경대학교 제47대 총학생회 선거 11월 5일(월)~11월 9일(금) 5일간 실시 정학생회장 후보 김재원 군 · 부학생회장 후보 이재민 군, ‘한뜻’이란 이름으로 단일 출마 file

①바로가는 서경포탈 ②안전 비상벨 설치 ③휴학생 계절학기 수강 ④포탈에서 열람실 좌석 예약 ⑤책걸상 교체 ⑥다양한 장학제도 ⑦소통을 위한 ASK 페이지 등 7가지 주요 공약 내걸어 교내 혜인관과 북악관 두 곳서 오전 9시...

서경대‘2020 SKU Global e-festival’영어캠프 성황리에 종료 file

학생 관심과 수요 맞춰 수업 설계, 1:1 맞춤형으로 진행‘큰 호응’ 서경대학교 교수학습지원센터(센터장 윤영란 교수)가 학내 여러 비교과 프로그램 공모전 후 진행된 학생 만족도조사 결과를 토대로 외국어 교육에 대한 학...

‘서경대 사람들’ 인터뷰: 한국무역보험공사 공모전 대상 수상 - 나유진 서경예술종합평생교육원 시각디자인학전공 3년 file

“더 크게 성장하여 사람들이 많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 만드는 브랜딩 디자이너 될 것” 지난 7월 28일 한국무역보험공사가 개최한 ‘제7회 한국무역보험공사 대학(원)생 인쇄광고 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한 나유진(서경예술종...

서경대학교 도시공학과 졸업작품 전시회 개최 file

9월 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교내 은주2관 7층서 도시공학과 졸업생 및 졸업예정자들의 작품 17편 전시 도시공학과 졸업작품 전시회 포스터 서경대학교 도시공학과(학과장 김인하 교수)가 9월 25일(수)부터 27일(금)까지 3일간 교내...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