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국제비즈니스어학부 교수.jpg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 서경대 국제비즈니스어학부  교수

동아닷컴(1).jpg

올해는 3·1운동이 일어난 지 100년이 되는 해로 근대 서화를 소개하는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개최된 ‘자화상―나를 보다’, 갤러리현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화의 두 거장―청전(靑田)·소정(小亭)’, 국립중앙박물관의 ‘근대 서화, 봄 새벽을 깨우다’ 등이 그것이다. 다음 달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근대미술가의 재발견 1’도 마찬가지다. 보기 드문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지라 나는 기꺼이 이들을 챙겨 보느라 바쁘게 지내고 있다.

지난달부터 이달 21일까지 진행된 ‘자화상―나를 보다’ 전시회는 전시 마지막 날에 겨우 다녀올 수 있었다. 지난달 대학이 개강해 바쁘게 지내다보니 놓칠 뻔했는데, 만약 안 갔더라면 크게 후회했을 것이다. 전시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개최된 것이다. 의도가 분명하고 귀중한 작품들로 구성돼 설득력 있는 훌륭한 전시였다. 쉽게 다시 만나기 어려운 개인 소장품이 많이 전시됐다. 특히 원본이 최초로 공개된 만해 한용운의 ‘3·1독립운동 민족대표들의 옥중시(諸位在獄中吟·제위재옥중음)’가 인상적이었다. 당시 감옥에 수감됐던 독립운동가들이 그곳에서 지었던 한시를 만해가 모아 옮겨 적어 놓은 것이다. 갈색으로 변색된, 쭉 펼쳐진 작은 종이에는 붓으로 쓴 만해의 꼬장꼬장한 느낌의 글들이 가득했다.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던지고 조선총독의 암살을 계획했던 김상옥. 그 최후의 순간을 그린 구본웅의 작은 글과 그림을 보니 당시 상황이 실제로 상상되는 듯했다. 마음이 착잡해 한동안 멈춰 서서 볼 수밖에 없었다.

전시는 김옥균, 김구, 안중근, 이회영 등 개화파와 독립운동가 작품에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나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 같은 일본인의 글씨와 그림도 포함돼 있어 흥미로웠다. 또한 얼마 전 영화를 통해 많이 알려진 박열이 일본어로 쓴 시도 있었는데, 어눌할 것으로 알고 있던 그의 일본어가 매우 유창해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편 ‘근대 서화, 봄 새벽을 깨우다’ 전시회에서는 안중식과 서화미술회를 중심으로 당대 한국화의 명품들을 한자리에 모아 보여주었다. 안중식의 작품을 중심으로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에 이르는 서화, 사진, 삽화 등 100여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다양하고 체계적인 구성으로, 객관적인 자료를 제공해주는 귀중한 자리다. 특히 관람객들을 상대로 체계적으로 준비된 도슨트의 훌륭한 해설과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이제 막 시작한 전시라서 천천히 몇 번이고 공부하듯 다녀 볼 생각이다. 

이 전시에서 인상적으로 본 작품은 안중식의 ‘백악춘효도(白岳春曉圖)’와 김은호의 ‘부감’ 초본이다. 백악춘효도는 전시를 대표하는 작품 중의 하나다. 중학교 국어시간에 암기했던 맹호연(孟浩然)의 ‘춘면불각효(春眠不覺曉)’로 시작하는 오언절구(五言絶句)의 시로 설명돼 있어 나라를 잃은 백성의 아픔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실제로는 일제에 의해 사라진 경복궁 내 건물들이 마치 봄의 달콤한 꿈처럼 그려져 있다. 부감 초본은 김은호의 1927년 제7회 조선미술전람회도록에 수록돼 있는 그림의 초본으로 여겨진다고 한다. 일본 채색화 기법으로 완성된 일본색이 나는 출품작과 달리 서양화적인 구도와 묵으로 그려진 한국화적인 선의 담백한 맛을 자아내고 있다.
근대의 인물이나 작품들은 100년을 전후한 시간이 경과해 이제야 객관적인 연구와 평가가 시작될 시기에 이르렀다. 아직까지 수장고에서 잠자고 있는 많은 작품들이 세상으로 나와 연구되는 계기가 이번 전시들을 통해 마련되기를, 또한 이런 전시로 연구자뿐 아니라 우리 같은 일반인들도 직접 작품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흔히 사람들은 나를 일본 사람으로만 보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 일본인이라고 의식하며 살지 않는다. 한국이나 세계 어디에서든 일본과 관련된 작품을 접할 때도 그저 그 자체를 바라본다. 아름다운 것이 있다면 감동하고, 추악한 현실이나 역사에 대해서는 분노하고 가슴 아파한다. 이렇듯 특별한 의도를 지니고 전시와 작품들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이번 주말에도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찾아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볼 생각이다. 

<원문출처>
List of Articles
Lis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요절한 남편 평생 사랑, 이중섭의 아내[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file 홍보실 2022-10-07 54559

[미디어 바른말 쓰기] 신조어 '중꺾마'가 드라마 속 명대사…이대로 괜찮나 file

드라마에 등장한 '신조어'에 시청자도 혼란 사회적 현상 '신조어'…미디어 속 무분별한 사용은 문제 신조어, 세대 간 불통…공통된 세대 문화 마련해 격 없애야 한글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과학적인 언어이자 아름다운 우리말입...

‘제11회 서경대학교 전국 고등학생 디자인 실기대회’ 시상식 및 전시회 성료 7월 19일부터 24일까지 6일간, 대학로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SKON 갤러리서 file

서경대학교(총장 직무대행 김범준)는 지난 7월 19일(수) ‘제11회 서경대학교 전국 고등학생 디자인 실기대회’ 시상식을 개최했다. 시상식은 대학로에 위치한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SKON 갤러리에서 진행됐다. 앞서, 서경대...

[서경대 카드뉴스] 중간강의평가 어떻게 할까요? file

<관련 공지> 2022학년도 2학기 중간 강의평가 시행 안내 https://www.skuniv.ac.kr/index.php?mid=notice&page=2&document_srl=218081

4월 22일(토) 서경대학교 스콘스퀘어에서 녹화공연되었던 KBS 전국노래자랑 ‘서울특별시 성북구 편’, 6월 11일(일) 낮 12시 1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80분 간 KBS 1TV(채널 9) 통해 전국에 방영돼 file

본교 뮤지컬학과 김일중 학우, ‘서울의 달’ 열창, 발레 춤도 춰 ‘장려상’ 수상 KBS 전국노래자랑 ‘서울특별시 성북구 편’이 6월 11일(일) 낮 12시 1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80분 간 KBS 1TV(채널 9)를 통해 전...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영화 ‘오펜하이머’와 최후의 피폭국[이즈미 지하루 한국블로그] file

가끔 내가 일본인이라고 확실히 자각될 때가 있다. 최근 영화 ‘오펜하이머’를 시사회에서 관람하고 극장을 나와 눈을 반짝이며 감동을 주고받는 한국인 관계자들을 보았을 때 강렬한 위화감을 느꼈던 것이다. 그리고 8월 15...

서경대학교 무용예술학부 한국무용전공 4학년 조은서 학생,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경연대회인 (사)대한무용협회가 주최하는 ‘제60회 전국 신인무용경연대회’ 참가해 ‘동상’ 수상 file

조은서 서경대학교 무용예술학부 한국무용전공 4학년에 재학 중인 조은서 학생이 대한민국 차세대 신인 무용스타의 등용문인 전국 신인무용경연대회에 참가해 ‘동상’을 수상했다. 조은서 학생은 지난 3월 30일(목) 대한민국 ...

서경대학교, 2023학년도 후기 이중언어 석박사과정 입학식 개최 file

신입생 33명 참석, 9월 18일(월) 오전 10시 교내 유담관 학술회의장서 서경대학교(총장 김범준)는 9월 18일(월) 오전 10시 교내 유담관 학술회의장에서 2023학년도 후기 이중언어과정 석박사과정 입학식을 33명의 신입생이 참석...

[포토]뮤제-서경대 패션쇼,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 file

서울시 성북구 서경대학교에서 진행된 'Mind the gap' 패션쇼에서 서경대학교 모델들이 '뮤제(MUSEE)'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Mind the gap' 타이틀로 진행된 서경대학교 공연예술학부의 제8회 졸업패션쇼는 영국 런던 지하...

서경대학교 단과대별 학생회와 자치기구, 중간고사 준비로 지친 학우들의 기운을 북돋워 시험을 잘 치를 수 있도록 다양한 ‘중간고사 이벤트’ 진행 file

서경대학교 단과대별 학생회와 자치기구들이 4월 20일(목)부터 26일(수)까지 7일간 치러지는 중간고사 기간을 앞두고 학우들이 열심히 시험 준비를 잘해서 시험기간 동안 시험을 잘 치를 수 있도록 응원하기 위해 다양한 중간고사 ...

문홍선 서경대학교 캠퍼스타운 조성사업단 부단장, “한해 40개 기업 육성, 기술융합 K컬처-창업타운 조성이 목표” file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단위형 수행, 지난해 종합형 선정 -지난해 30개 기업 고용 창출 77명, 매출 약 32억 성과 내 -새로운 창업 공간인 인큐베이팅 센터 상반기에 완성할 예정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 캠퍼스타운 사업...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