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일러스트레이션.jpg

서경대 국제비즈니스어학부 이즈미 지하루 교수.jpg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 서경대 국제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나는 한국과 일본의 문화 사이에 존재하는 디아스포라로 두 나라 사람들이 각기 다른 입장에서 논의를 펼치며 서로를 비난하는 기사를 접할 때마다 슬프고 허무해진다.

 

그런 와중에 한 편의 영화를 통해 희미하게나마 희망의 실마리를 찾았다. 815일에 개봉될 정다운 감독의 건축 다큐멘터리 영화 이타미 준(伊丹潤)의 바다가 그것이다. 영화는 건축가이자 화가로 알려진 이타미 준의 삶과 건축세계를 자연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이타미 준의 본명은 유동룡(庾東龍)이다. 1937년 일본에서 태어나 201174세로 타계할 때까지 한국 국적을 간직하며 국제적으로 활동했다. 그는 일본에서 성장했기에 한국어는 다소 서투르지만 누구보다도 한국문화와 예술을 이해하고 사랑했다. 한국과 일본의 경계에서 남들이 겪지 못한 차별도 받았지만, 그가 속한 두 문화를 이해하고 승화시켰기에 자신만의 훌륭한 작품을 탄생시켰다. 그가 설계한 건축물들은 모던하지만 야성미 넘치며 따스하다. 나는 그 사실을 영화를 통해서 체험할 수 있었다.

 

내가 이타미 준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대학원 시절, 한국 민화의 도록을 통해서였다. 소박하기 짝이 없는 그의 작품과 이타미 준이란 세련된 일본 이름이 왠지 이어지지 않아 기억하게 됐다. 그 후 간간이 이타미 준의 이름과 글을 접했으나 그의 삶이나 철학, 그리고 작품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이 영화를 통해서 이제야 그를 제대로 만날 수 있게 돼 기뻤다. 그의 존재는 디아스포라로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믿을 만한 길잡이가 됐다.

 

영화는 안개가 자욱한 물가에서 시작한다. 조용한 음악 속에서 초목의 거미줄에 맺힌 물방울이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숲 속에서 한 어린아이가 나타나 우리를 바다로 이끌어 간다. 바다에선 해가 지고, 또 해가 떠오른다. 그런 자연 속에서 그의 작품들이 등장한다. 방주교회, 수풍석(水風石) 미술관, 여백의 집 등이다. 그 공간 속에서는 시간이 조용하게 흐르며 건물의 숨결이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다가온다. 나는 영화 속 뛰어 다니는 아이를 놓치지 않으려는 엄마처럼 스크린 속으로 따라 들어가 그곳에서 아이와 함께 공간을 체험했다.

 

영화는 건축을 스크린을 통해 비춰 그려내고 있었지만, 그 영화 자체가 치밀하게 구성된 건축과도 같았다. 도면을 그리고 그 전경을 부감하다가 각도를 달리하며 부분을 클로즈업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등장하는데 아버지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두 딸의 시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이타미 준의 인간성과 믿음직한 작업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그리고 진정성 있는 목소리를 지닌 배우 유지태의 내레이션, 이타미 준의 디아스포라성을 누구보다 이해하는 양방언의 음악, 그리고 제주도 땅에 퍼지는 최백호의 노래가 모두 하나가 돼 이타미 준의 깊고 커다란 바다를 창조해냈다.

 

나는 수많은 그의 작품 속에서 초기 대표작이자 본인의 도쿄 사무실인 먹의 집(·1975)’에 끌렸다. 길고 갑갑한 어두운 방이 어쩌면 그의 마음속 깊은 어둠을 나타내는 듯했다. 그의 창작의 원점이 블랙홀 같은 그곳에 있고, 어두움이 있기에 작품에 깊이가 더해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젊은 시절 그는 일본에서는 조센진(朝鮮人)’, 한국에서는 일본인이라 불리는 자신을 이방인이라 슬퍼했다. 그리고 고독한 자신을 항상 검은 바다 위에 떠 있는 조각배로 비유했다고 한다. 그의 작품이 아름다운 것은 어두움을 극복해서가 아니라 어두움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위에 노력해서 얻어진 힘이 빛이 되어 비치고 어두움과 대비를 이루었기에 아름다운 것이다. 그는 디아스포라의 고뇌를 스스로 뛰어넘어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한편 이타미 준의 회화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 심해(心海)’가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의 웅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된 스물다섯 점의 작품은 그가 좋아했던 바다를 모티브한 것으로 영화와 함께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게 해준다.

 

정 감독은 8년이란 긴 세월 끝에 완성한 이 영화가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가 됐으면 싶다고 한다. 아름다운 건축 다큐멘터리와 회화 전시를 통해 두 문화를 끌어안아 디아스포라의 어려움을 뛰어넘은 한 거장 예술가의 세계를 경험하는 것은 어쩌면 지금 시기를 극복하는 또 다른 시간이 될 것이다


<원문 출처>

동아일보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190809/96894619/1

List of Articles
Lis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요절한 남편 평생 사랑, 이중섭의 아내[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file 홍보실 2022-10-07 49366

한기영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칼럼: 진화하는 서울시 청년정책, 실효성 높이려면 file

서울시는 아무도 청년을 ‘정책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던 때부터 청년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2013년 ‘청년의 문제는 청년이 잘 안다’는 취지에서 청년참여기구(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이하 서울청정...

서기수 서경대 금융정보학과 교수 칼럼 : 모바일 금융의 편리함과 위험이라는 ‘양날의 칼’ file

‘손안의 은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은행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 PC나 노트북 및 스마트폰으로 금융거래를 진행하는 ‘모바일 금융’의 이용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상반기 중 국내은행...

플루트 선율로 만나는 김혜경 독주회 file

13일 유·스퀘어 금호아트홀 김혜경플루트 독주회가 13일 오후 7시 30분 유·스퀘어 문화관 금호아트홀에서 열린다. 제58회, 61회 호남예술제에서 금상을 수상한 김혜경은 광주예술고를 졸업한 뒤 현재 서경대에 재학 중이다. ...

서경대학교 대학혁신추진사업단, 6개 대학연합 우수사례 성과공유포럼 참여 file

1월 5일(목) 오후 2시 세명대학교 학술관 제1컨퍼런스홀서, ‘학생 참여형 Global Program’ 발표 서경대학교(총장 최영철)는 1월 5일(목) 오후 2시 충북 제천에 소재한 세명대학교에서 전주대학교, 서원대학교, 명지대학교, 세...

서경대학교, ‘2022 교양 스키&스노보드 캠프’ 성료 file

김재환 스포츠앤테크놀로지학과 교수진, 지난 12월 21일(수)부터 23일(금)까지 3일간 횡성군 웰리힐파크서 스키&스노보드 캠프 열어 2학기 교양 스키1, 스키2, 스노보드 수강생 136명 대상  서경대학교 스포츠앤테크놀로지...

[서경대 MFS] 핀테크 대출 시장의 트렌드 file

서경대학교 MFS(Mobile Financial Service) 연구회는 금융정보공학과 서기수 교수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연구모임으로 세계적으로 급변하는 핀테크시장의 흐름과 동향파악을 통해서 국내 금융시장의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기 ...

김민하 서경대 교수,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수상 file

「인생나눔교실」 사업 통해 인문정신문화의 사회적 확산에 기여한 공로 인정받아  김민하 서경대학교(총장 최영철) 일반대학원 문화예술학과 교수가 「인생나눔교실」 사업을 통해 인문정신문화의 사회적 확산에 기여한 공을 ...

서경대학교 2023학년도 정시모집 경쟁률 9.31대 1, 지난해보다 소폭 상승 file

서경대학교는 1월 2일 2023학년도 정시 신입생 모집 원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567명 모집(정원 내)에 5,278명이 지원해 평균 9.31대 1의 경쟁률을 기록, 2022년 9.01대 1(724명 모집, 6,525명 지원)보다 소폭 상승했다. 지...

[시승기] 슈퍼모델, 토레스의 매력에 빠지다 file

[무비스트=이문호 기자] 2023년 계묘년이 밝았다. 쌍용자동차의 Adventurous 토레스는 2022년 자동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베스트셀러이다. 정통 SUV스타일을 트렌디하게 해석해 고객의 자유로움과 또 다른 세계로의 모험을...

서경대학교 2023학년도 채용조건형 계약학과 신입생 정시 모집 file

블리비의원과 산학협력 MOU 체결 졸업과 동시에 기업이 채용하는 특별 교육 과정  서경대학교가 2023학년도 채용조건형 계약학과 신입생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채용조건형 계약학과 중 서경대학교와 블리비의원이 산학협력 ...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