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즈미 교수 한국 블로그1.jpg 이즈미 교수 한국 블로그2.jpg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 서경대 국제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예를 들어 병들거나 사람이 죽거나 전쟁, 빈곤, 재해도 그렇고 이 세상에는 사람의 마음을 해치는 것이 그득하다. 괴로움을 쓱 하고 닦아내 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럴 수 없어. 난 조물주가 아니니까. 인간으로선 불가능해. 거의 아무것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한신·아와지 대지진 25주년을 맞아 118일부터 일본 NHK에서 방송됐던 4부작 드라마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일본 사회에 큰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 드라마는 주인공인 안 가즈타카(安和隆)를 연기한 배우 쓰카모토 다스쿠의 부드러운 오사카 사투리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안 가즈타카는 실제 인물 안 가쓰마사(安克昌)’를 모델로 한다


이즈미 교수 한국 블로그3.jpg


안 가쓰마사는 1960년 오사카에서 태어난 재일동포 3세다. 고베대 의학부를 졸업하고 대학 부속병원 정신과에서 근무했으며 고베시 니시시민병원 정신신경과장으로 일했다. 1995117, 한신·아와지 대지진의 재해를 본인도 입었지만, 헌신적으로 피난소 등을 찾아다니며 진료 활동을 벌였다. 전국에서 달려온 정신과 자원봉사자들을 코디네이팅한 것도 그였다. 그 현장 상황을 신문에 연재한 피해지 진료기록을 모아 출간한 서적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으로 1996년 학술연구자의 등용문이라 일컬어지는 산토리학예상을 수상했다. 그 후에도 그는 정열적으로 연구와 치료에 매진했으나 안타깝게도 간세포암으로 20001239세의 나이에 아내와 세 명의 자녀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는 피해자 마음 치유의 실천에 대한 길을 만들었고 일본에서 심적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연구의 선구자가 됐다.


이즈미 교수 한국 블로그4.jpg


드라마는 1970, 열 살의 그가 자신의 성이 야스다(安田)’가 아니라 ()’이라는 재일한국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시절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일본인도 아니고 한국인도 아닌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는 갈등 속에서 복잡한 사람의 마음에 흥미를 가져 정신과 의사가 되길 결심했다. 아버지의 큰 반대가 있어 고독을 느꼈으나,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책과 재즈를 벗 삼아 이겨냈고, 겸손하며 근면하면서도 매력 넘치는 인품을 지녀 주변 사람들의 신뢰를 얻었다. 특히 드라마에서 재즈 피아노를 즐겨 치는 모습이 그의 멋스러움을 배가시켰다.

 

그는 암 선고를 받은 뒤 통원치료를 하면서도 진료를 계속 했으며 남겨진 짧은 시간을 가족과 보냈다. 딸에게는 외발 자전거를, 아들에겐 체스를 가르쳤다. 갓 태어난 아이에겐 이름을 지어줬고, 아내와는 함께 영화를 보러 갔다. 정신과 의사로서 마지막 환자는 남겨진 자신의 가족이었다.

 

현대사회는 스트레스가 많다. 전쟁, 빈곤, 재해 등 예측할 수 없는 사고도 많다. 바이러스도 마찬가지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포 속에서 상처받는 것은 신체뿐이 아닌데 외상이 드러나지 않는 마음은 간과되기 쉽다. 그의 시선은 대지진에 머무르지 않고 모든 심적 외상 체험과 그 치유로 향하고 있었다.


이즈미 교수 한국 블로그5.jpg

 

그는 피해자의 마음 상처와 치유의 중요성을 호소했다. 하지만 치유가 제도나 전문가만의 문제로 다뤄지는 것에는 비판적이었다. 물론 제도나 기술이 선행돼야 하겠지만 그것만이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 아니다. 주변 사람과 사회의 이해 없이는 상처를 치유할 수 없다. 그가 지향했던 것은 상처받은 사람을 잘라버리는 엄격한 사회가 아니라 약자에게도 친절한, 마음의 상처를 서로 배려하고 사람을 존중하는 사회였다. 그런 사회야말로 품격 있는 사회라고 계속 주장했다.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19956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20032월 대구지하철 참사, 20144월 세월호 참사의 생존자와 유족들. 그들 마음에 주변 사람들은 얼마나 다가갔을까. 사회가 그들의 아픈 목소리에 얼마나 귀를 기울였을까. 그리고 코로나19의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는 지금 그들과 그 가족들은 얼마나 존중받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에게 다가가고 그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품어가는 사회가 돼야 될 것이다.

 

<원문 출처>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306/100032057/1

 

 

List of Articles
Lis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요절한 남편 평생 사랑, 이중섭의 아내[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file 홍보실 2022-10-07 50573

서경대학교 무용예술학과 학생들, 부천시 주최 ‘복사골 예술제’ 오프닝 무대 장식 file

‘춘향’, ‘탈춤과 소리의 흥과 멋’ 등 선보여…전공역량 강화 특성화 차원 학기마다 대외활동 장려 부천시가 주최하고 (사)한국예총 부천지회와 (사)한국무용협회 부천지부가 주관하는 ‘복사골 예술제’에 서경대학교 무용예술학과(...

‘모델되는 법’... 노하우 집약된 서경대 평생교육원 모델학전공 file

▲ ‘모델되는 법’... 노하우 집약된 서경대 평생교육원 모델학전공(사진제공=서경대학교 평생교육원) 장래 희망으로 모델을 꿈꾸는 학생들 사이에서 서경대학교 평생교육원 모델학전공이 주목받고 있다. 대형 기획사 오디션과 유명...

[진세근 서경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칼럼]화수분 중국 경제? 새 성장판으로 급부상한 구이저우 file

중국경제처럼 복잡한 생물이 또 있을까? 넓은 땅에 많은 인구가 얽히면서 저마다의 색깔로 살아가기 때문에 전체적인 흐름을 잡아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길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성(省)끼리 비교하면 의외로 답이...

[진세근 서경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칼럼] 돈의 흐름, 결혼의 흐름 file

과거 중국 푸젠(福建)성 샤먼(厦门)시에 신촌(新村)이란 마을이 있다. 이 마을의 별칭이 ‘얼나이춘’(二奶村)이다. 얼나이는 ‘첩’이란 뜻이다. 대만 사업가들의 첩이다. 인륜적으로 보면 민망한 노릇이지만 양안 관계로 보면 실익이 ...

[구자억 서경대학교 혁신기획처장 겸 서경혁신원장 인터뷰] 급변하는 국제정세,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다 file

개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혁신교육, 미래사회 적합인재 육성에 주력 최근 이뤄지고 있는 남북관계의 변화는 사뭇 드라마틱하다. 지난 평창올림픽에서의 화해모드 조성 이후, 특사단 방북과 친서 전달, 4월 말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서경대학교 대동제 5월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본교 캠퍼스에서 열려…총학생회 주최로 먹거리, 놀거리 외에 학우들과 연예인이 나서 다양한 이벤트와 화려한 공연 무대 펼쳐…술 대신 참신한 아이디어로 축제의 즐거움과 의미 더해 file

서경대학교에서는 총학생회(회장 장규섭) 주최로 2018년 5월 9일(수)부터 11일(금)까지 사흘간 본교 캠퍼스에서 대동제가 개최됐다. ‘다함께 크게 어울려 화합한다’는 뜻을 지닌 대동제는 학우들로 하여금 잠시나마 학업과 진로 ...

[신혜원 서경대 교수 칼럼]놀아주지 마세요, 놀이에 '참여'하세요 file

[좌충우돌 아이와 함께 성장하기] 아이가 이끄는 대로, 아이 맘대로 요즘 육아와 관련된 방송에서는 아이와 ‘놀아주는 부모’를 강조한다. 아이와 잘 놀아주는 부모를 매우 유능한 부모라고 하고, 그렇지 못한 부모는 매우 안...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교수의 한국 블로그]곱창 연기로 피어오른 재일한국인의 애환 file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영화 표현의 해방구’를 슬로건으로 3일 개막한 제19회 전주 국제영화제가 12일 막을 내렸다. 2000년 시작된 영화제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독립영화제로 주목을 받았고, 올해는 46개국...

[e글중심] 금주령인듯 금주령 아닌 대학 축제의 현실 file

 올해부터 대학축제에서 주류판매가 금지됐습니다. 지난 1일 교육부로부터 한 공문이 내려오면서입니다. 공문은 “대학생들이 학교 축제 기간 주류 판매 면허 없이 주점을 운영하는 등 주세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매년 발생한다”...

[인터뷰] 구자억 서경대 인성교약대학장 '만들어지는 인재가 아닌 스스로 성장하는 인재'의 중요성 file

한중일 3국에도 유럽의 에라스무스 프로그램 만들고 싶다 서경대학교 인성교양대학 구자억 학장은 학자이자 정책가로서 활발한 연구업적과 실행력으로 교육업계 리더십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중국 베이징사범대 출신으로 중국 유학 ...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