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즈미의 블로그.jpg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지금 한국어로 얘기하신 것 맞죠?”

일본의 작은 도시에서 전화를 마친 내게 한 여인이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반짝이며 건넨 말이다.

나는 지난 연말연시를 고향인 규슈(九州)의 사가(佐賀)현 다케오(武雄)시에서 지냈다. 다케오는 온천과 도서관, 우주과학관, 다케오신사(神社), 커다란 녹나무를 제외하면 특별한 게 거의 없는 시골이다. 이런 곳에서도 한국인 관광객을 자주 만난다. 고향땅에서 한국인을 만나면 대단히 반갑고 기쁘다.

그러나 이번 여정에서 놀람과 반가움을 안겨준 것은 한국인이 아니라 일본인이었다. 고향의 작은 가게에서 쇼핑을 하다 한국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통화를 마치자 점장이 호기심 어린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걸어왔다.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는 이 아주머니는 마치 커밍아웃을 하듯이 부끄러운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을 걸었다.

그는 오래전 일본에서 한류가 절정이었을 때부터 한국어를 배웠다. 당시에는 다케오에 한국어교실이 있었지만 현재는 한 시간 거리의 사가시에 가서 한국어를 배운다. 좀처럼 늘진 않지만 계속 한국 드라마를 보며 조금씩 단어를 알아가는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하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탔던 리무진 택시에서도 놀라운 상황이 벌어졌다. 조용한 택시에서 딸과 한국어로 대화할 때 침묵이 깨졌다. 택시기사님이 우리의 대화를 듣자마자 지금 보고 있다는 사극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 대해 말했다. 이제 드라마가 종방에 가까이 가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실제 역사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에 대해 물었다. 

기사님은 한국 역사 드라마를 좋아하고 특히 ‘주몽’이나 ‘해신’ 같은 드라마는 몇 번이고 반복해서 봤다고 했다. 특히 탤런트 채시라의 연기가 훌륭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송일국을 좋아하는 부인을 위해 도쿄의 대표적인 코리아타운 신오쿠보에 가서 브로마이드를 구입해 선물했다며 자랑을 늘어놓기도 했다. 결국 공항에 도착하는 한 시간 동안 한국의 역사와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 여러 가지 질문이 우리에게 쏟아졌다. 한국 역사에 대해 너무나 자세히 알고 있어 오랜 시간 한국에서 생활한 나조차도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을 던지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

일본에서는 2016년부터 다시 한류가 시작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하지만 내가 만난 이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한류 붐이 지나간 2010년 이후에도 여전히 관심을 가져온 사람들이었다.

지난해 11월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인이 즐겨 찾는 해외여행지에서 한국의 순위가 계속 하락했다. 2014년 5위를 기록했으나 2016년 겨우 10위에 그쳤다. 한국을 찾지 않는 이유는 ‘한류 이외에 흥미를 가질 만한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31.4%로 가장 많았다. 실제로 한국을 찾는 일본인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한류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교환학생으로 1년 동안 한국에 체류하고 이제 귀국을 앞둔 일본인 유학생들에게 물어봤다. 학생들은 케이팝을 좋아해서 한국어를 배웠고 한국에 왔다. 서울에서 아이돌을 따라다니는 시간이 많았고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유학생들이 한국 아이돌의 콘서트에 가는 것이 삶의 보람이며 즐거움이라고 했다. 이들에게 음악, 드라마, 화장품 등의 한류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한류를 향유하는 일본인이 여전히 많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한동안 일본에서 한류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의견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문화, 장르 등으로 자리를 잡았다. 한류 아닌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 내놓는 것보다 아직까지도 한류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한국적인 섬세함을 모색하는 건 어떨까.

이즈미 교수.jpg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 서경대 국제비즈니스어학부 교수



< 원문출처 >
동아일보 http://news.donga.com/3/all/20180130/88421904/1

List of Articles
Lis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요절한 남편 평생 사랑, 이중섭의 아내[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file 홍보실 2022-10-07 49394

'구름이 손에 잡힐듯'...해발고도 가장 높은 대학캠퍼스는? file

▲ 강원도 삼척시 강원대학교 도계캠퍼스의 전경. 해발 804m에 위치한다./사진=강원대학교 제공 ▲ 강원도 삼척시 강원대학교 도계캠퍼스에서 바라본 풍경/사진=강원대학교 제공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山)’라고 했던가. ...

‘섬기고 나눔으로 얻는 기쁨과 보람’ - 서경대학교 해외봉사활동 file

“봉사하러 갔다가 봉사 받고 왔어요.” - 임윤학 서경대학교 15, 16년도 해외봉사단 단장 학생들과 유대를 나누며 더 큰 힘을 얻어가는 서경대의 해외봉사 이다. 서경대학교는 매년 두 차례 하계와 동계 방학 때 태국 촌부...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한 서경대학교의 교환학생제도 3 : 2017년 1학기 동안 프랑스의 장모네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활동했던 정서인 양(국제비즈니스어학부 불어전공 4년) 인터뷰 file

 서경대학교는 2017학년도 1학기 교환학생 선발에서 총 11명의 학생을 뽑아 프랑스, 일본, 대만 등 3개 나라의 대학에 파견했다. 2017년 1월부터 5월까지 프랑스의 장모네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활동했던 정서인 양을 지난 2월...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한 서경대학교의 교환학생제도 2 : 2018년 1학기 동안 러시아의 태평양국립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활동 중인 김슬기 양(국제비즈니스어학부 노어전공 3학년) 인터뷰 file

김슬기 양(왼쪽에서 두 번째)이 러시아 태평양국립대학교 강당에서 동료 학우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경대학교는 2017학년도 2학기 해외교환학생 선발에서 총 12명의 학생들을 뽑아 러시아, 일본, 프랑스 등 총 3개 나라에...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한 서경대학교의 교환학생제도 1 : 교환학생제도와 교환학생의 자격, 혜택 file

서경대학교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나라들을 표시한 세계지도 서경대학교는 매학기 교환학생제도(Exchange Student)를 시행하고 있다. 교환학생제도는 서경대학교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프랑스, 독일...

서경대학교 다문화연구센터, ‘제2회 다문화 과학영재 러시아어 학술발표대회’ 개최 file

3월 3일(토) 오후 1시 서경대학교 본관 8층 컨벤션홀서 서경대학교 다문화연구센터(센터장 안병팔 교수)가 주최한 제2회 다문화 과학영재 러시아어 학술발표대회가 3월 3일(토) 오후 1시 서경대 본관 8층 컨벤션홀에서 개최됐다. ...

서경대학교 청년문화콘텐츠기획단 학생들, 연합뉴스 등이 공동기획한 ‘취업이 보인다 - 청년단이 간다!’ 프로그램의 제작 및 방송에 참여…1년 동안 매주 월요일 오전 11시 30분 한국직업방송 채널 통해 방영 file

청년단이 간다 메인화면 캡쳐본 서경대학교의 방미영 교수가 이끄는 청년문화콘텐츠기획단(이하 ‘청문단’) 학생들이 연합뉴스와 한국직업방송, 시청자미디어재단이 공동으로 기획한 생방송 ‘취업이 보인다 - 청년단이 간다!’ 프로그...

KBS 《안녕하세요》 청춘특집 ‘서경대학교’ 편 고민사연 공모 안내 file

서경대학교 학생, 교직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새봄과 함께 신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캠퍼스는 1학년 신입생들을 새로 맞아들이고 봄맞이와 개강 등으로 다시 활력을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학교 홈페이지와 교내 포스터 게시 등을...

KBS 《안녕하세요》 청춘특집 ‘서경대학교’ 편 방청 신청 안내 file

서경대학교 학생, 교직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새봄과 함께 신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캠퍼스는 1학년 신입생들을 새로 맞아들이고 봄맞이와 개강 등으로 다시 활력을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학교 홈페이지와 교내 포스터 게시 등을...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교수의 한국 블로그]3월의 서늘한 두려움과 맞서다 file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모든 학교의 새 학기가 시작하는 3월이다. 그제 밤에는 창밖에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다. 일본의 새 학기는 4월이다. 그래서 새 학기엔 연분홍빛의 벚꽃이 활짝 피고, 꽃잎이 하염...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