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한자.jpg

 한자세상 3/14


아방궁(阿房宮)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름이다. ‘화려하고 웅장한 저택’을 가리킬 때 흔히 사용된다. 아방궁이 유명해진 건 당()대 시인 두목(杜牧) 덕분이다. 두목은 23세였던 825, 『아방궁부()』를 썼다

아방궁은 여섯 나라를 멸망시키고 중국 최초의 통일 국가를 세운 진시황(秦始皇)이 시안(西安)에 세운 초호화판 궁전이다. 만리장성, 진시황릉, 진직도(秦直道)와 함께 ‘진시황 4대 공정(工程)’으로 꼽힌다. 두목은 아방궁 규모의 거대함을 “삼백여 리를 덮었고, 태양도 ‘격리’시켰다(覆壓三百餘里 隔離天日)”라고 표현했다

‘격리’라는 단어가 여기에서 처음 보인다. 격리는 둘 이상의 사물을 떨어뜨려 놓고 왕래를 끊는다는 뜻이다. 강제성, 폭력성이 짙은 단어다. 주로 부정적으로 쓰인다. 공산 중국을 세운 마오쩌둥(毛澤東)도 연설문에서 “일본 제국주의는 국민당이 인민과 ‘격리’돼 있는 점을 이용해 대규모 무력공세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견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가 지구를 공격 중이다. 확진자는 졸지에 ‘우리’에서 분리돼 ‘위협 세력’이 되고, 즉각 강제 격리된다. 감염 의심만 보여도 자기 집에 갇힌다

격리는 공포를, 공포는 혐오를 낳는다. 그리고 혐오는 자연스레 차별과 폭력으로 이어진다. 최근 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면 코로나 사태가 불거진 1월부터 지금까지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혐오가 급격히 부상했다. “격리보다 힘든 건, 중국인 출입금지라는 종이 한 장이라는 한 중국 유학생의 고백이 가슴을 친다. 대구 시민과 신천지 신도 역시 차례로 혐오와 마주했다.


이제 격리대신 칩거(蟄居)’를 선택하면 어떨까. ‘은 정(), 혹은 장()과 통한다. 동면하는 동물처럼 일정 기간 조용히 한 곳에 머문다는 뜻이다. 옛 선비들은 세상이 어수선할 때, 학문에 정진할 때, 칩거했다. 중국 작가 루쉰(魯迅)도 벗에게 보낸 서신에서 근래 날씨가 좋지 않아. 길 가기도 불편하고. 이럴 때는 칩거가 마땅하지. 당분간 보기 어렵겠네라고 썼다.


길거리에 저격수가 횡행하면 칩거가 상책이다. 강제로 당하는 격리와는 다르니 심사가 불편할 것도 없다.

게다가 총선이 코앞이다. 칩거하면서 참된 일꾼을 참칭(僭稱)하는 못된 인물이 누구인지 찬찬히 살펴보아도 좋을 듯 하다.


진세근 서경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사무총장 


<원문 출처>

중앙일보 https://news.joins.com/article/23729763

List of Articles
Lis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요절한 남편 평생 사랑, 이중섭의 아내[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file 홍보실 2022-10-07 48117

서경대학교 예술교육센터, 중장년 세대의 수도권 지역기반 인문활동 「인생나눔교실」, '삼삼오오 인생나눔활동' 그룹 모집 file

수도권 지역 대상 ‘삼삼오오 인생나눔활동’ 그룹 30개 발굴 예정 만 50세 이상 중·장년 세대가 주도하는 지역기반 인문활동 확산 서경대학교 예술교육센터는 중·장년 세대가 중심이 되어 서울 · 경기 · 인천 지역을 대상으...

공부와 취업, 한 번에 잡는 ‘슬기로운 대학생활’ 기획시리즈 <4> 인문과학대학 국제비즈니스어학부 노어전공 편 file

코로나 19 확산 여파로 온라인 수업이 장기화 되면서 오랫동안 학교에 나오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이 그동안 정상적인 대학생활에서 누리던 전공 관련 학습 노하우나 진로 및 취·창업에 도움이 되는 정보 등을 접할 수 없어 어...

제18회 서울총장포럼,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 초청 간담회 개최 file

포스트코로나 대책 마련 및 대학 발전을 위한 의견 소통 자리로 진행  제15회 서울총장포럼 서울총장포럼(회장 유지상 광운대 총장)이 지난 9일 제18회 서울총장포럼 총회를 개최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회의에선 최은옥 교육...

공부와 취업, 한 번에 잡는 ‘슬기로운 대학생활’ 기획시리즈 <3> 사회과학대학 군사학과 편 file

코로나 19 확산 여파로 온라인 수업이 장기화 되면서 오랫동안 학교에 나오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이 그동안 정상적인 대학생활에서 누리던 전공 관련 학습 노하우나 진로 및 취창업에 도움이 되는 정보 등을 접할 수 없어 어려...

공부와 취업, 한 번에 잡는 ‘슬기로운 대학생활’ 기획시리즈 <2> 예술대학 공연예술학부 연출전공 편 file

코로나 19 확산 여파로 온라인 수업이 장기화 되면서 오랫동안 학교에 나오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이 그동안 정상적인 대학생활에서 누리던 전공 관련 학습 노하우나 진로 및 취창업에 도움이 되는 정보 등을 접할 수 없어 어...

공부와 취업, 한 번에 잡는 ‘슬기로운 대학생활’ 기획시리즈 <1> 사회과학대학 경영학부 편 file

코로나 19 확산 여파로 온라인 수업이 장기화 되면서 오랫동안 학교에 나오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이 그동안 정상적인 대학생활에서 누리던 전공 관련 학습 노하우나 진로 및 취창업에 도움이 되는 정보 등을 접할 수 없어 어...

김태연 서경대 교수 “코로나시대에 맞는 새로운 모델의 교육 표준을 정립해야 할 때” file

지난 4일 예술적 향기가 그윽한 삼청동 라플란드에서 만난 슈퍼엘리트모델 김태연 서경대 교수, 길쭉한 키에 이목구비 뚜렷한 자그마한 얼굴, 항상 밝은 미소와 따스함을 전하는 것이 천상 타고난 모델이다. 김태연 교수는 지난 ...

[진세근 서경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칼럼: 漢字, 세상을 말하다] 轉嫁<전가> file

轉嫁는 대개 부정적 의미로 쓰인다. 자신이 마땅히 짊어져야 할 부담, 손실, 罪(죄) 등을 무고한 사람에게 돌리는 행위다. 당초는 再婚(재혼)하다는 의미였지만 요즘은 거의 쓰이지 않는다. 이기적이고 방어적인 인간 속성 때문에...

대학별 반영 교과목 수·비중 달라… 내 성적에 ‘최적’ 학교 체크 file

수시 학생부교과전형 지원 팁 / ‘국·영·수 + 사 or 과’ 4과목 반영이 대세 / 덕성여대, 문·이과 계열별 수·국 미반영 / 광운대, 2·3학년때 성적 반영 비중 높아 / 고대·서울시립대·서울교대 전 과목 봐 / “당락 점수差 대...

서경대학교, 교직원 등 대학 구성원 위한 ‘서경SKON어린이집’ 개원 file

서울시 성북구 정릉 캠퍼스 내 위치, 280평 규모 최신 시설에 64명 영·유아 수용 대학 구성원들의 육아부담 완화, 업무 몰입도 제고, 안심보육 통한 저출산 해소 정책 기여 기대 서경대학교 수인관에 위치한 서경SKON어린이...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