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4개 성 각각 한글자 한자로 풀어

참고문헌 500, ·공간 교차

전문적 관점, 영화 같은 재미 선사

 

한글자 중국.JPG 

한글자 중국: 중국의 탄생

김용한 지음

휴머니스트


한글자 중국(2).JPG 

한글자 중국: 중국의 확장

김용한 지음

휴머니스트


정암(定庵) 공자진(龔自珍: 1792~1841)은 중국 문학도에게는 스타 시인이다. ‘300년 만의 최고 시인이란 칭송을 받은 인물이다. 시만 걸출했던 건 아니다. 인물 또한 비범했다. “시와 사람은 하나다. 사람 밖의 시 없고 시 밖의 사람 없다(詩與人爲一, 人外無詩, 詩外無人)”는 정암 자신의 말 그대로의 인생을 살았다.

연작시집 기해잡시(己亥雜詩)5()를 보자.

근심 호탕하게 등지니 해는 기울고(浩蕩離愁白日斜),

흥얼대며 말 몰아 동으로 가는데 문득 절벽이다(吟鞭東指即天涯).

떨어진 꽃이 어찌 무심한 물건일까(落紅不是無情物),

진흙이 되어 꽃 더욱 키우는데(化爲春泥更護花).”

평생 몸담은 관직을 떠난 자, 낙향자의 심정이 이처럼 절절할 수 있을까. 첫 두 절은 관직을 버리면서 느끼는 홀가분함, 그러나 쓸쓸하고 허전한 마음이 절묘하게 섞여 있다.

후반 두 절이 백미(白眉). ‘떨어진 꽃이 어찌 무용지물일 수 있겠나. 땅에 떨어져 양분되어 새 꽃을 더욱 잘 키울 수 있는데라는 의미다. 은퇴 후의 삶이 은퇴 전의 삶 못지않게 국가와 민족에게 봉사할 수 있음을 노래한 절창(絶唱)이다.

한글자 중국을 쓴 김용한도 정암처럼 스스로 은퇴했다. 그리고 중국으로 간다. 물리학을 전공한 과학도답게 그의 시선은 글자 한 자(一字)라는 미시적 포인트에 주목한다. 중국의 각 성()을 상징하는 한 글자에서 그는 무한대로 중국을 읽어 낸다.

이 책의 특징은 여러 겹의 교직(交織)이라는 점이다.

한글자 중국(3).JPG

우선 시간과 공간의 교직이다. 저자는 글자 한 자에서 각 지역의 현재와 과거, 그리고 공간의 광대함과 다양함을 동시에 포착한다. 설명은 놀랄 만큼 세밀하고, 동시에 포괄적이다.

중앙 집권과 지역 분산의 교직도 등장한다. 통합과 통일을 지향하는 중앙 정부의 구심력과 여기에 저항하는 지역 제후들의 원심력이 여러 동심원을 그리며 겹쳐진다.

마지막 교직은 탄생과 확산의 혼재다. 중원 문화의 묵직함과 넉넉함, 지역 문명의 다양한 색채가 변증법적으로 분출한다.

무리가 안 보이는 건 아니다. 한반도보다 넓은 성() 34개를 각각 하나의 키워드로 묶어내기가 힘겨워 보이는 대목이 적지 않다. 이런 무리를 무리 없이 덮어준 것이 풍성한 전고(典故)와 사진이다.

각 성별로 적게는 열 개, 많게는 서른 개 가까운 참고 문헌이 등장한다. 상권에 해당하는 중국의 탄생과 하권 격인 중국의 확장두 권에 등장하는 참고문헌은 500개가 넘는다. 이 서평을 쓰는 필자도 중문학도이고, 베이징 특파원과 홍콩 특파원을 지내면서 한국인이 쓴 중국 관련 책들을 적지 않게 섭렵했지만, 이토록 풍부한 전고를 담은 저서는 아직 만나지 못했다.

풍부함이 주는 혜택은 다양성이다. 후난(湖南)성을 다룬 ()’자 편에는 삼국지의 유비, 태평천국의 백성, ()중국의 창건자 마오쩌둥(毛澤東), 그리고 현대 기업인과 노동자가 물 흐르듯 등장한다. 자연 생동감이 넘친다.

또 다른 혜택은 포용이다. 세세한 전고는 전문적 팩트와 관점을, 풍부한 사례는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대중성과 오락성을 동시에 선사한다. 전문가와 일반 독자를 두루 포용할 수 있는 구조다.


완전함을 추구하면 오히려 비어 보이기 쉽다는 점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일까? 저자는 중국 전역을 훑으면서도 유독 티베트(西藏)만은 빼놨다. 본인이 직접 가보지 못했다는 게 이유다. 설명치곤 좀 궁색하다. 티베트 입경에는 여행 허가증을 받아야 하는 까다로운 절차가 있긴 하지만 불가능한 노릇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른 이유는 뭘까? 중국어판을 염두에 둔 포석일 수 있다. 티베트를 얘기하려면 슬픈 병탄의 역사, 그리고 참혹한 진압과 학살의 상흔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에서는 절대 금기시되는 대목이다.

제대로 들여다보기 위해 미뤄 놓았을 수도 있겠다. 티베트의 역사는 복잡하다. 한인(漢人) 이주 정책과 영토 할양 탓에 섞이고 찢겼기 때문이다.

책 두 권 안에 담긴 34개 성 하나하나가 빛나는 보석처럼 다가온다. 히스토리(History)와 스토리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그 보석을 캐내는 것은 이제 독자 몫이다.



< 원문 출처 >

중앙일보 https://news.joins.com/article/23132752

List of Articles
Lis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요절한 남편 평생 사랑, 이중섭의 아내[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file 홍보실 2022-10-07 52260

서경대학교, ‘2021년 문화콘텐츠 R&D 전문인력 양성(예술·과학 융합프로젝트)사업’ 선정 file

예술과 과학의 융합으로 실감공연 전문인력 양성 및 프로젝트 추진 코로나 펜데믹 시대 공연예술의 확장성과 지속 발전을 위한 다각적인 방법 모색  서경대학교(총장 최영철)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

2021년 하계방학, 도전해볼 만한 대외활동엔 어떤 게 있나? file

코로나 19의 확산 및 장기화로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되었던 1학기가 끝나고 하계방학을 맞이한 지도 어느새 2주가 되어간다. 지난해 1학기를 시작으로 3학기 째 학교에 나오지 못하고 원격 수업을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올해 1분...

한국광기술원, 메타버스 환경 광고·커머스 지원 실시간 객체 인식 솔루션 개발 file

한국광기술원(원장 신용진)은 전성국 공간광정보연구센터 박사팀이 김명하 서경대 교수, 영상기술 전문업체 카이(대표 김영휘) 등과 공동으로 환경에서 광고와 실시간 상거래서비스가 가능한 실시간 객체 인식 솔루션을 개발했다고 29일...

서경대학교 공연예술학부 COME UP! 프로젝트– 2번째 쇼케이스 연극 <우화> 영상 디자인 도입과 함께 성황리에 마쳐 file

서경대학교 공연예술학부 학생들의 연극 <우화>가 지난 5월 27(목)부터 29일(토)까지 3일간 평일 7시, 주말 4시에 서경대 북악관 8층 스튜디오 810호에서 공연됐다. 이번 공연은 학생들의 창작 공연 콘텐츠가 세상의 빛을 볼...

세명대, '뷰티계 명문' 서경대와 교육협력 협약 체결 file

내년도 신설 화장품뷰티학부의 전문 인력 양성위해 노력  세명대학교가 뷰티분야 산업수요에 맞춘 인력 양성을 위해 서경대 미용예술대학과와 MOU를 체결하고 있다.  세명대학교가 지난 29일 뷰티계의 명문이라 불리는 서...

서경대학교, ‘제7회 전국 뮤지컬 경연대회’ 개최 file

7월 24일(토) 오후 1시 서경대 본관 8층 컨벤션홀서 ‘제7회 서경대학교 뮤지컬 경연대회’ 포스터  서경대학교(총장 최영철)는 7월 24일(토) 오후 1시 교내 본관 8층 컨벤션홀에서 ‘제7회 서경대학교 전국 뮤지컬 경연대회...

권재욱 서경대 특임교수 칼럼:[시론] 손수건 한 장에 날려버린 지순한 사랑 file

참으로 약한 것이 사람이다. 그의 몸은 약간의 기온 상승에 땀을 뻘뻘 흘리고 약간의 기온 저하에 벌벌 떨며 옷깃을 여민다. 천하보다 귀한 그 육신을 앗아 가는데 한 방울의 독소와 미미한 바이러스면 족하다. 더욱 염...

[본지-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공동기획] <중> 대학 재정악화 빨간불… 고등교육 재정 확충이 시급하다 file

한국 GDP 규모 세계 11위지만 1인당 공교육비 29위 장기적으론 교부금법 제정… 차선책으로 특별회계가 대안 대학에 자율을… 등록금 책정·규제 완화 대학에 맡겨 달라  대학의 재정 위기 토론을 위해 2019년 11월 한국사...

진세근 서경대 광고홍보콘텐츠학과 겸임교수 칼럼:[아침광장] 매눈을 감당할 자, 국민 앞에 서라 file

진세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사무총장·서경대학교 광고홍보콘텐츠학과 겸임교수 대선 무대가 달아올랐다. 여야 막론하고 다수의 후보가 나섰다. 날선 공방이 벌써부터 치열하다. ‘후보 난립(亂立)’이라고 비판하는 시각도 있지만...

서경대학교 캠퍼스타운, 지역활성화 프로젝트 ‘정릉스쿨’ 참여자 모집 file

정릉동, 길음동 일대 주민과 상인 대상 역량 개발 및 문화예술 소양 확대, 지역 활성화 돕기 위한 다양한 교육 및 행사 진행  서경대학교 캠퍼스타운-지역활성화 프로젝트 ‘정릉스쿨’ 참여자 모집 웹배너  서경대학교(총...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