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 서경대 국제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일러(1).jpg


이즈미 지하루 교수.jpg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국제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처음 한국에 온 1980년대 중반, 당시 집에서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간혹 시장에 가면 끈에 묶여 있는 고양이를 볼 뿐이었다. 고양이의 이름을 물으면 대부분 이름 같은 건 없어, 그냥 나비라고 불러라고 퉁명스레 대답했다. 당시 고양이는 불길한 동물로 여겨져 가정에서 기르거나 개별 이름을 붙이는 습관도 없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상당한 문화적 충격이었다.

 

일본의 고양이 역사는 2100년 전 야요이(彌生)시대 유적에서 고양이 뼈가 발견될 정도로 오래됐다. 중국에서 온 불교 경전을 쥐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함께 왔다고 한다. 오랫동안 인간과 공존하며 한쪽 앞발로 사람을 부르는 듯한 자세의 마네키네코로 상징되듯 복을 가져다주는 동물로 사랑받아 왔다. 흥미로운 것은 고대나 중세에는 일본에서도 고양이를 끈에 묶어 길렀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놓아기르게 된 것은 1602년 교토의 행정기관(교토쇼시다이·京都所司代)이 늘어난 쥐의 피해에 대한 방책으로 고양이 방목령을 반포한 이후부터였다.

 

나의 고양이 집사이력은 일본에서 세 번, 한국에서 한 번 등 모두 네 번이다. 첫 번째 고양이는 초등학교 때 갈색 무늬의 챠코로, 마치 사차원인 내 여동생 같은 존재였다. 두 번째 고양이는 오빠가 중학생 때 데려온 하얀 수고양이. 그땐 너무나 작고 약했기 때문에 작다(꼬마)’라는 뜻의 치비라고 이름 지었다. 그런데 치비는 동네의 어느 고양이보다 크게 자랐다. 멋진 털을 지닌 씩씩한 백수의 왕 같았지만 세대교체는 너무도 빨리 찾아왔다. 나는 치비를 통해 수고양이의 약육강식 세계를 알게 됐다.

 

세 번째는 암고양이 지지다. 새까맣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마녀배달부 키키에 나오는 인간의 말을 하는 검은 고양이의 이름에서 따왔다. 내 어머니와 18년간 살았다. 나이 들어선 엄마 무릎에 앉아 마치 대화를 나누는 듯했다. 지지가 죽자 엄마는 슬퍼하며 다른 고양이는 기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지지는 엄마의 마지막 반려동물이 됐다.

 

그리고 지금 나는 네 번째 고양이와 서울에 살고 있다. 올해 열여섯 된 나나로, 사람으로 치면 80세 정도의 할머니 고양이다. 흰색에 살짝 회색이 섞인 털이 긴 페르시안 친칠라종으로 우아하고 도도해 보이지만 외모와 달리 수줍음이 많다. 퇴근해서 집에 오면 강아지처럼 달려오거나 노골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문 앞에서 우리가 온 것을 확인한다. 사람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며 적당히 어리광을 부리는 모습이 나와 잘 맞는다.

 

15년 이상 같이 지낸 나나와는 많은 추억이 있다. 미대 입시를 준비하던 딸이 데생 연습을 할 때는 의자 손잡이 위에 앉아 지켜보곤 했다. 새벽에 일어나 아이들의 도시락을 준비할 때는 눈을 크게 뜨고 내 요리 솜씨를 지켜봤다. 남편과 함께 별을 보러 옥상에 올라가기도 했다. 그런 나나가 최근 들어 좋아하던 높은 상자 위에 올라가지 않는다. 노화 증상이 온 것이다. 작년 3월에 검사해보니 암이라고 했다. 가족 모두 묵묵히 준비를 하며 소중한 시간들을 마음 깊이 간직하며 지내고 있다.

 

그동안 한국의 고양이에 대한 인식은 많이 변화했다. ‘인간의 장난감으로 여겨지던 애완동물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라는 뜻의 반려동물로 불리게 됐다. 고양이 카페, 고양이 전문병원, 고양이 노인정도 생겼고 동물보험도 정비됐다. 유튜브엔 귀여운 고양이의 영상이 가득하다. 이름도 그냥 나비가 아닌 구름, 두부, 보리 등 다양해졌다. 일본에서 인기인 소라, 모모, 레오와 비슷하다. 이제 한국과 일본의 고양이에 대한 인식은 거의 비슷해졌다. 굳이 차이를 말하자면 일본 고양이는 냐냐(にゃにゃ)’라고 울고 한국 고양이는 야옹야옹하며 우는 정도랄까.

 

고양이는 평균 연령이 15세로 사람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그래서 사람보다 빨리 성장하고, 빨리 나이를 먹으며, 빨리 노화가 온다. 그리고 빨리 하늘나라로 떠난다. 현재 일본의 반려묘는 약 44%가 고령이다. 한국도 비슷할 것이다. 고양이 붐이 일시적이지 않았으면 한다. 고양이가 나이를 먹어 노화가 와도 잘 돌봐주며 진정한 반려인이 되어 주었으면 한다. 그것은 단순히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이기 때문이다.


<원문 출처>

동아일보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190705/96334986/1

List of Articles
Lis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요절한 남편 평생 사랑, 이중섭의 아내[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file 홍보실 2022-10-07 47383

[임성은 교수 기고] 임대소득세에 침묵하는 이유는? file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적자원학부 교수 부자 증세 논의가 한창이다. 총성 없는 전쟁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누가 되든 상처뿐인 영광이 될 수 있다. 여론전은 승리하고 세법 개정은 못할 수 있고, 했는데 빈 주머니가 될 ...

이종석 서경대 뮤지컬학과 교수 연출 '타지마할의 근위병' 국내 초연... file

잘린 손목과 흩날리는 피 속에서 '아름다움의 본질' 묻다 2인극 '타지마할의 근위병' 공연장면  '무엇이 아름다운 지'를 묻는 묵직한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이 국내 초연한다. 인도계 미국 극작가 라지프 조셉이 쓴 이 ...

전규열 서경대 경영학부 겸임교수 칼럼:상생을 위해 과도한 경쟁보다 협력이 필요한 시점 file

전규열 객원논설위원(서경대 경영학과 겸임교수) 며칠 전 기름을 넣기 위해 자주 찾는 주유소를 방문했다. 일주일 사이에 가격이 L당 30원이나 올랐지만 주변 주유소에 비해 싼 가격 때문에 이날도 고객들로 붐볐다. 관리자에게 ...

서경대, 성북구 관내 초등학교 학생들을 위한 ‘뮤지컬 드림캠프’ 열어···7.31 ~ 8.12 13일간 서경대 은주관서 file

서경대학교(총장 최영철) 서경예술교육센터(센터장 김범준)는 7월 31일(월)부터 8월 12일(토)까지 13일간 교내 은주관에서 성북구 관내 초등학교에 다니는 4~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뮤지컬 드림캠프’를 개최했다. 성북구청과 함께...

[임성은 교수 기고] 학교폭력 예방의 허와 실 file

서울 시내 한 사립 초등학교에서의 학교폭력 사건으로 시끌시끌하다. 학교폭력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지만 연간 2만건 수준에서 줄지 않고, 질적으로도 나빠지고 있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만든 지 13년이 ...

서경대, ‘제3회 전국 뮤지컬 경연대회’ 본선 대회 개최 file

예선 통과한 31명 참가, 1등상 안양예고 이창진 군 차지···서경대 입학 시 1년 전액 장학금 지급 등 혜택 서경대학교(총장 최영철)는 8월 5일(토) 오후 1시 서경대 은주 1관 601호실에서 ‘제3회 전국 뮤지컬 경연대회’ 본선 ...

한중수교 25주년 기념, 한중미래전략포럼(회장 구자억 서경대학교 인성교양대학장) 개최

한중미래전략포럼(회장 구자억 서경대학교 인성교양대학장)은 2017년 8월 22일(화) 오후 3시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프레지던트호텔 모차르트홀에서 “한중수교 25년, 회고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한중수교 25주년 기념 포럼을 개최...

[방미영 교수 칼럼]이제 추억이 된 장충동 file

얼마 전 뷰티 관련 행사에 초대받아 장충체육관을 다녀왔다. 장충동에 대한 특별한 추억 때문에 행사가 시작되는 시간보다 일찍 서둘러 연구실을 나섰다. 장충체육관은 2012년 새 단장에 들어가 2015년 새롭게 개장하면서 지하철...

서경대, 개교 70주년 기념 ‘KBS 열린 음악회’ 개최 file

9월 1일(금) 오후 7시 30분 교내 초록운동장서 성북구민과 서경대 학생 등 1만여 명 참석 부활 · 서문탁 · 손호영 · 알리 · 현아 · 에디킴 · 프리스틴 · 뮤지컬배우 손준호 · 배다해 등 출연 10월 8일(일) 오후 6시 KB...

개교 70주년 미래형 대학 위한 교육혁신 서경대학교 file

서경대학교는 올해 개교 70주년을 맞아 역사를 되돌아보고 미래 100년 글로벌 중심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 강도 높은 교육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교과과정 조정, 단과대 신설, 학과 통폐합 등을 통해 특성화와...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