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서울스토리1.png


얼마 전 뷰티 관련 행사에 초대받아 장충체육관을 다녀왔다. 장충동에 대한 특별한 추억 때문에 행사가 시작되는 시간보다 일찍 서둘러 연구실을 나섰다. 장충체육관은 2012년 새 단장에 들어가 2015년 새롭게 개장하면서 지하철역과 연계를 했다는 보도는 접했었다. 남산2호터널에서 나와서 장충체육관을 지나 학교를 가면서도 새 단장한 장충체육관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지나던 터라 이번 기회에 오래간만에 지인들도 만나고 뷰티산업 관련 콘텐츠도 봐야겠다는 생각에 선뜻 초대에 응했다.


지금은 각종 시설들이 공연장, 음악당, 전시장 등 분야별 특성에 맞게 세워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의 건강과 다양한 삶의 질 제고를 위해 크고 작은 실내외 체육관들이 건립되어지고 있다. 최근 고척스카이돔에 이어 강남구 일원동 탄천물재생센터 복개공원에 건립 된 에코실내체육관도 그동안 님비시설로 갈등을 겪은 지역주민들의 건강과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는 지역 랜드 마크가 되었다. 그러나 60, 70년대에는 서울운동장과 장충체육관이 서울시민들의 문화예술의 대부분을 담당해야 했다. 동대문운동장으로 이름이 바뀐 서울운동장과는 달리 1963년에 준공된 장충체육관은 국내 최초 종합실내체육관으로 당시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서울스토리2.png


지금도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은 장충체육관에 세워졌던 커다란 수출의 날 기념탑이다. 실내체육관으로 각종 경기를 하던 장춘체육관에 어느 날 커다란 글씨가 쓰인 높은 탑이 세워졌고, 탑이 세워진 다음 날은 까만 승용차들이 줄지어 장춘체육관을 향해 갔던 것으로 기억된다. 까만 승용차를 탄 사람들 때문에 장충체육관이 특별히 기억되는 것만은 아니다. 김일 선수의 박치기를 보려고 몰려드는 인파와 미스코리아선발대회를 보려고 밀려드는 인파는 장충단 공원 앞 분수대와 태극당 빵집 앞까지 모여들었다. 사람들이 북적대니 상인들로 넘쳐났다. 


서울스토리3.png


그중에 제일 시선이 갔던 것은 삼각형 모양의 옥수수 빵과 술떡을 파는 수레와 커다란 옷핀으로 초장을 찍어 먹는 해삼과 멍게를 파는 수레였다. 그리고 또 한 군데는 사람들이 겹겹이 싸여있어 도저히 안을 들여다 볼 수 없어 포복자세로 겨우 앞자리를 차지해 보았던 물방개 뽑기였다. 물방개가 가는 방향에 상품을 놓고 그쪽 방향으로 오라고 서로 물방개를 불러대느라 가장 시끌벅적한 수레였다. 


지금으로 말하면 인형 뽑기와 같은 오락거리였다. 가끔 퇴근해 오시는 아버지를 졸라 물방개 뽑기와 멍게를 초장에 찍어 먹으면서 장충동에 살고 있음을 무척 신나했던 유년기였다. 지금도 식구들이 모이면 그 때 멍게 한 조각 가지고 돌려가면서 초장을 찍어 먹던 일로 웃음을 터뜨리곤 한다.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새콤달콤한 초장처럼 지나고 나니 재미가 추억이 되었다.  


서울스토리4.png

많은 사람들이 장충동 공원은 이제 한적한 산책로가 되었다.


 ‘먹거리’, ‘재미’ ‘오락(체험)’ 등은 사람을 끌어 모이게 하는 콘텐츠의 중요한 요소다. 그 중에서도 으뜸은 ‘재미’ 요소다. 요즘 학생들도 재미가 없으면 두 번 다시 콘텐츠를 이용하지 않는다. 재미가 있어야 시간을 내서 경험하는 열정을 쏟는다. 나 또한 장충체육관과 장충단 공원이 재미가 없었다면 이토록 강렬한 추억이 지배하지 못했을 것이다. 장충단 공원과 국립극장 그리고 자유센터를 거쳐 장충동과 신당동의 경계인 남산성곽까지 매미와 잠자리를 잡으러 하루 종일 뛰어 다녔던 유년의 시간들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골아이의 감성을 안겨주었다. 도시의 아이들로 자라기를 바라며 전라남도 순천에서 서울로 상경한 부모님의 뜻과는 달리 우리 자식들은 장충동에서 시골아이가 되어 갔다.


그러나 다시 가본 장충체육관과 장충단 공원은 낯선 공간처럼 느껴졌다. 온 국민이 사랑한 레슬링과 복싱의 함성은 더 이상 들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형 가수들의 콘서트와 마당놀이 등 문화예술 행사도 더 좋은 시설과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소로 이동 한지 오래되었다. 문화예술의 중심 중구가 충무로 영화의 명성을 한순간 부산 등지로 뺏기고 충무로영화의 전성기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 고심하는 것처럼 문화예술 그리고 스포츠의 중심지였던 장충동도 이제 그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서울스토리5.png


다행히 장충동은 민족의 비극적 역사인 명성왕후 시해 사건 때 순국한 분들을 기리는 사당이 있고, 수표교, 승정전 등 문화재와 3.1운동기념비가 있는 애국애족 공원이 있는 곳이라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나는 가끔씩 남산 제2터널 위 국립극장으로 올라가는 길 가에 서 있는 유관순 열사 동상 앞에서 빨간 옷을 입고 찍었던 사진을 보면서 아름다운 시골아이의 추억을 떠올리며 작은 미소를 짓곤 한다. 


서울스토리6.jpg

방미영 (房美影)  / 서경대 문화콘텐츠학부 교수


<원문 출처>

서울스토리 http://www.seoulstory.kr/story/album/0/7704


List of Articles
Lis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요절한 남편 평생 사랑, 이중섭의 아내[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file 홍보실 2022-10-07 49965

'지속가능한 대학 경영 조건' 머리맞대고 모색한다 file

[UCN PS] 프레지던트 서밋 2차 콘퍼런스 서울클럽 한라산홀에서 개막 2018.04.12 17:00:00 ▲ 12일 프레지던트 서밋 2차 콘퍼런스가 서울클럽 한라산홀에서 시작됐다. [한국대학신문 황정일 기자] 본지 주최 ‘2018 사립대 프...

서경대학교 페미니즘학회 ‘조짐’, 미투(ME TOO) 운동 관련 공개 발제 열어 file

4월 5일(목) 오후 6시 교내 혜인관 309호서 ‘조짐’ 공개 발제 포스터 서경대학교 페미니즘학회(학회장 서민주) ‘조짐’의 미투(ME TOO) 운동 관련 공개 발제가 지난 4월 5일(목) 오후 6시 교내 혜인관 309호에서 열렸다. ‘...

나이앤틱에게 듣는다... 포켓몬고, 해리포터 통한 증강현실(AR)의 재정의 file

‘서울 VR•AR 컨퍼런스’, 4월 19~20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 [웹데일리=김동준 기자] 2018년 첫 VR∙AR 행사이자 대한민국 최대 규모로 개최되는 ‘Seoul VR·AR EXPO 2018’이 오는 19일부터 22일까지 4일간 코엑스에...

[피플]“'모델로드'로 아시아의 뉴미디어 콘텐츠 주도권을 잡아라” 한국모델협회장 양의식 file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자신만의 삶 그 자체의 인문학을 들려줄, 시대의 100인을 만나다” 외연을 확장한다. 영화배우와 감독이 주를 이뤘던 기존의 인터뷰에서 보다 분야를 넓혀 피플 리스트를 채워 ...

학사편입 대안 될 수 있는 서경대학교 평생교육원 미용학과정 file

서경대학교 평생교육원 [서울와이어 정시환 기자] 서경대학교 평생교육원 미용학과정이 학사편입의 대안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경대학교 평생교육원 입학관계자는 "계속되는 취업난에 전문 기술을 배워 빠르게 사회에 진출하고자 ...

[임철수 서경대 교수의 ET단상]세계 최초 5G 상용화 의미 file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세계 최초로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 이통 사업자 역시 정부 정책에 따라 과거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신화를 재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롱텀에벌루션(LTE48) 도입 이후 상...

‘In 서울’ 대학을 희망한다면 여길 주목 file

대학 선발 방식은 크게 수시 학생부교과, 학생부종합, 논술, 실기 전형과 정시 수능, 실기 전형 총 6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각각의 전형은 그 선발 방식이 매우 다르므로 수험생 및 학부모는 이를 미리 정리하고 어떤 전형에...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교수의 한국 블로그]꽃처럼 활짝 웃는 산, 정릉은 살아있다 file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산이 활짝 웃었다. 개나리, 진달래, 목련 그리고 산수유. 북한산 아래 정릉천을 따라 이어지는 정릉마을에 봄이 왔다. 나는 8년 전 직장을 따라 정릉으로 이사 와 이 동네에 살고...

‘봄을 여는 바이올린 음악회’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은 서경대 겸임교수, 13일 독주회 file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은 ⓒ서울필하모닉제공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은은 오는 13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독주회 ‘김지은의 봄빛소리’를 연다. 에스파냐 작곡가 마누엘 데 파야의 스페인 가곡 모음집인...

서경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연극 소모임 ‘연기를 사랑하는 패거리’ 교내 청운홀에서 껍질 깨기 진행 file

서경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소모임 ‘연극을 사랑하는 패거리’(이하 연사패)가 4월 2일(월) 오후6시 교내 청운홀에서 껍질 깨기를 진행했다. 껍질 깨기란 소모임에 새로 들어온 신입 부원들이 무대에 올라 준비한 독백 연기를 부...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