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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택

서경대 철학과 교수


일본차가 몇 해 전부터 더욱 많이 보였다. 주변 사람들은 대마도 여행을 다녀오기도 하였다. 대학생들이 알바로 일본 여행을 하는 것을 보며 이 시대를 부러워하기도 하였다. 케이블 TV에서는 대마도 낚시 장면을 자주 대할 수 있었다. 독일에서 살았던 필자도 맥주 원산지인 체코 필젠에서 수입되는 필스너 우르켈을 체코 맥주로 여기며 즐겨왔다. 이 모두가 자연스러웠다.

 

거부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세계화라는 시대에 이 모든 현상은 당연해 보였다. 여기에 역사와 실존의 문제가 있겠으나 이에 대해 학문적으로 발언할 뿐 일상에서 따지고 싶지는 않았다. 냉커피가 아이스커피로 바뀌어 불리는 시대에 꼬장꼬장하게 보이기 싫었을 것이다.

 

평창올림픽에 편승한 한반도 대화도 국제 이벤트로 열렸다. 하지만 대화가 진행될수록 우리의 실존이 국제적 시각으로 결정되는 양상이 더욱 심해졌다. 관련국들이 한반도에 미친 영향사가 켜켜이 쌓여 있는데도 이보다는 국제 정세 위주로 대화는 이어져 왔다. 미국도 카쓰라태프트 밀약, 80년 광주 등으로 이 땅에 흩뿌려진 일탈의 역사를 성찰하여 우리의 결정권을 인정함이 옳다. 이는 민주화 및 경제발전이 이러한 수준에 이른 우리에게 더욱 그렇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핵의 본토 위협에 직면하여 우리 정부의 중재로 대화에 나서서는 우리가 무기를 사주고 분담금을 올려주는 만큼 나서는 것 같다.

 

중국과 일본은 한반도 역사의 심층 당사자이다. 중화사상은 본토에서 무너졌지만 조선에서는 소중화(小中華)로 이어질만큼 이 땅의 지배 이데올로기였다. 그 뒤 합병, 분단, 전쟁 등이 이어진다. 대화는 간헐적이고 이산가족은 세월 앞에서 무너져 가는데, 겨우 착수된 대화에서 일본은 납북자 문제를 제기한다.

 

한일합방만큼 쓰라린 역사 용어도 없다. 당시 지배귀족들이 이 나라를 문서로 넘긴 것이다. 일본은 문서로 지배의 역사를 시작했으나 그 종결은 문서가 아니라 분단과 전쟁이었다. 이에 우리의 실존은 잊을만하면 불쑥 들리는 '전쟁'이라는 말에 움츠려 왔는데 일본은 납북자 인권을 들이댄다. 한국인의 생존권, 인권은 그들에게 남의 일이다.

 

합방이라는 외양으로 조용히 이 땅에 들어오고, 그리고 조용히 떠난 그들은 우리의 실존적 격통보다는 자국민 보호에 몰두한다. 이것만 보아도 그들은 이웃이 아니다. 그들이 역사와 실존을 보듬는 진정한 이웃이려면, 한반도 문제가 가닥을 잡아 북미수교가 가시화되는 시점에서야 납북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그들은 이에서 더 탈선한다. 판문점 만남이 있던 다음날 수출규제가 발표된다. 그날 오후 TV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화면은 왜 그리도 흔들리는지, 중요한 장면은 왜 그리도 포착을 못하는지 답답했다. 그래도 그날의 뜻을 간직하고 싶었다. 70년대 미중수교 이후 한중, 한러 수교가 실현된다. 남은 것은 북미와 북일 수교뿐이다. 이런 여건에서 남북미가 판문점에서 만났다. 비핵화 협상의 최종 성과는 북미수교일텐데, 여기에 일본은 없었다.

 

이에 그들은 나선다. 수입규제가 아니라 수출규제란다. 노벨상 기초과학에서 많은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이 갖는 장점을 휘두른 것이다. 일본의 동도서기(東道西器 ) 구호는 아직 유효하다.

 

일본의 소재분야는 탁월하다. 그 탁월성이 직능사회라는 일본사회의 특성을 이룬다. 직능을 다 합한 것이 사회전체일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일본의 과거 동맹국 독일이 역사에서 실증해 보였다. 두 차례나 전쟁을 일으킨 독일은 기초학문에서 대단한 나라였고 마이스터 전통도 확립된 나라였다. 그런데 독일은 연전연패에 빠진다. 종전 뒤 독일은 민주주의 정착에 나서고 이의 최후 보루로 헌법재판소를 설치한다. 어느 정파나 단체가 민주주의가 보장하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활용하여 민주주의 자체를 공격하는 것을 단죄하는 제도를 도입한다. 이렇듯 독일의 마이스터는 한계를 인정 당했으나 일본은 장인정신을 무기로 수출규제에 나선다.

 

그간 우리는 산업화를 거대기업 위주로 이루어왔다. 뒤늦은 산업화를 압축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힘든데 삶의 근본 토대는 여전히 흔들거렸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도 북한 미사일 한 방이면 숨죽여야 하는 시간들을 지나오며 우리는 전체사회의 정상성이 얼마나 중대한지를 체득하여 촛불시위나 정치참여를 해왔다. 우리는 직장인임과 동시에 그 많은 직장 역량들이 모인 전체를 담당하는 공동체 시민이라는 이중적 존재라는 것을 실제 역사에서 저절로 체득한 것이다. 직장인이면서 동시에 공동체 시민이라는 현대적 인간성, 그런데 일본은 이에 무지하다. 오늘날 일본에 장인은 여전하지만 사회변혁 운동은 실제로 극히 미미하다.

 

<원문 출처>

디지털타임즈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90816021022690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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