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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일은 6월 6일, 현충일이다. 그리고 이날은 아버지의 기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6월은 나와 아버지를 생각하고, 아버지를 추모하는 달이며 한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을 추도하는 달이다. 내 아버지는 지방공무원이셨고, 제2차 세계대전의 아픈 체험 때문에 일본 사회에 대한 엄격한 비판의 시선을 가졌다. 하지만 집에서는 완고하고 고집불통이라 엄마를 고생시키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사춘기 때 아버지께 반항했다. 그러나 그런 아버지에게 감사하는 일이 있다. 내가 한국으로 유학을 떠나겠다고 했을 때 유일하게 찬성해주셨기 때문이다. 어머니를 비롯한 모든 친척들은 ‘왜 미국이 아니냐?’며 반대했다. 1980년대 초, 당시 일본에서 유학이라면 서양을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도쿄에서 대학을 다니던 내가 아버지께 한국으로 유학가고 싶다고 편지를 보내자 아버지께선 두툼한 편지와 함께 ‘종군위안부’라는 책을 보내주셨다. 편지에는 “이 책을 읽고 그래도 가야겠다면 가거라. 한국에 너는 가해자 나라의 국민이기 때문에 그 사실을 제대로 받아들일 각오가 있다면 가거라. 그러나 간다면 제대로 한국 사회를 보고, 제대로 공부해 와라. 어정쩡한 마음으론 가지 말거라”라고 쓰여 있었다. 아버지의 말씀은 한국에서 살아가는 나의 나침반이 됐다. 내가 마음이 약해졌을 때 용기를 주고 오만해졌을 때는 타일러주는 나의 나침반이 됐다.

얼마 전 아버지의 7주기를 맞아 친정에 다녀왔다. 다녀오는 비행기에서 한국과 일본에 대한 여러 생각을 했다. 그중 지금 일본에서 개봉 중인 영화 ‘택시운전사’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지난해 ‘택시운전사’를 보고 오랫동안 가졌던 의문이 풀렸다. 1984년, 내가 한국에 오기 전해에 도쿄의 어느 상영회에서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영상을 봤다. 내용도 정확히 모른 채 귀중한 영상이라며 지인이 권해서 본 영상은 무시무시하고 충격적이었다. 혹시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꾸며진 극영화가 아닐까 몇 번이고 의심했다. 그러나 누가 어떻게 촬영했고, 그것을 어떻게 해서 내가 도쿄에서 볼 수 있었는지 오랫동안 수수께끼였다. 나는 ‘택시운전사’를 보기 시작하자마자 이게 그때 본 영상의 시작이었다고 확신했다. 

영화는 1980년 5월의 광주 민주화운동을 그린 것이다. 군사독재 정권하에서 군인의 포위망을 뚫고 취재에 나선 독일인 기자와 택시 운전사를 주인공으로 담고 있다. 기자의 모델인 위르겐 힌츠페터 씨는 독일 제1공영방송의 도쿄 특파원이었다. 계엄령이 내려진 당시 한국은 군부가 언론을 통제했기 때문에 광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힌츠페터 씨는 광주에서 벌어진 일을 취재하기 위해 한국에 왔고, 택시 운전사인 김사복 씨의 힘을 빌려 광주에 들어가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을 취재해 그 영상을 일본을 경유해 독일에 보내 세계에 알렸다. 내가 봤던 것이 이 영상이었다. 

‘택시운전사’가 일본에서 ‘약속은 바다를 건너’라는 부제를 달고 올 4월 21일 개봉해 조용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영화는 시네마토신주쿠를 메인관으로 전국 로드쇼를 전개하고 있고 입소문으로 퍼지고 있다. 일본 내 전국최대정보 사이트인 ‘피아영화생활’에 의하면 4월 20일과 21일에 개봉된 7개의 작품 중 공개 첫날 만족도 1위를 기록했다. 또 개봉 후 두 달이 지났지만 ‘상영 중 입소문 만족도 랭킹’에서 9위를 차지했다.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이 14위라는 것을 감안해보면 뜨거운 반응이다. 이 사이트에서는 ‘지금의 일본 상황과 당시 한국이 이어진다. 지금 꼭 봐야 할 영화라고 생각한다’, ‘진지한 내용임에도 웃음과 눈물이 섞인 엔터테인먼트로 잘되어 있어 이 사건을 모르는 세대는 물론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같은 의견을 볼 수 있다. 

이 영화의 파급효과는 결코 작지 않다. NHK에서는 6월 12일 ‘그때 시민은 군과 투쟁했다―한국의 새벽 광주사건’이라는 특집방송을 편성해 방영했다. 내용도 5·18민주화운동에 그치지 않고 1987년 이한열의 희생과 6·29선언, 2017년 촛불혁명까지 한국이 민주화를 이룩해가는 과정을 자세하게 담았다. ‘택시운전사’를 계기로 많은 일본인들이 한국의 민주화 과정의 아픔에 공감하며 배우는 기회가 됐다.

힌츠페터 씨와 김사복 씨의 용기 있는 행동은 앞으로 안일하게 살지 말 것을 나에게 채찍질하고 있다. 그래서 6월은 내게 의미가 크다. 나라를 위해 싸우다 숨진 장병과 순국선열들의 충성을 기리는 달이라고 하지만, 그보다 더 크게 한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모두를 위한 때라고 생각한다.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 서경대 국제비즈니스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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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 서경대 국제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원문 출처>
동아일보 http://news.donga.com/3/all/20180626/90758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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