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권재욱 서경대 특임교수.jpg


여기 세 아이가 있다. 정직한 아이와 착한 아이, 그리고 예쁜 아이, 이 세 아이들 중 누가 더 많은 사랑을 받을까? 예쁜 아이, 착한 아이, 정직한 아이 순에 대다수가 동의할 것이다. 풋풋한 젊은이 셋을 두고 순위를 매긴다면 어떨까? 근소한 차이로나마 착한 청년, 잘 생긴 청년, 정직한 청년 순서가 아닐까?


그럼, 중년 이상의 성인들을 줄 세운다면? 아마도 정직한 사람, 착한 사람, 그 다음에 아름다운 사람이 오지 싶다. 어른들의 각종 경선에서 일등 이등 삼등 대신에 진(), (), ()로 갈음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진이 성격이나 언행에서는 정직으로 나타나고, 선은 착한 태도로 나타나는 것을 이해하자.

먼저 아이들의 경우 그들의 말이나 행동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아주 미미하므로 그저 보기에 좋은, 예쁘면 족하다. 다음으로 말 잘 듣고 온순한 아이가 귀여움을 받을 것이고, 거짓말을 조금 하는 것은 오히려 재미있는 애교점이니, 정직성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젊은이들의 경우는 좀 복잡하다. 그들에게 어떤 덕성이 더 이목을 끄는 요소가 될지는 보는 사람들의 입장이나 기대치에 따라 선호가 많이 달라질 것 같기 때문이다. 사랑의 쓴 경험이 없는, 또래의 청춘에게는 아름다움이 우선일 것 같고, 세상 물정을 조금은 아는 사람이라면 착한 면을 높이 사지 않을까. 사회나 가정에서 착한 것만큼 두루 칭송되는 것은 없다. 선함은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과 가까우며 배려심과 이웃하고 있고 겸손하기까지 하니까. 이러니 착한 청년이 잘 생긴 청년보다 조금 앞설 것 같지 않은가. 정직함도 중요한 인성이기는 하나 그가 여러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위치에 있지 않는 한 선에게 살짝 밀리지 싶다. 바람을 피우고 거짓말 하는 배우자(不正直)’보다 바람을 피운 그 자체(非行)’가 더 싫은 것이 젊은 인정이 아닌가.


성인들, 크거나 작으나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며 살아 갈 수밖에 없는 성인의 경우는 깊은 고민 없이 진()이 으뜸이다. 진리, 참됨, , ()에서부터 정직, 정의, 공정함까지가 모두 진의 영역이다. 자연의 원리가 진리이고 사회를 지탱하는 받침대가 공정이다. 자연과학은 물론 기독교, 불교, 유교를 비롯한 각종 종교와 철학, 윤리, 법률 등 모든 인문 사회과학 분야에서 진리 또는 정의를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는 소이(所以)이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이 세상이 그렇게 되게끔 되어 있는 것, 그것이 법이다” “오늘 도를 깨치면 내일 죽어도 좋다”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게!”


지금까지 인류가 받아 든 그 많은 교훈 중에서도 가장 앞자리를 차지한 것은 모두 진 또는 정의에 관한 언급이었음이 그것의 가치를 입증한다. 문제는 진리와 정의가 종종 피를 부른다는 것이다. 그것을 믿는 이들에게는 최고의 진리인 성경과 코란의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야 했던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피의 보복과 전쟁들은 하나같이 정의의 깃발 아래 자행된다. 진이 세상을 존재하게 하고 구색을 갖추게 하는 틀이라지만 믿을 게 못된다.


우리 사회도 으뜸 덕인 진실과 정의를 두고 몸살을 앓고 있다. 진실이 교언과 뻔뻔함에 묻혀지고 공정이 사술에 휘둘리고 있다. 어쩌면 사람이 저럴 수 있을까? 참으로 염치가 없다. 사람은 거창한 진실이나 정의보다 우선 착하게 사는 일이 먼저라는 사실을, 남의 기회를 가로채거나 특별 대우를 바라지 않는 것이 기본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착한 사람은 양심이라는 깨끗한 거울이 늘 앞에 버티고 있어 속 검은 짓을 할 수가 없다.


그런 중에 미, 곧 아름다움이 말석인 것은 유감이다. 이맘때면 생각나는, 달빛 아래 메밀꽃에 대한 이효석의 숨 막히는 문장, 외로운 가슴을 적시는 쇼팽의 즉흥 환상곡그리고 꿈결인 양 일렁이는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과 같은 위대한 예술이 선사하는 감동과 위로를 생각해 보라.


진실과 공정을 논하는 곳에는 싸움이 있으나 아름다움이 있는 곳엔 화합이 있다. 진과 선이 지배하는, 건조하고 재미없는 세상에 보기좋고 듣기 좋고 느끼기 좋은 것들로 촉촉히 스며들어서 사는 행복을 알게 해주는 참 좋은 친구인데, 억울하게도 조연 대접밖에 못받고 있다.


그렇더라도 아름다움이 진실을 두고 벌이는 싸움을 말리지 못하니 선함이 나설 수 밖에 없다. 남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선의 최소한이고,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는 것이 선의 중간이며, 타인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것이 최선이다. 예수는 인류를 위해 십자가에 매달림으로써 최고의 선을 이루었다. 그리하여 길이 되고 진리가 되었다. 싸움 많은 이 세상은 정의롭게 사는 것보다 착하게 사는 것이 우선이다. 착하게 살 일이다.

 

<원문출처>

e대한경제: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010070958589420685

List of Articles
Lis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요절한 남편 평생 사랑, 이중섭의 아내[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file 홍보실 2022-10-07 52374

반장식 동문, 청와대 일자리수석비서관에 임명돼…서경대 법학과 28회 졸업, 김동연 경제부총리 4년 선배, 두 동문의 성공적인 국정 운영 ‘기대’ file

반장식 청와대 일자리수석비서관 (출처=위 뉴시스, 아래 아시아경제)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인 반장식 동문이 7월 3일 청와대 일자리수석비서관에 임명됐다. 반장식 동문은 서경대학교 법학과 28회 졸업생으로 지난 6월 문재인...

서경대학교 예술교육센터가 총괄하는 '2017 우리동네 예술학교’ 뮤지컬부문 운영기관으로 선정된 마포구 구립망원청소년문화센터, 뮤지컬 프로그램 운영하며 마포 꿈나무들 예술의 꿈 키우고 자존감도 ‘쑥쑥’ file

마포구 구립망원청소년문화센터, 마포구 우리동네 예술학교 향상 발표회 개최 마포구(구청장 박홍섭)는 구립망원청소년문화센터가 지난 3월 서울시와 서경대학교 예술교육센터에서 총괄하는 '2017 우리동네 예술학교’ 뮤지컬부문 운영기...

구자억 서경대 혁신원 원장 중국 CCTV와의 인터뷰 현지서 방영돼 file

6월 17일(토) 낮 12시, 대학의 교육혁신과 구조개혁에 대해 의견 피력…서경대 캠퍼스 전경 소개되기도 6월 17일(토) 낮 12시 중국 CCTV(중국공영채널 중앙방송)에서 구자억 서경대 혁신원 원장의 인터뷰가 특집형태로 방영됐다. 장...

‘서경대 사람들’ 인터뷰: 서민지 서경대학교 예술대학 디자인학부 시각정보디자인전공 3학년 file

미술관에서 1년 넘게 주말마다 보조강사로 활동하며 ‘봉사’…“커리어 쌓기 위해 다양한 표현력 더 배우고 민화와 개인적으로 그리는 작품 가짓수 더 늘릴 것”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서경대학교 예술대학 디...

‘서경대 사람들’ 인터뷰: 김주경 서경대 공연예술학부 모델연기전공 4학년 file

삼성 노트북 9 Always TV광고 촬영…학업과 일 병행하며 모델과 배우 ‘스타 꿈’ 키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14학번 공연예술학부 모델연기전공 김주경입니다. 학부 소개와 자랑 부탁드립니다. 제가 속해 있는 공...

서경대 청문단 단원 재학생 8명, 유엔 해비타트 주최 'YOUTH WEEK 2017 in Korea'에 청년위원으로 참여 file

SDGs 달성 독려 위한 국제 컨퍼런스, 캠핑, 도시에서의 SDGs 찾기 등에 나설 예정 자문위원들과 악수를 나누는 학생들 유엔 해비타트(UN-HABITAT) 청년 프로그램인 유스나우(YOUTH NOW)가 주관하는 ‘YOUTH WEEK 2017...

[진세근 교수 기고] 단심<丹心> file

송서(宋瑞) 문천상(文天祥)은 ‘명함’이 여럿이다. 그는 장기의 고수다. 헤엄치며 물 위에서 행마(行馬)했다. 중국 최초의 맹기(盲棋)다. 그는 천재다. 21세 때 병든 몸을 이끌고 응시한 과거에서 장원급제했다. 답안지를 읽어 본 ...

서경대 평생교육원, 고교생 ‘미용·모델 진로체험’ 모집 file

▲ 서경대 예술종합평생교육원이 주관하는 '제4회 미용·모델 하계 진로체험' 프로그램 포스터.  서경대(총장 최영철) 예술종합평생교육원이 오는 16일까지 제4회 미용·모델 진로체험 프로그램 고등학생 대상자를 모집한다. 미용·모...

서경대 ROTC '감사나눔 1.2.5 운동' 활성화 file

육군학생군사학교(교장 권혁신)는 '하계입영훈련중' 16년 10월 2일 계룡대 지상군페스티벌 행사장에서 장준규 육군참모총장(가운대)이 서경대 ROTC 후보생들과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제공=서경대 학군단) 서경대 RO...

서경대 문화콘텐츠 학부, 순창서 신개념 농촌봉사활동 file

서경대 문화콘텐츠학부 학생 20여명이 순창에서 새로운 개념의 농촌봉사활동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순창군 제공 서경대학교 문화콘텐츠 학부 20여명의 학생들이 순창에서 새로운 기념의 농촌봉사활동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군...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